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법이 제정되고 오랜 세월이 지났다. 1991년 동물보호법 제정은 대외적으로 개식용 문제에 대한 대응의 일환이었다. 이후 반려동물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동물보호 인식이 확산되면서 사회적으로 동물보호법 수준 상승과 동물학대 등에 대한 법적인 처벌 강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에는 방송을 통해 반려견 번식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들었고, 이를 계기로 번식장과 관련된 문제 개선 요구와 함께 국회에서 동물보호법 개정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아울러 정부의 ‘반려동물 산업 육성 정책’이 발표되면서 더욱 반려동물과 관련된 정책 추진이 탄력을 받고 있다.
반려동물, 동물보호와 관련된 정책은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국 방역관리과 동물복지팀에서 맡고 있다. 예전 3명의 인원에서 올해 7명의 인원으로 늘어난 상황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더 큰 조직의 형태는 아니다. 여전히 탄력적으로 일을 하기에는 인력과 예산 등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그동안 축산과 관련된 사업만 하던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이 ‘반려동물 정보제공 홈페이지’를 만들어 적절하지 않은 정보들을 게시하면서 여론의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또 최근에는 ‘초등학교 동물체험학습 사업’을 추진해 이 역시 비난을 받았다. 올해부터는 반려동물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일에 참여를 하고 있다.
이밖에 동물보호와 관련된 부서는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과가 있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지자체별로 이름이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축산과, 축산경제과 등에서 동물보호업무를 맡고 있다.
그런데 이들 부서는 축산업무가 주된 업무이며 동물보호업무는 전체 업무 가운데 일부다. 앞서 언급된 행정조직의 이름만 보더라도 반려동물, 동물보호 보다는 ‘축산’이 먼저 떠오른다.
지난해처럼 큰 사건이 없었다면 중앙정부 차원에서 동물보호에 대한 문제점들을 개선할 의지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동물보호법이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보면 우리사회의 동물보호와 관련한 문제점들이 어느 정도 개선됐는지 대략 가늠해볼 수 있다.
유기동물 보호소가 생긴지 20여년이 되었는데 번식·판매업자들 가운데 현재 동물보호법에 명시된 기준에 맞춰 영업행위를 하고 있는 곳은 얼마나 되는지, 사설 동물보호소의 실태는 어떠한지, 애니멀호더는 대체 얼마나 늘었는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개식용 문제는 어떠한지 등을 따져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전혀 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부 개선된 사항 역시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른 상황이다.
우리가 반려동물이라고 부르는 ‘개’가 여전히 축산법에서는 ‘가축’으로 분류되고 있다. 때문에 번식업이나 개식용 농장 등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본인은 축산인, 농민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나 지자체들도 그렇게 분류한다.
개가 가축으로 분류되어 사육시설은 ‘축사’로 건축물 허가를 받아야 하며, 환경법에 의거하여 가축분뇨 처리시설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일부 동물보호소 내에는 개들의 분뇨를 쌓아놓는 곳이 있는데, 이는 축사로 허가받았기 때문이다. 한 곳에 모아둔 분뇨들 때문에 동물보호소에는 해충이 많을 수밖에 없다.
반면 동물보호법에는 ‘동물사육실에는 해충이 없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최근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하위법령 조정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번식업이 허가제로 바뀌는데 환경법, 동물보호법 등 관계법령 때문에 관련 업자들은 지자체에서 허가를 안내준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 개가 가축으로 분류된 축산법 때문에 앞뒤가 안 맞는 법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외 관련법들과 비교해 첨삭을 하기 힘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요즘 ‘반려동물’이란 용어가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산업 발전과 일반인들의 동물보호 의식 상승을 저해하는 요인은 과연 무엇일까.
개를 가축으로 보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축산법에서 개를 제외시키고 관련 업무 추진 체계 역시 분리해야 한다. 그래야만 관련법 체계 역시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을 것이다.
반려동물 산업의 발전, 유기동물과 개식용 문제의 해결 역시 동물보호정책을 축산과 분리해야 결국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