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재발 방지, 닭진드기 방제 대책 마련에 달렸다
낮엔 숨고 밤엔 흡혈, 폭발적 증식..종합 방제 · 약물관리 시스템 갖춰야
한국가금수의사회와 한국가금질병연구회가 19일 대전 라온컨벤션에서 공동 학술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닭진드기 문제를 조명한 김영인 수의사(한국엠에스디동물약품)와 윤종웅 가금수의사회장(팜씨큐)는 방제가 어려운 닭진드기의 특성과 해외 현황, 대응 방향을 소개했다.
방제하기 까다로운 닭진드기..전세계 `골머리`
이날 발표에 따르면, 닭진드기는 폭발적으로 증식할 뿐만 아니라 방제하기도 쉽지 않다.
적절한 온도와 먹이가 풍부한 계사 내에서는 알에서 성충까지 자라는데 7일이면 충분하다. 이론상 닭진드기 한 마리가 12주 동안 2억마리로 불어날 수 있을 정도로 번식력도 왕성하다.
어두운 밤에만 닭을 물고, 밝은 낮에는 계사구조물 틈새 등에 숨어지내는 점도 방제를 어렵게 만든다. 유충이나 약충은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3~6개월을 버틸 수 있다는 점도 까다롭다.
엄청나게 증식한 닭진드기들에 물린 닭들은 빈혈증상을 일으킨다. 잠을 잘 못 자고 가렵다 보니 사료섭취, 산란율이 저하된다. 살모넬라, 티푸스를 비롯한 각종 질병의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인체감염도 문제다. 닭진드기에 물린 작업자들이 심한 가려움증이나 약한 피부괴사 등의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김영인 수의사는 “지구온난화, 대량사육 환경으로 인해 닭진드기 문제가 심화되면서 유럽 양계농가의 유병율이 83%, 국내 농가는 94%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기르든 닭진드기는 온다..동물복지형 사육, 해법 아냐
김영인 수의사는 “사육형태별로 닭진드기의 감염정도나 피해액에 차이를 보인다는 연구결과는 보고된 바 없다”면서 모든 계사 환경에서 닭진드기 감염 문제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살충제 계란 이슈가 처음 터진 곳이 (동물복지형 축산이 많은) 유럽이라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 동물복지형 축산만 하면 진드기 문제가 해결될 거란 기대는 말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윤종웅 회장도 “케이지 면적을 늘리거나 개방형 케이지, 방사형 계사를 도입하더라도 닭진드기는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동물복지형 사육방식만으로 해결될 문제라면 케이지 사육이 10% 미만인 네덜란드나 독일에서 살충제 계란 문제가 붉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반문이다.
약품, 천적, 물리적 방제..`전문가 관리 시스템 만들어 통합 활용해야`
윤종웅 회장은 살충제 계란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닭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화학적 방제책에만 의존하면서도 약품 관리 시스템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빈 계사에 쓰도록 허가된 동물용의약외품을 닭에게 뿌리는 행태를 아무도 제지하지 못했다. 시스템의 사각 속에서 금지된 농약에도 손을 댔다. 특정 약물이 유행처럼 쓰이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내성 문제도 심각해졌다.
닭진드기 문제를 피할 수 없는 판국에 살충제 계란 문제가 재발되지 않으려면, 전문가에 의한 닭진드기 대응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종웅 회장은 “동물용의약품으로 등록된 구제제를 활용해 내성검사를 기반으로 수의사가 로테이션 처방하는 일본 모델을 참고할 수 있다”면서도 국내에 내성이나 잔류문제에서 자유로운 약재가 마땅치 않다는 어려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살충제 트랩과 닭진드기를 잡아 먹는 천적 진드기를 같이 사용하는 등 다양한 구제책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유럽의 최신 접근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문방제업체가 농가의 청소와 소독, 진드기 구제 등을 전문적으로 대행하는 유럽모델도 고려할 부분이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국립축산과학원 관계자는 “최근 닭진드기 방제책 관련 긴급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라며 “최대한 빨리 효과적인 방제책을 찾기 위해 현장 가금수의사 분들과 네트워크를 강화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