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 리스비 대납·연구비 편취 혐의 국립대 교수, 공판 열려
특가법 위반 뇌물죄 등 구속 기소..제자 2명엔 리스비 대납 주도 뇌물공여 혐의
대학원생 제자들로부터 외제차 리스비를 대납 받고, 연구용역의 인건비를 허위로 청구하는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국립대 수의과대학 교수 A씨가 재판에 넘겨졌다.
춘천지방법원 형사합의2부(이다우 부장판사)는 2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등으로 기소된 A교수와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제자 B원장, C원장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A교수는 파트타임 대학원생의 학위 이수 및 논문작성과정에서의 편의제공과 논문합격 판정을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공무원의 직무와 연관된 뇌물을 수수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학원생 제자 위주로 구성된 17명은 2011년말부터 39개월간 A교수의 외제차 리스비 5천여만원을 대납했다. 아울러 실험비, 논문심사비 등의 명목으로 대학원생 14명에게 합계 5,890여만원을 받았다.
A교수는 뇌물죄 외에도 관련 업체가 발주한 연구용역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대학원생 연구원의 인건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연구용역비를 착복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지급할 의사가 없는 연구원의 인건비를 청구하거나, 실제 실험에 참가한 비율보다 높은 참여율로 인건비를 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속 대학 산학협력단으로부터 5,5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것이다.
B, C원장은 학위과정 상의 편의와 논문합격 등 대가를 명목으로 외제차 리스비 대납을 주도한 혐의를 받아 뇌물공여죄로 기소됐다. C원장이 외제차 딜러를 소개하는 등 리스를 주선하는 한편, B원장 명의의 계좌에 돈을 모아 A교수에게 송금했다는 혐의다.
피고 측 `제자들의 선물로 출발..대학원생 아닌 참여자도 있어`
A교수 측 변호인은 이날 공판에서 전반적인 리스료 대납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포괄일죄 적용 여부와 일부 금액의 위법성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뇌물은 기본적으로 ‘나를 잘 봐달라’는 개별적 청탁이므로, 여러 명이 돈을 모아 전달했다고만 해서 이를 포괄일죄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쟁점은 십수명으로부터의 수수행위에 포괄일죄를 적용할 경우 금액합계가 3천만원이 넘어, A교수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적용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현행 특가법은 수뢰액이 3천만원 이상 5천만원 미만일 경우는 5년 이상, 5천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일 경우는 7년 이상의 유기징역 등 강하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리스비 대납 참여자 일부가 대학원생이 아닌 지인이라는 점도 문제 삼았다. 평소 수의학 자문 등으로 고마움을 느껴 참여했을 뿐 학위과정이나 논문심사 등의 대가성과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A교수 측 변호인은 “사건 발생 후 A교수를 비롯한 제자들 모두 (자동차 리스비 대납이) 뇌물이라는 시각에 대단한 저항감을 보였다”며 “지금은 수 차례에 걸쳐 설명해 잘못을 깨닫고 있지만 당초에는 청탁을 염두해 했던 것은 아니다”고 변론했다.
C원장 측 변호인도 “리스비 명목으로 송금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학위나 논문작성 과정에 편의를 제공했다거나 논문합격 여부에 대가성이 있다는 점은 부인한다”고 주장했다. 지도교수에게 감사하는 의미로 했던 일이며, 주도적인 입장에서 추진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A교수 측은 실험비, 논문심사비 등을 명목으로 대학원생들에게 돈을 요구했다는 혐의도 모두 인정하지는 않았다. 교수심사비 명목의 금액에 잘못된 관행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나머지 비용들은 실험기자재의 공동구매나 실험비용, 논문인쇄비, 학술지 게재비용 등의 대납성격에 불과하므로 금액별로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해당 비용이 석·박사 학위과정을 통과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지출이고, 타 실험실도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며, 타 대학의 동일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에 비해 오히려 낮은 편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A교수 실험실 운영에 관여한 대학원생, 대학원 외 리스비 대납 참여자 등을 대상으로 다음달 증인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