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양돈수의사회(회장 정현규)가 27일 개최한 수의양돈포럼에서 구제역 백신 이상육 문제의 현황을 돌아봤다.
이상육으로 인한 목심 손실이 여전한 가운데 무침주사기를 활용한 근육접종이나 피내접종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도드람동물병원 정현규 원장은 도드람양돈농협 회원 농가를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이상육 피해 현황을 소개했다. 도드람양돈농협이 자체 보유한 도축장과 가공장에서 추적한 결과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도드람양돈농협에서 출하된 돼지 13만여두를 조사한 결과, 목심 이상육이 발견된 비율은 평균 59.4%를 기록했다.
정현규 원장은 “이상육으로 도려낸 부위를 가격으로 계산하면 평균 출하두당 약 12,000원 정도”라며 “농가 입장에서는 상당한 손실”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구제역 발생이 잦은 경기, 충청권이 50~70%의 발생률을 기록한데 반해, 구제역이 드문 전남, 경북 등지는 30%대에 그쳤다.
백신종류나 접종횟수 등 조합별로도 25~66%까지 이상육 발생률의 편차가 컸다. 정현규 원장은 “접종방법 등 제반 조건을 통제한 실험이 아니라 결과만 조사한 것”이라며 향후 데이터를 더 확보해야 할 문제임을 전제했다. 구체적인 조합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근부(목심) 대신 둔부(후지)에 접종해도 이상육은 비슷한 비율로 발생했다. 오히려 도축가공 단계에서 이상육을 발견하기 어려워 판매단계에서 문제가 될 위험이 높았다.
항체형성률이나 백신 온도에 따른 유의적인 차이는 없었다.
무침주사기 주목..피내접종 효과 눈길, 근육에 놔도 이상육 피해는 줄여
이상육 문제의 해결책으로 주목 받는 것이 피내접종이다.
이날 포럼에서는 선진브릿지랩 김주한 수의사가 영국(메리알), 러시아(아리아), 아르헨티나(바이오제네시스 바고)산 구제역 백신의 피내접종 시험 결과를 소개했다.
메리알 백신으로 목, 등 앞부분, 등 뒷부분 등 피내접종부위를 달리한 시험에서는 목 부위 접종이 비교적 효과가 좋았다. 다만 접종부위에 직각으로 접촉시켜 접종해야 하는 무침주사 특성 상, 돼지를 보정하지 않고 접종할 경우 피내접종의 효과가 급격히 떨어졌다(항체형성율 20% 미만).
백신별로 수행한 선진브릿지랩 실험에서는 아르헨티나산 백신의 피내접종 반응이 상대적으로 우수했다.
김주한 수의사는 “자체 실험결과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백신은 피내접종 효과를 분명히 보인다고 판단된다”며 “피내접종으로 백신효과를 볼 수 있다면 접종비용은 물론 이상육 피해도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피내접종의 효과는 추가 실험이 필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서도 피내접종이 제대로된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경험을 제시한 참가자도 있었다.
무침주사기 사용이 번거롭고, 접종자의 숙련도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기 쉽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구제역 백신을 장착할 수 있는 무침주사기(pulse250 및 pulse50)는 가스압 방식으로 농장에서 사용하기 번거롭다는 것. 주사 숙련도에 따라 돼지가 계속 움직이면서 약액이 제대로 주입되지 않을 위험도 있다.
정현규 원장은 무침주사기로 근육접종을 실시한 실험결과를 소개하면서 “농가 피해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무침주사기로 구제역백신을 근육 접종하면 보통의 이근부 주사와 이상육 발생률은 비슷하지만, 이상육으로 도려내는 지육량이 줄어들어 경제적 피해정도는 감소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