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뉴스 1 ‘버동수와 함께하는 동물보호 이야기’ 코너에 게재된 글임을 밝혀드립니다.
지난 2013년 200여명의 수의사들이 설립한 ‘버동수(버려진동물을위한수의사회)’는 매달 전국 유기동물보호소 등을 찾아다니며 중성화 수술, 예방접종, 외부기생충 구제 등 정기적으로 의료봉사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소에서 근무했거나 근무하는 사람, 그리고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음 이야기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할 것 같다.
세상 모든 일이 사람을 대하는 일이라 안 힘든 게 없지만 동물보호소 민원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1. 본인 개를 소방서에 유기견이라 신고해 보호소에 입소시킨 전직 교장 선생님
어느 날 소방서에서 진돗개를 보호소로 이송해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여느 때처럼 개체 상태를 체크하고 개체 분류를 하고 보호실로 이동시켰다. 공격성이 심하고 신체검사 상 별다른 사항이 발견이 되지 않은 개체였다. 그리고 보호실로 이동 후 계속 몸 상태를 체크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다음 날 진돗개는 죽어 있는 상태였다. 어떤 이유 때문인지 더 확인을 해보니 자궁에 염증이 생긴 자궁축농증으로 인한 병사로 추정됐다. 큰 개에서의 자궁축농증은 만성적인 병변이라면 치료하더라도 예후가 좋지 않은 질병이다.
홈페이지에 개체 상태를 ‘병사’로 바꾸고 나서 신고한 사람에게 연락이 왔다. 어제 보낸 진돗개 상황은 어떻게 되었냐는 물음에 병사한 사유를 설명했다.
그러자 그는 노발대발 하면서 “내가 학교 교장 출신인데, 내 개가 아픈 것 같아서 치료하면 찾아가려고 유기견이라고 소방서에 얘기해서 보냈는데, 뭐 죽었다고? 여기저기 민원 넣을 테니 각오하고 있어”라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듣고 있는 내내 너무 화가 났지만 제대로 화를 내지도 못했다.
적극적인 진료를 하고 있는 부분들이 외부에 알려진 부작용이라고 생각하는데 소방서에 본인 개를 유기견이라고 속이고 치료를 받게 하려 했던 전직 교장 선생님은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소방서는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일을 한다. 유기동물 구조와 관련된 시스템이 잘 되어 있지 않아 여전히 동물구조와 관련된 업무도 소방서에서 맡고 있다. 그래도 소방서 업무의 우선순위는 인명구조에 있다.
2. 이 개는 품종 있는 비싼 개이고 털이 생명인데 왜 털을 밀어?
털 엉킴이 아주 심한 대형견이 보호소에 입소한 적이 있다. 입소하고 바로 털을 밀어주는 경우는 드문데 이 아이는 아래 사진처럼 정도가 너무 심하고, 털이 엉킨 개체들에게서 진드기나 구더기가 있는 경우들도 있고, 2차적인 피부질환이 올 가능성도 있어 다음 날 두 사람이서 2시간가량 땀을 흘리며 미용을 해주었다.
입소한 뒤 10일 정도 지나 나타난 주인은 “이 개는 품종 있는 비싼 개이고 털이 생명인데 아는 것도 없으면서 털을 왜 밀었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난 애견관련 대학 교수이고, 지인 부탁으로 잠깐 맡아주고 있는데 집을 나가 버렸다”고 말했다.
‘그렇게 비싸고 소중한 개라면서 이 지경으로 방치했을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전문미용사가 미용한 게 아니더라도 적어도 고맙다는 표현은 해야 정상적인 게 아닌가 싶었다.
장모종 개들 중에는 관리가 전혀 안되어 얼굴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모습으로 동물보호소에 입소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사진 버동수 제공)
3. 다른 개에게 물려 입소한 개, 치료 후 주인은 오히려 책임 물으려 해
보호소에는 교상(물려서 생긴 상처) 입은 개체들이 적지 않게 입소한다. 수술로 교정해줘야 하는 사항도 있고, 주인이 언제 나타날지도 모르는데 그냥 방치하고 있을 수도 없다.
온순한 하운드가 엉덩이 부위에 10cm 이상 피부가 결손 되어 입소한 적 있다. 1시간 넘게 수술을 해주었고 며칠 후 주인이 나타났다. 주인에게 수술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이후 후 처치 부분은 외부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라고 안내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여기서 수술했으니 끝까지 책임져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만약 수술부위에 문제가 생기면 재수술까지 해야 할 거라면서 책임을 물으려 했다.
교상과 관련된 수술은 최대한 오염부위를 제거하고 전신에 약물처치를 하더라도 구강세균들이 남아있으면 다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동물보호소가 동물병원도 아닌데 책임소재를 묻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보호소에서 진행하는 진료와 치료는 입소한 개 입장에선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새 주인을 만나기 위한 최소한의 기회일 수 있다. 또한 개의 상태가 수술적인 방법이 최선인데 책임소재 때문에 이를 그냥 놔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둔부에 심한 교상을 입은 상태로 동물보호소에 입소한 하운드.(사진 버동수 제공)
한 시 의원은 본인 강아지를 어미개가 물었는데 동물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동물보호소에서 치료를 해달라고 요청한 적도 있다. 본인 개 치료까지 나라 예산으로 하려는 사람이 시 의원이라는 사실에 어이없기도 했다.
일부 사례를 언급했는데 이는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 보호소를 찾아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들이 잃어버렸던 반려동물의 진료와 치료에 대해 고마워한다. 입양 보낼 때 역시 잘 보살펴 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몇 가지 사례들이 더 늘어난다면 동물보호소 운영 방식이나 정책에 대한 변경을 한번 쯤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앞으로 동물보호소가 체계화되고 전문화되면 더욱 저런 사례들은 사라져야 한다. 동물보호소는 주인이 있는 동물들이 공짜로 치료받는 곳이 아니라, 유기동물이 다시 가족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