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구제역 방역비용 국비부담 상향 등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착수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8건, 상임위 접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1일 전체회의를 열고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8건을 일괄 접수했다.
살처분·매몰 등 방역비용에 대한 국비부담을 늘리는 한편, 폐사축의 주기적 보고, 가축매몰지 발굴금지 연장사유 고시, 축산관계자 출입국 정보 부처간 공유 확대 등이 주 내용이다.
당초 5일로 예정된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의될 예정이었지만 정기국회가 파행됨에 따라 절차는 다소 지연될 전망이다.
지자체 재정부담이 소극적 방역으로..국비 분담 늘려야
황주홍 의원은 AI 방역조치에 필요한 살처분, 매몰비용의 국비부담을 늘리는 가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살처분보상금(국비80%), 생계안정자금(국비70%)과 달리 현재 살처분·매몰, 방역초소 운영 등 실질적인 방역조치에 소요되는 비용은 지자체가 전부 부담하고 있다. 황주홍 의원은 “AI가 발생하는 지자체 대부분이 재정자립도가 낮아 매몰비용 등을 사육농가에게 전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농해수위 전문위원실에 따르면 지난 겨울 고병원성 AI 사태로 인해 지자체가 부담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은 1,176억원이다. 국비 부담 2,495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문제는 이 같은 재정부담이 방역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 축산업계에서도 ‘일선 지자체가 가축전염병 신고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농해수위 전문위원실은 “재정부담을 이유로 예방적 살처분이나 통제초소 설치 등 방역활동을 보다 소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며 “국비 부담이 방역활동에 효과적인 측면이 있다”고 내다봤다.
황주홍 의원은 개정안에서 살처분·매몰 등에 대한 국비 지원을 의무화하고, 지자체 부담을 20% 미만으로 규정했다.
전문위원 검토 결과도 이 같은 국비지원 필요성을 인정했다. 다만 “국비분담율을 80%로 일괄 적용하는 것이 타 입법사례와 형평성이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축산관계자 출입국 정보 협조 강화..`왜 직접 신고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종배 의원은 축산관계자 출입국 관련 정보 요청 근거규정을 현행 대통령령에서 법률로 상향입법하는 가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재 축산관계자는 구제역, 고병원성 AI 등 가축전염병 발생국가를 방문하는 경우 검역본부에 출입국 사실을 신고하고 검역조치를 받아야 한다. 미신고자의 출입국정보를 검역당국이 파악하기 어려운데, 관계기관에 정보를 요청해도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았다는 지적에 따른 개정안이다.
이를 두고 실제 신고대상이 수의사들 사이에서는 ‘왜 직접 신고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분통이 터져 나온다.
법무부의 출입국관리시스템과 축산관계자 DB를 연동하면 굳이 당사자에게 신고를 받지 않아도 검역당국이 출입국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절차를 강요한다는 것.
전문위원실은 “현행 가전법이 ‘가축전염병의 발생 및 확산을 방지하고 방역·검역 조치 및 사후관리 대책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라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정보 종류나 요청 방법을 특정하기 어렵다”며 축산관계자의 여권발급 정보, 출입국 정보 등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축산유통업계 피해보전엔 부정적..주기적 폐사축 현황 보고는 `검토`
조배숙 의원은 가축전염병 발생에 따른 이동제한 조치로 출하시기를 놓친 농가의 소득 감소나 축산물 가공유통 관련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매출피해를 보전하는 내용의 가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생계안정자금이나 소득안정자금이 농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니, 연관산업의 피해는 고스란히 당사자가 떠안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관계부처 대부분은 지원대상 확대에 반대했다.
전문위원 검토보고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가축소유자에 대한 지원은 국민 재산권 제한에 대한 손실보장이지만, 관련 업자는 간접적인 손해에 입은 것에 불과하다”며 “이미 소상공인 경영위기 등은 긴급경영안정자금을 통해 지원하고 있는만큼, 가축 관련 업계만 지원하면 타업종과의 형평성 문제도 야기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농식품부도 간접적 피해에 대한 국가지원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피력하면서, “객관적인 보상금 지급기준을 마련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김성찬 의원이 대표발의한 가전법 개정안은, 가축소유자가 주기적으로 폐사한 가축의 종류와 마릿수를 보고하도록 규정했다.
가축의 병증이 전염병의 임상증상인지 분명하지 않거나 원인을 잘못 판단해 신고가 늦어질 경우, 전염병 확산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전문위원실은 “현행 가전법에도 규정된 단순 보고 요구권(제51조)뿐 아니라 주기적인 보고를 통해 만일의 사태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이미 근거규정이 있다는 점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