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토론회] `오리농가 방역개선 없이는 AI 악몽 매년 되풀이된다`
미국·유럽·일본서도 고병원성 AI 취약지점은 오리, 칠면조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매년 고병원성 AI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H5N8형에서 H5N6형으로 혈청형은 바뀌었지만, 오리농가가 공통적인 취약점으로 지적된다.
한국가금수의사회가 22일 대전 라온컨벤션에서 주최한 고병원성 AI 대책 토론회에서는 오리농가의 열악한 방역상황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오세을 양계협회장은 “13년간 고병원성 AI를 겪으면서도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이 없다”면서 “오리농장에 대한 대책 없이는 AI를 근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5N8형 AI의 경우 오리와 토종닭이 주요 전염경로로 지목됐다. 현재 창궐하는 H5N6형도 살처분 규모에서는 대규모 농장이 많은 산란계가 10배 이상 압도적이지만, 발생농가는 오리가 더 많다.
오리는 닭에 비해 고병원성 AI 바이러스 감염 시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신고가 늦기 쉽다. 철새가 오기 쉬운 농경지 주변에, 철새 출입을 막기 어려운 비닐하우스로 축사를 세우는 등 차단방역에 취약한 농가가 많다는 점도 문제다.
이날 토론회에서 최근 미국, 유럽 등 해외 고병원성 AI 발병 양상을 소개한 홍영호 수의사(아비아젠)는 “미국의 칠면조 농장, 유럽의 오리 농장에서 주로 AI가 발병하고 있다”며 “특히 미국의 칠면조 농장은 우리나라 오리 농장과 비슷하다”고 시사했다.
매주 입추되는 다중 사이클로 사육이 진행되는 한편, 살아있는 가금의 매매가 비정기적으로 진행된다는 것. 상대적으로 차단방역 여건이 부족하다는 점도 유사하다.
결국 방역에 헛점이 많은 오리, 칠면조 등에서 고병원성 AI가 처음 유입된 후, 대규모 닭 농장으로 퍼져 피해가 확대되는 방식이다.
손영호 전 가금수의사회장은 “오리농가를 포함한 중장기적인 산업구조 개편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점주 수의사는 “가금산업 종사자 모두가 AI 대책에서의 오리농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며 “생산자 단체와 수의사, 정치권이 힘을 합쳐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