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동물병원에서 근무하는 직원K는 연말을 맞아 병원 회식에 참석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먼저 회식장소를 빠져나와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집으로 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경우 직원K는 산재보험을 통해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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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예기치 않게 사고로 인해 부상을 당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대비하여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업무 수행 중 입은 부상이나 업무로 인해 발생한 질병에 대해서는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재해보상제도를 정하고 있다.
업무상 재해보상제도는 ‘무과실책임주의’를 도입, 사업주 본인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재해가 아니라 하더라도 다친 근로자에 대한 보상책임을 부담한다.
일반적인 민사관계가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보상책임을 부담하는 ‘과실책임주의’를 토대로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법)은 근로자 1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가 산재보험에 가입해 산재보험료를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근로자가 업무상 사고 또는 질병을 당한 경우, 근로복지공단이 사업주를 대신하여 상병의 내용에 따라 요양급여, 휴업급여, 장해급여 등의 다양한 보험급여를 지원한다.
간혹 필자가 상담을 하다 보면, 회사에서 일을 하던 중 산재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해줘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오해하고 있는 근로자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산재신청은 근로자가 직접 하는 것이 원칙이다. 사업주는 근로자가 산재보험 상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협력할 의무를 부담할 뿐이다.
즉 산재보험법상 사업주는 산재보상과 관련한 직접 당사자는 아니며, 사업장에서 재해가 발생하면 근로자 스스로 관련 신청서류를 첨부하여 관할 근로복지공단에 보상신청을 하면 된다.
물론 근로자가 산재신청을 통해 각종 보험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해당 근로자의 재해가 ‘업무상 재해’여야 한다. ‘업무상 재해냐, 아니냐’가 산재보상 여부를 판가름한다.
산재법 제4조는 업무상 재해를 “업무상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 질병, 신체장애 또는 사망” 으로 정하고 있다.
이는 해당 재해가 근로자의 업무가 원인이 되어 발생했으며, 업무 수행 중에 발생한 것이어야 ‘업무상 재해’로 인정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업무상 재해인지 여부는 근로복지공단이 조사를 통해서 확정하지만,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산재법 제37조가 규정하고 있다.
산재법 제37조는 행사중 사고, 휴게시간 중 사고 등 업무상 재해의 인정여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이 중 출퇴근 중의 사고가 업무상재해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일 것’을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도 그동안 이와 비슷한 취지로 이어졌다.
비록 출퇴근이 근로의 제공이라는 업무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출퇴근 방법과 경로의 선택이 근로자에게 유보되어 있어 통상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그 과정이 사업자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업무상재해를 인정하는 입장을 보여 왔다.
즉 회사가 제공한 출퇴근버스 등을 이용하다가 사고를 겪으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만, 개인 소유의 차량이나 자전거, 도보를 이용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르면 상기 사례의 직원 K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지난 9월 30일 출퇴근 중의 사고에 대한 산재법 조항을 ‘헌법불합치’로 판결했다.
헌재는 “사업주의 판단이나 개인사정 등으로 출퇴근 수단을 제공받지 못했다고 해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고 판시하며 2017년 12월 31일까지 해당 조항을 개정할 것을 주문했다.
동 법조항이 개정 되면, 본인소유의 차량을 이용하여 퇴근시에 발생한 교통사고의 경우에도 산재인정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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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출퇴근 사고의 산재승인 기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어 왔으나, 최근 헌재 판결로 논란의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예정대로 법 개정이 이루어 진다면, 출퇴근중의 사고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산재로 인정되는 만큼 향후 병원 직원에 대한 산재보험 관리에 대해서도 보다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