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수의학 특집③] 통일돼지는 잘 지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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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4월 27일(금) 판문점에서 개최됐다. 이날 발표된 판문점 선언에 ‘각계각층의 다방면적 교류·협력 활성화’가 담기면서, 남북의 수의학 교류 재개 가능성이 언급된다.

우리나라 수의계는 2000년대, 당시 대한수의사회장이던 이길재 회장의 건의를 현대그룹이 받아들여 시작된 ‘통일농수산협력사업’에 참여한 바 있다. 수의사, 사료회사, 종돈회사 등이 협력하여 금강산 지역에 3개·개성공단 지역에 1개의 양돈장을 건설하고, 양돈사업팀 소속 수의사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북한의 양돈장을 방문하여 점검·지도했다.

평양에도 대규모 양돈장 건설이 추진됐으나 2010년 이후 남북관계가 냉각되며 모든 논의가 중단됐다.

이번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간의 교류가 다시 시작되면, 수의분야 교류도 재개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데일리벳에서 ‘건국대 북한축산연구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자료와 ‘북한의 수의방역 현황(KDI-한국개발연구원), ‘북한축산의 잠재력과 납북협력을 통한 북한축산의 발전방향(한국국제농업개발학회)’, 탈북 수의사 자료 등을 바탕으로 ‘북한 수의학 특집’ 시리즈를 연이어 게재한다.

①북한 수의대 및 수의방역조직(기사 – 평성수의축산대학, 연간 300명 수의사 배출)②북한의 수의축산현황(기사-반려동물 개념 없고,우리나라보다 토끼 80배多)에 이어 이번에는 과거 진행된 ‘남북한 수의학 교류’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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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금강산 3개 및 개성지역 1개 등 총 4개의 양돈장 건립

양돈장 건설부터 공사, 교육, 입식, 사양관리, 방역실태 점검까지..

한 달에 한 번씩 북한 양돈장 방문한 우리나라 수의사들

과거 진행된 가장 대표적인 수의학 교류는 역시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양돈사업팀이 진행한 ‘양돈장 협력사업’이다. 사업단은 2005년부터 금강산 지역 3곳에 양돈장을 신축하고, 그 이후 양돈장 직원 교육 및 컨설팅을 진행했다.

2003년부터 민간 차원의 사료 지원은 있었지만, 사업단이 진행한 사업은 아예 양돈장 축사를 새로 짓는 사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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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성북리 양돈장에는 2005년 10월 신축돈사가 완공되어 우리나라 종돈 26두가 공급됐다. 2007년 6월 기준 자돈육성돈 240두, 성돈 27두까지 개체수가 늘었다.

금강산 금천리 양돈장의 경우, 2005년 11월부터 부지 선정이 추진되어 2006년 10월 총 400두 규모의 신축 양돈장이 건립됐다. 2007년 3월 우리나라의 종돈, 후보돈 56두가 입식 됐다. 2007년 3월 기준 웅돈 6두, 순종 22두, 후보돈 25두, 자돈 250두, 육성돈 200두 등 총 500여 두의 돼지가 있었다.

금강산 삼일포리 양돈장의 경우, 2005년 11월 부지 선정이 추진되어 2006년 10월 총 200두 규모의 신축 양돈장이 건립됐다. 2007년 3월 육성돈 30두가 입식 되어 2008년 3월 90여 두의 돼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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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돼지 아시나요?

2006년 4월 7일 금강산 북고성군 성북리 양돈장에서 통일돼지 11마리가 태어났다. 2005년 10월 (주)다비육종이 통일농수산사업단을 통해 기부한 웅돈과 후보돈이 교배하여 낳은 첫 새끼돼지다.

우리나라가 보낸 돼지를 두고 북한 사람들이 “월북돼지”라고 부른 것도 재미난 일화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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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지역 3개(성북리, 금촌리, 삼일포리) 양돈장 이외에도 개성에도 ‘봉동리 양돈장’이 건립됐다.

거기에 2007년 10월 열린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로 평양에도 5천두 규모의 양돈장을 남북이 공동으로 설립하고 공동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실무회담도 세 차례 열렸다.

하지만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모든 교류가 끊기고 사업 진행도 멈췄다. 평양에는 결국 공동 양돈장이 건립되지 못했다.

금강산지역 3개 양돈장 소식은 2009년 이후 알 수 없게 되었다. 돼지들은 몇 마리나 남아있는지, 양돈장은 잘 관리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과연 통일돼지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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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우리나라 수의사들은 북한에 매달 방문하여 ▲신규입식돈 교육 ▲임신돈 관리 교육 ▲종돈 입식 준비 교육 ▲교배 관련 교육 ▲생산관리, 사료관리 관련 교육 ▲기록 관련 교육 등 다양한 주제의 교육을 진행했다.

각 양돈장에는 3~4명의 북한 관리인력이 있었는데, 수의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통일농수산사업단 양돈사업팀장을 활동했었던 김준영 수의사(사진)에 따르면, 당시 남북간 검역 규정이 없어서 돼지를 보내고 북한을 방문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양측 정부의 이해와 협조를 바탕으로 최고 수준의 종돈과 후보돈을 여러 차례 보낼 수 있었다. 그 뒤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점검까지 했었기에 2009년까지 금강산지역 양돈장 돼지들은 특별한 질병 없이 사육될 수 있었다.

김준영 수의사는 “북한의 수의사들은 의지는 많으나 현실적인 여건이 따라주지 못해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며 “남북 수의분야 교류를 통해 할 수 있는 사업이 많다”고 말했다.

광견병은 ‘미친개병’, 오제스키병은 ‘가짜미친개병’

사업단은 우리나라 수의학 용어와 북한 수의학 용어를 조사·비교하기도 했었는데, 용어 차이가 컸다.

예를 들어, 광견병은 북한에서 ‘미친개병’으로 불리고, 돼지 오제스키병은 ‘가짜미친개병’으로 불린다. 오제스키병이 과거에 가성관견병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돼지열병(과거 돼지콜레라) 역시 북한에서 ‘돼지페스트’라고 부른다. 이외에도 햄버거를 고기겹빵으로, 삼계탕을 닭곰으로, 육개장을 소단고기국으로, 라면을 꼬부랑국수로 부를 정도로 용어 차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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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통일농수산사업단만 축산분야 협력사업을 펼쳤던 것은 아니다.

통일농수산사업단의 금강산지역, 개성지역 양돈장 건립 사업 이외에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도드람양돈조합, 경기도, 제주도, 굿네이버스, 새마을운동중앙회, 한국대학생선교회에서 양돈기술 지원, 사료지원, 소독약 등 동물용의약품 지원, 젖소 지원, 닭 지원, 계사 설치, 유산양 지원, 농기계 지원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친 바 있다.

[북한 수의학 특집③] 통일돼지는 잘 지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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