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 농장,고병원성 AI·살충제 계란 사태의 해답일까 아닐까
동물복지국회포럼 토론회 개최
역대 최악의 고병원성 AI발생, 살충제 달걀 파동을 겪으면서 동물복지 농장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런 상황에서 동물복지국회포럼(대표 박홍근·이헌승·황주홍·이정미 의원)이 9월 15일(금) 국회의원회관에서 농장동물의 밀집 사육 문제와 동물복지 농장 확대를 위한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동물복지 농장이 필요하고 앞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는 데에는 입장을 같이했다. 그러나 동물복지 농장이 가축전염병 예방과 축산물 안전의 해답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과연 동물복지 농장이 고병원성 AI 같은 가축전염병의 해답일까? 또한 축산물 위생·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까?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문운경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과장은 동물복지 가금 농장에서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발생 비율이 낮다고 밝혔다.
문운경 과장은 “전체 산란계 농장 중 14.9%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는 동안 산란계 농장 92개소에서는 단 1개소에서만 AI가 발생하여 발생률이 1.08%에 그쳤다”고 소개했다.
특히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은 2년전 음성 지역에서 AI 발생이 매우 심각할 때 버티고 버티다가 발생한 경우”라며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AI 발생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윤종웅 한국가금수의사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윤종웅 회장은 “당연히 동물복지 축산이 필요하고 동물복지를 원하지만, 이런 식으로 동물복지가 시작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문운경 과장의 AI 발생률 비교에 대해서는 “동물복지 농장에서 AI 발생이 소수만 더 있었어도 발생확률은 비슷해진다”고 전했다.
1,060곳의 전체 산란계 농장을 모집단으로 둔 것과 동물복지 인증농가 92곳을 모집단으로 두고 AI발생률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표본의 크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률 단순 비교가 어려운 것이다. 윤 회장은 이 점을 지적했다.
실제 문운경 과장은 2016년 통계청 자료를 기준으로 국내 총 산란계 농장 1,060곳 중 158개소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여 14.9%의 발생 비율을 기록했고, 산란계 인증농장 92개소 중 1곳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발생 비율이 1.08%라고 비교했다.
“동물복지가 질병과 안전의 해답될 수 없다”
윤종웅 회장은 “동물복지로 질병을 해결한다는 발생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동물복지는 질병의 해결책이 아니다. 조금 더 넓은 공간에 키운다고 바이러스성 질병을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복지가 면역이 더 좋다는 논리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고병원성 AI같은 바이러스성 질병을 막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을 통한 항체 형성 등 특이면역이 필요하지, 단순히 조금 더 건강한 개체라고 하여 바이러스를 방어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언급한 것이다.
방사 사육을 할 경우 오히려 철새 분변 유입 확률이 올라가면서 AI 전파 확률이 높아진 유럽의 사례도 소개했다.
“안전에 대한 해결책도 동물복지가 아니다”
“동물복지는 장기적으로 접근할 문제…눈앞에 있는 것부터 잘하자”
윤종웅 회장은 동물복지 축산을 하고 있는 유럽에서도 닭진드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만큼 “안전에 대한 해결책도 동물복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닭진드기 문제가 더 심각한 폴란드의 동물복지형 농장을 직접 방문했던 경험도 소개했다.
윤종웅 회장은 동물복지는 장기적으로 가야할 문제라며 오히려 눈앞에 있는 기본적인 것부터 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농장에서 청소를 열심히 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소 등 기본적인 위생을 신경쓰지 않으면서 무조건 동물복지형을 추구한다고 하여 축산물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살충제 없이 닭진드기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계사 청소를 전제로 친환경제제, 물리적 방제 등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과도 일치하는 내용이다.
윤종웅 회장은 또한 수의사들의 관여하여 약을 사용하고 내성관리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농장주가 스스로 자가처방하여 약을 자유롭게 구입하여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안에서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동물복지 축산이 모든 것 다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생각 버려야”
이향기 소비자연맹 부회장 역시 “축산농장의 환경 개선이 추진되는 것은 기쁘지만 마치 동물복지 축산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정책으로는 정부가 오히려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향기 부회장은 “살충제 달걀 사태 이후 9월 6일에 관련 토론회가 열렸는데, 그 자리에서 동물복지 농장의 한계점도 많이 지적됐다”며 “이런 것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로 단순히 동물복지 농장 확대만 얘기하면 오히려 어려움에 부딪힐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또한 동물복지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개선, 인증기관의 전문성 확보 등도 강조했다.
“닭은 생명이고 자연의 일부…농장은 병실이 아니다, 의료만으로 제어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오만 버려야”
전진경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상임이사는 “동물복지가 완전한 답은 아니지만, 고병원성 AI 문제 해결과 안전의 답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복지 농장을 운영하는 분들이 동물에 대한 유대감이 높고 관리 의지가 크기 때문에 중요하다”며 “의료적으로는 단순하게 접근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닭은 생명이고 자연의 일부다. 농장은 병실이 아니다. 어떤 의료만으로 제어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오만을 버려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한 “부족한 지원에도 자신들의 의지로 동물복지 농장을 운영하는 분들과 동물복지 농장을 하겠다는 분들이 그리고 하겠다는 분들이 원하는 것에 대해 귀를 기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물복지 농장주 및 동물복지 농장을 준비하려는 농장주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카라는 지난 6일 동물복지 농장 정기교육에 참석한 동물복지 산란계·육계·오리 농가 및 동물복지 농장 준비 농장주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설문조사에서는 축산물 사육환경 표시제 도입에 대해 응답자 전원이 찬성했으며, ▲동물복지 축산농장 전환시 시설비 지원 ▲동물복지 축산물 홍보 및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또한, 응답자들은 대부분 동물복지 농장의 전망을 밝게 바라봤으며 차별화 된 홍보 및 사육환경 표시도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결국 결론은 하나…소모적인 논쟁 아닌 소통과 협력 필요한 시점
동물복지가 질병·안전 문제의 해결책인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은 다르지만 ‘동물복지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동물복지’라는 답은 정해져있는 것이다.
다만, 동물복지를 바라보는 시각과 추진하는 정책 방향, 그리고 속도에 대한 차이가 있을 뿐이다. 결국 같은 답을 놓고 동물복지가 해결책이 맞는지 아닌지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마치 고병원성 AI가 발생할 때마다 철새가 원인이냐 아니냐를 두고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지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국내에 없던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철새를 통해 국내에 유입되는 것도 사실이고, 특정 지역에 다닥다닥 모여 있는 농가들과 반(反)동물복지형 사육환경 및 농장관리, 낮은 방역의식이 초동방역 실패와 고병원성 AI확산으로 이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틀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AI발생 원인이 철새인지, 아니면 공장식 축산인지’를 두고 편을 갈라 싸우는 것은 소모적인 논쟁일 뿐이다. 오히려 어떻게 동물복지 농가를 확대하고 유입된 바이러스의 기계적 전파를 막을 것인지 함께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논쟁도 마찬가지다.
동물복지가 가축전염병의 해답인지 아닌지, 축산물 안전의 정답인지 아닌지를 두고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기보다 ‘동물복지 축산’이라는 대명제에 모두가 동의하는 만큼, 소통과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정책의 방향과 속도에 대한 생각의 차이를 좁히고 함께 협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