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 `갈 길 멀다` 반려동물·축산도 인식 개선 시급

동물 소유주가 항생제 자가사용, 반려동물은 통계도 없어..범정부 원헬스 대응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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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항생제 내성주간을 맞아 정부가 항생제 내성 인식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축산업계에 자가진료로 인한 항생제 오남용 우려가 여전하고, 반려동물의 항생제 사용 실태는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14일 서울 더리버사이드호텔에서 제1회 항생제 내성 예방주간 행사를 개최했다. 기념식에 이어 제3차 항생제 내성 포럼이 열려 항생제 내성균 확산 차단과 원헬스(One-Health) 차원의 접근법을 논의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5년부터 11월 셋째주를 ‘세계 항생제 내성 인식주간’으로 지정, 항생제 내성 극복을 위한 사람·동물·환경 분야의 노력을 촉구한데 따른 것이다. 

14일 서울 더리버사이드호텔에서 열린 항생제 내성 포럼
14일 서울 더리버사이드호텔에서 열린 항생제 내성 포럼


국내 항생제 내성 문제 심각..인식 개선 시급해

이날 당국은 의사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항생제 내성 인식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의사 864명이 참여한 이번 조사에서, 항생제가 필요없는 상기도 감염으로 내원한 환자 중 항생제 처방을 요구한 비율(5점 척도 기준 3.3점)과 감기처럼 항생제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도 항생제를 처방하는 경우(10점 척도 기준 4.4점)가 높게 나타났다.

일반인 대상 조사에서도 ‘항생제 내성 문제가 심각하다’는 응답(75.8%)과 ‘항생제 복용이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56.4%)’, ‘항생제 복용 기간 중 증상이 좋아지면 처방된 항생제를 임의로 중단해도 된다(67.5%)’ 등 잘못된 인식이 괴리를 보였다.

항생제 내성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종(CRE)이 올해 6월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돼 신고가 의무화되자, 6~10월 동안에만 4천건이 넘게 보고됐다.

이날 한 포럼위원은 “항생제 내성균 검출이 어려운 일선 의원이나 요양병원들을 고려하면 실제 내성균 수치는 더 높을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토착화(Endemic)된 것 아니냐는 과감한 지적이 나올 정도”라고 꼬집었다.


사람-동물 항생제 내성 연결되지만..동물 쪽은 무방비 가깝다

그나마 항생제 처방이 의사에게 일임돼 사용실태가 정확히 파악되고 내성균 발생 시 대응체계가 잡혀나가는 인의와 달리, 수의축산분야의 대응은 걸음마 단계다.

농림축산검역본부를 중심으로 축산농가와 축산물의 항생제 내성 실태를 표본조사하고, 항생제 판매량을 모니터링하는데 그치고 있다.

축산농가나 반려동물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가 없는 것은 물론, 수의사처방제 대상으로 지정된 일부 성분을 제외하면 동물소유주가 마음대로 항생제를 사용할 수 있는 제도적 한계가 지적된다.

항생제 내성포럼 원헬스 분과위원장을 맡은 연세대 의대 정석훈 교수는 “동물에게 사용되는 항생제 대부분이 사람에게도 쓰이는 동일한 성분으로 ESBL 생성 장내세균 등 항생제 내성 문제에서 인간과 가축, 반려동물이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축수산 분야의 항생제 판매량은 파악되고 있지만, 반려동물에 쓰이는 항생제는 사용실태에 대한 통계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정태성 경상대 수의대 교수는 “축수산업계와 반려동물에서 사용되는 항생제 대부분이 당국의 감시에서 벗어나 있다”며 “수의사들도 항생제 처방에 주의해야 하겠지만, 축수산업자가 항생제 내성문제에 인식을 같이 하지 않고서는 사용량 저감은 요원하다”고 덧붙였다.


다부처 참여하는 원헬스 연구지원 기획..2019년 도입 기대

이날 포럼에서 질병관리본부 이광준 연구관은 “복지부와 농림부, 해수부, 환경부, 식약처, 과기정통부가 참여하는 다부처 공동대응 사업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중보건과 연계된 동물, 환경분야의 항생제 내성 감시체계를 강화함과 동시에 범정부차원의 원헬스적 대응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사람-동물-환경 간 항생제 내성기전의 발생과 상호 전파경로를 규명하는 연구를 지원하고, 부처간 거버넌스를 강화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 연구관은 “올해 7월부터 각 부처 담당관이 모여 공동기획과제를 준비하고 있다”며 “각 부처가 협력대응해야 하는데 전반적인 공감대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기획단계에 있는 다부처 공동대응 사업은 2019년 도입 여부를 내년에 결정할 예정이다.

내성문제에 대응할 정부조직이 미흡하다는 점도 과제다. 그나마 1개과(약제내성과)를 배치한 복지부와 달리 농림부나 해수부는 산하기관(검역본부, 수산과학원)의 연구직 1~2명이 모든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태성 교수는 “내성문제를 두고 일사분란하게 일할 정부 체계가 아직 없다”며 “정부 내에 거버넌스 환경을 어떻게 마련할 지가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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