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한 유명 동물방송의 ‘강아지 공장’ 편이 방송되면서 ‘동물생산업(번식업)’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 이후 동물생산업 허가제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동물보호법 개정 서명운동에 며칠 만에 수십만 명이 동참하고, 동물보호단체와 수의사단체가 함께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도 했다. ▲반려동물 번식장 전수 조사 실시 ▲불법 번식장 벌금 상향 ▲반려동물 보호자의 자가진료 금지 ▲농식품부 내 동물보호 전담부서 설치 등이 주요 요구 사항이었다.
국회에서도 법 개정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동물보호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고, 정부도 발 빠르게 대응하여 동물보호단체와 간담회를 개최하고 동물생산업 전수 조사를 시행하는 등 법개정이 속도를 냈다.
하지만 반대 움직임도 거셌다. 동물경매장 업주를 중심으로 모인 반려동물 산업 종사자들이 여러 차례 거세게 동물보호법 반대 시위를 펼쳤으며, 동물보호법 개정을 주도하는 동물보호단체와 국회의원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도 이어졌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 ▲동물생산업 허가제 전환 ▲동물학대 행위 처벌 강화 ▲동물관련 영업 신설 등의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내년 3월 시행된다. 반려동물에 대한 주인의 진료행위(자가진료)도 금지됐고, 부족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보호조직도 강화됐다.
동물보호법 시행령, 시행규칙 입법예고 중…수의사 관련 내용 있는데 관심은 ‘zero’
동물보호법이 개정됐다고 다 끝난 게 아니다. 법에 담을 수 없는 세부적인 내용은 시행령, 시행규칙에 담는다. 그리고 현재 개정 동물보호법에 대한 시행령, 시행규칙(안)이 만들어져서 입법예고 되어 시민들의 의견을 묻고 있다.
동물미등록시 1차 적발부터 2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현재는 1차 적발시 경고), 목줄 등 반려견에 대한 안전장치를 하지 않았을 때 과태료도 상향됐다. 일명 ‘펫파라치(독파라치)’라고 불리는 신고포상금제도에 대한 기준도 구체화되는 등 많은 내용이 담겼다.
특히, 일선 동물병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들도 여러 가지 담겼는데, 정작 수의사들의 관심은 없는 것 같아 걱정이다.
당장, 동물병원에서 동물 미용과 호텔링 서비스를 하는 곳은 별도로 영업등록을 하고 시설 기준을 갖춰야 한다. 동물미용업과 동물위탁관리업이 새로 신설됐기 때문이다.
동물미용업의 경우 미용작업실과 동물대기실, 고객응대실을 분리해야 한다. 동물병원을 하는 경우에는 동물 대기실과 고객 응대실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다. 소독기·자외선살균기 등 미용기구 소독장비를 갖추고 소독한 미용기구와 소독하지 않은 미용기구를 구분해서 보관해야 한다. 또한, 낙상을 예방하기 위한 고정장치를 갖춰야 하고 동물목욕에 필요한 충분한 크기의 욕조와 급·배수시설, 냉·온수시설, 건조기를 갖춰야 한다.
동물위탁관리업은 ‘소유자의 위탁을 받아 영업장 내에서 일시적으로 동물을 사육·훈련 또는 보호하는 영업’을 뜻한다. 동물훈련소와 호텔링을 하는 곳이 등록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동물병원이 호텔링서비스를 제공하고, 보통 입원장을 이용해 동물을 맡아 보호한다. 하지만, 이제 동물위탁관리업이라는 새로운 영업이 신설되고 시설규정이 마련된 만큼 시설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당장, 위탁관리하는 동물을 위한 개별 휴식실이 있어야 하고, 동물이 영업장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이중문과 장문장치를 해야 한다. 또한, 동물병원 입원실과 동물 위탁관리실이 분리되거나 구획되어야 하며, 동물의 상해 또는 위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폐쇄회로 녹화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개·고양이 20마리당 1명 이상의 관리 인력도 확보해야 한다.
게다가 반려동물 관련 영업자에 대한 보수교육 규정까지 신설(매년 1회 3시간)됐으므로, 동물병원 원장이름으로 동물미용업과 동물위탁관리업 등록을 하게 되면, 수의사 연수교육(10시간)에 영업자 보수교육까지 이수해야 할 수도 있다.
여러 차례 TF회의를 거쳐 정해진 내용이지만 아직 100% 확정된 것은 아니다. 12월 26일까지 입법예고된 법안을 보고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과연 동물병원 입원장에 CCTV가 다 설치되어 있을까?, 또한, 수의사 연수교육 이외의 보수교육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걸까?.
만약 그렇지 않고, 이런 규정이 불필요한 규제라는 판단이 든다면 관심을 갖고 입법 예고된 동물보호법 시행령/시행규칙을 자세하게 살펴보자. 버스가 지나간 뒤에 “왜 수의사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이런 법을 만들었나?”하고 불만을 제기하는 건 의미 없는 일일 뿐이다.
이번 동물보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의견이 있을 경우 12월 26일까지 통합입법예고시스템(클릭)을 통하여 온라인으로 의견을 제출하거나 의견서를 작성해 농림축산식품부 축산환경복지과로 제출할 수 있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축산환경복지과(044-201-2362)로 문의할 수 있으며, 농림축산식품부 홈페이지(클릭)에서 입법예고된 개정안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