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상 대학원생들은 `열정페이`를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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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이 임상대학원생 열정페이 논란에 휩싸였다. 진료에 참여하는 대학원생들이 급여를 거의 받지 못하거나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급여를 받는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당 대학뿐만 아니라 상당수 다른 수의과대학 동물병원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진료에 참여하는 임상대학원생도 면허를 가진 엄연한 수의사고, 이들의 행위에 의해 매출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0원에서 수 십 만원의 급여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각 대학 동물병원 마다, 그리고 과마다 차이가 크다.

급여를 아예 못 받는 경우도 있지만 1년차부터 백 여 만원의 급여를 지급하는 곳도 있으며, 일주일 내내 진료에 참여하는 과도 있고, 일주일에 며칠만 진료에 참여하는 과도 있다. 모든 대학원생이 진료에 참여하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으며, 임상대학원과 별개로 별도의 수련의 과정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연차별로 급여가 달라지기도 한다.

임상대학원생의 진료수의사 신고 여부도 중요한데, 여러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에서 임상대학원생들을 진료수의사로 신고하지 않고 진료에 참여시키고 있다.

현행 수의사법 시행규칙은 진료수의사를 신고하도록 명시하고 있고, 이를 어길 경우 업무정지 처분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동물병원 진료에 참여하는 수의사는 모두 진료수의사로 신고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료수의사로 신고 된 수의사에게는 당연히 근로계약서 작성, 최저임금 지급, 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 지급 등을 보장해줘야 한다. 임금대장 및 입금내역, 퇴직 및 퇴직금 관련 서류 등도 1년 이상 보관·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항들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언론보도를 통해 이슈화 된 수의과대학은 현재 ‘대학생들의 진료 참여는 근로가 아닌 교육’이라는 입장과 ‘임상대학원생을 수련시킨다는 미명하에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해당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은 4년 전부터 임상전담인력을 채용하는 등 무급 진료인원을 없애고, 진료 참여인력에게는 부족하지만 일정량의 급여가 지급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전환하고 있었다. 그러나 진료에 참여하지 못하는 임상대학원생들의 불만이 존재했고, 최근 병원장 교체와 함께 모든 임상대학원생의 진료 참여가 다시 허용되면서 갈등이 재점화됐다.

배움, 경험, 교육’보다 기본적인 ‘근로기준 준수’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국 10개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에서 (임상대학원생이든 수련의든)진료에 참여하는 모든 수의사를 진료수의사로 신고하고, 근로계약서 작성·적정급여 지급 등 근로규정을 준수한다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하지만, ‘모든 진료 투입 인력을 진료수의사로 신고하고 제대로 근로규정을 지킬 수 있는 상황이 못 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진료를 하지만 적정 급여는 받지 못하는 작금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그래도 교육과 진료경험을 위해 진료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입장과 ‘그건 열정페이고 노동착취일 뿐’이라는 입장이 갈리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긴다.

과연 임상대학원생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실적인 이유로 적정 급여를 받지 못하더라도 진료에 참여하여 경험을 쌓고 싶을까? 아니면 그렇지 않을까.

즉, ‘진료 경험’과 ‘최소한의 급여’ 중 어떤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까?

이에 데일리벳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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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를 받지 못하더라도 진료 참여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77%의 응답자가 원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해당 설문조사의 경우 현재 수의과대학 임상 대학원생이거나 임상 대학원 출신 수의사, 임상 대학원 진학에 관심 있는 수의과대학 학부생들만 참여를 당부했으며, 7일 정오까지 총 447명이 참여했다.

결국 교육이든, 진료경험이든, 임상실습이든 어떤 단어를 제시하더라도, 상당수 대학원생은 정당한 근로의 대가를 받지 못하면서까지 진료에 참여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원생 본인이 ‘급여를 못 받거나 거의 받지 못하더라도 진료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는 얘기는 일부 대학원생에게 국한된 경우이고, 임상실습 참여 신청서에 스스로 서명했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주장은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등 근로관련 법을 안일하게 생각한 주장일 뿐이다.

“근로자성 인정되면 실습 신청서 의미 없어”

본지 칼럼리스트인 김건수 노무사는 “대학원생 활동의 실질이 교육에 있는 근로에 있는지가 쟁점이 될 사안이나, 근로자성(勤勞者性)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임상실습 신청서를 통해 무급진료에 합의했다는 문서도 법적 효력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의과대학병원에서 의사면허를 가지고 수련의로 근무하는 경우에도 병원 측의 지휘·감독 아래 출·퇴근시간의 제약을 받고 고정급 및 제수당과 일정급의 상여금을 근로의 대가로 지급받는다면 ‘수련의라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수의과대학 동물병원 수련의/전공의 제도 도입 시발점으로 삼아야

대전제는 임상대학원생 ‘피해 최소화’

또 한 가지.

이번 사태를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의 진료 시스템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의과대학의 경우, 대학병원에서 수련의/전공의 과정을 운영하고, 의학박사 등 학위 과정은 별개의 과정으로 운영된다. 즉, 대학원 과정은 말 그대로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고 학위를 취득하는 과정 일 뿐이고, 수련의/전공의가 진료에 참여하여 경험을 쌓는다.

그런데 전공의 과정이 없는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은 임상대학원이 마치 수련의/전공의 과정처럼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의 한계 역시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다.

10개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에서 하루아침에 수련의/전공의 제도를 도입할 수는 없다. 결국 당장 닥친 문제를 해결하고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으려면, 진료에 참여하는 임상대학원생들을 전부 진료수의사로 신고하고 적정 급여를 지급하든지, 아니면 진료에 참여시키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후자로 결론이 날 경우, 진료 인력 부족으로 동물병원이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진료 경험’을 원하는 임상대학원생들 역시 피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현재 임상대학원에 다니는 재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 한다’는 대전제가 필요하다.

복잡한 사항이지만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사건이 외부로 공개되고 이슈화 된 만큼 ‘불법을 없애고 수의과대학 동물병원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계기’로 삼아야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진료에 참여하는 수의사는 근로자성이 인정 된다는 점 ▲ 임상대학원 재학생, 임상대학원 진학예정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 등 2가지 사항을 반드시 명심해야겠다.

[사설] 임상 대학원생들은 `열정페이`를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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