`항생제 내성은 전세계적 과제` 축산업계 항생제 오남용 개선해야
양돈수의사회, 책임 있는 항생제 사용 방향 모색..’수의사 처방 기반’ 제도·인식 확대
한국양돈수의사회가 21일 대전 라온컨벤션에서 2016 수의정책포럼을 열고 양돈업계의 책임 있는 항생제 사용 방향을 모색했다.
이날 포럼은 ‘양돈농가와 동물용의약품도매상 사이에서 벌어지는 동물용 항생제 오남용이 내성문제로 비화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람과 동물에서 함께 사용하는 항생제는 모두 의사와 수의사의 처방 하에 사용하도록 한 선진국형 대응체계를 국내에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항생제 내성은 글로벌 보건안보 이슈 `수의사 감독 하의 책임 있는 사용으로`
항생제 내성문제는 이미 세계적인 보건 이슈로 자리잡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항생제 내성 글로벌 행동계획’을 제시하며 각국이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도 올해 5월 열린 제84차 총회에서 동물과 사람에서 사용되는 항생제의 효능을 보존하기 위한 기본 전략을 의결했다.
이날 초청강연과 기조발표에 나선 로젤(Roselle) 엘랑코 양돈자문수의사와 이승윤 한별팜텍 원장에 따르면, 국제기구나 유럽연합, 미국 등이 항생제 내성 문제에 대응하는 핵심 원칙은 ‘수의사에 의한 책임 있는 사용’이다.
전문가(수의사) 처방에 의한 항생제 사용을 제도화하고, 그 전문가들을 교육하며, 국가 차원의 내성감시 프로그램을 마련하라는 것이 주 골자다.
사람에서 항생제를 의사 처방에 따라 사용하고 식약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사용현황을 모니터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성장촉진 목적으로 사료에 첨가하는 항생제는 전면 금지하거나(EU) 수의사 처방에 의해서만 사용할 수 있게 한다(미국).
치료 목적의 항생제도 대부분 수의사의 처방에 따르도록 제한하고 있다. 동물에만 사용되는 일부 성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해당된다.
축산선진국인 덴마크는 양돈농장별로 항생제 사용량을 모니터링한다. 농장에 항생제를 공급한 수의사와 약품업체가 그 양을 보고하도록 하고, 이를 농장별 사육두수에 접목해 항생제 평균 사용량을 통계화 하는 것.
사용량이 정부가 제시하는 상한을 초과하는 농장은 정부기관과 임상수의사의 특별관리가 의무화된다. 일정 기간 개선이 없으면 사육두수 제한 등 제제가 가해진다.
로젤 수의사는 “특히 사람과 동물에게 모두 사용되는 종류의 항생제는 동물에서 발생한 내성이 사람에게 전달될 위험이 높다”며 “이들 모두 수의사 처방에 따라 주의 깊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4세대 세파, 마크로라이드 등 사람에서 중요한 성분 사용량은 오히려 늘어
최근 정부도 항생제 내성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명헌 검역본부 동물약품관리과장은 “국가 항생제 내성관리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범부처 차원의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항생제 내성문제의 국제 공조를 다룰 9월 G20 회의 전까지 핵심 내용을 도출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국내 동물용항생제 관리정책은 2011년 배합사료 첨가 항생제 전면금지와 2013년 수의사처방제 도입으로 요약된다.
검역본부 임숙경 연구관은 “두 정책으로 동물용 항생제 연간 사용량이 2005년 1,500톤 가량에서 1천톤 미만으로 감소하고, 테트라싸이클린 등 오랫동안 사용해온 항생제 성분에 대한 내성도 일부 감소하는 등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치료목적으로 핵심적인 성분의 항생제 사용이 다소 증가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임 연구관에 따르면, WHO가 최우선 관리 항생제로 지정한 3,4세대 세팔로스포린계, 플루오르퀴놀롤계, 마크로라이드계 성분의 사용량은 9% 가량 증가했다.
임 연구관은 “이들 모두 수의사처방대상에 포함됐지만, 우수한 효과 등으로 현장에서의 수요가 높아진 점이 증가요인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아직도 농가-도매상 위주로 항생제 남용..수의사처방제 개선 절실
2013년 수의사 처방제가 도입됐지만 동물용 항생제의 오남용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처방대상에서 제외된 항생제 성분이 상당수인데다 처방대상 항생제의 사용실태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가의 인식부족도 원인으로 꼽힌다. 수의사의 진료에 따라 약을 활용해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다는 것이다.
이주용 수의사는 “거대 약품도매상을 중심으로 동물용의약품이 공급되는 형태가 여전하다”며 “수의사 진료가 배제된 항생제 유통이 오남용을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처방 대상에서 제외된 항생제들은 농가가 더욱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며 “사용량이 가장 많은 페니실린계열조차 처방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이명헌 과장은 “수의사 처방제의 운영상 문제점을 보완하고 처방대상 성분을 올해 안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항생제 수요 줄일 양돈산업 환경 마련이 근본 대책” 지적도
양승혁 수의사는 “종돈장이나 규모가 큰 농장에서는 그래도 수의사가 질병진단을 통해 항생제 투약을 지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규모가 작은 농장에서는 도매상에서 구입한 항생제를 농장주가 임의로 남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확한 진단에 따라 항생제를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돈농가가 겪는 대부분의 질병문제는 단순히 항생제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내제된 바이러스 병원체의 안정화, 사양관리 및 환경 개선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모성 질환을 우려해 건강한 상태의 동물에도 예방적으로 항생제를 투약하는 관행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섭 수의사는 동물용 항생제 관리에 농가의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농가 입장에서 항생제를 쓸 필요가 없고, 쓰기 꺼려지는 축산시스템을 만들어야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항생제를 덜 사용하면 안전한 축산물’이라는 윤리적 잣대보단 ‘항생제를 덜 쓰는게 생산비용 상 이득’이라는 경제적 관점에서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는 관점도 제시했다.
신창섭 양돈수의사회장은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를 공급하는 것은 양돈생산자와 양돈수의사, 정부, 관련 업계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숙제”라며 “민관학이 함께 개선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