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사육시설`에서 `사설 보호소` 제외,계속되는 `조삼모사` 정책

청와대, 20만 넘은 한나네보호소 청원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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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한나네 보호소 폐지를 막아달라는 국민청원에 청와대가 응답했다. 대구 한나네보호소에 내려진 ‘사용중지 명령’은 곧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환경보호를 위한 ‘가축분뇨법’ 적용에 ‘예외’를 만드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사설 보호소는 개 사육시설 아니야…따라서 가축분뇨법 적용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19일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한 김혜애 대통령비서실 기후환경비서관은 “환경부에서 동물의 구조와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보호시설은 가축분뇨법상 분뇨배출시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고 말했다. 

즉, ‘분뇨배출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행정처분 대상이 되는 ‘개 사육시설’에서 한나네 보호소 같은 ‘사설 보호소’는 제외된다는 것이다. 

김혜애 비서관은 “이러한 유권해석이 환경부에서 지자체로 전달될 예정이므로, 한나네 보호소에 대한 사용중지 명령은 지자체에서 곧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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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네보호소는 왜 철거 위기를 맞았나

그렇다면, 한나네보호소는 왜 폐쇄 위기를 맞았을까? 

대구 한나네보호소는 지난 2003년 설립된 사설 유기동물 보호소로 약 1500㎡ 부지에 현재 약 250여 마리의 유기동물을 보호 중이다. 

현행 가축분뇨법에 따르면, 60㎡ 이상 면적의 ‘개 사육시설’은 가축분뇨배출 시설을 갖춰야 하는 ‘신고대상시설’이지만 한나네보호소는 신고하지 않았다. 또한, 보호소의 위치가 가축을 사육할 수 없는 ‘가축사육제한구역’이라는 점도 문제가 됐다.

이에 대구 동구청은 지난 4월 17일 한나네보호소에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가축분뇨법) 위반’에 대한 1차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5월 13일 ‘유기견 보호소 폐지를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게시됐고, 이 글에 청와대와 환경부가 ‘응답’함에 따라 한나네보호소는 폐쇄 위기를 넘기게 됐다.

6월 12일 마감된 이번 청원에 참여한 사람은 총 226,252명이었다. 

가축분뇨법 시행→유예기간 연장→유예기간 재연장에서 ‘개 사육시설’은 제외→ ‘개 사육시설’에서 ‘보호시설’은 제외 

이어지는 ‘조삼모사’ 정책 

한나네보호소는 지자체 보호소가 아닌 사설보호소이기 때문에 지자체 지원 없이 보호소 소장과 일반 봉사자들의 후원·봉사로 운영된다. 2014년 말에는 화재로 인해 큰 피해를 보기도 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꿋꿋이 동물보호 활동을 이어 온 보호소와 봉사활동자들 입장에서는 이번 청와대 답변이 천금같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250여 마리의 동물도 갈 곳을 찾아 헤매지 않게 됐다. 분명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환경보호를 위해 시행하는 정책에 예외 규정을 두는 것이 장기적으로 과연 옳은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극단적으로 당장 “(개농장 개와 달리) 유기동물 보호소의 개는 똥오줌도 안 싸고, 환경오염도 안 시키느냐?”는 비난이 생길 수 있다. 

반대 여론이 생길 때마다 예외를 허용해 주는 정부와 국회의 태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매번 ‘비난 여론 막기’에 급급하며 예외 조항을 만들다 보니 자꾸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그 부작용에 대한 ‘예외 규정’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도, 2014년 가축분뇨법 개정 당시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정책 변경이 있었고, 대부분의 정책 변경은 ‘반대 여론’을 잠식시키기 위한 ‘조삼모사’식 방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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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공장, 개농장 잡으려다가 ‘사설 보호소’ 폐지시킬 뻔한 국회·동물보호단체 

2014년 가축분뇨법 개정안은 ‘고농도의 수질오염물질인 가축분뇨를 효과적으로 관리하여 환경보전에 기여할 필요가 있어서’ 발의됐다. 그리고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던 무허가·미허가 축사를 양성화하는 계획도 담겼다. 대부분의 무허가 축사들이 분뇨처리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초, 1년 뒤인 2015년 3월부터 시행하려고 했으나, 축산 농가들의 반발이 있었고, 3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하여 2018년 3월 25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축산단체들이 ‘유예기간 3년 추가 연장 및 관련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여 강력하게 반발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의 국회 앞 천막농성장에는 당 대표, 국회의원, 장·차관 등 주요 인사들이 다녀가기도 했다. 

결국, 국회 환노위와 환경부는 ‘무허가축사 적법화’의 유예기간을 재연장 해주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바로 일부 동물보호단체들이 ‘유예기간 재연장’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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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가축분뇨법 시행 연기’에 반대한 일부 동물보호단체들은 “가축분뇨법을 시행하여 개농장을 폐쇄하라”며 “가축분뇨법의 시행 연기 개정에 반대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리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소속 일부 국회의원도 이에 동조하며, 국회 내에서 ‘유예기간 재연장’에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개 사육시설에 개농장, 강아지공장만 있는 게 아니라, 사설 유기동물보호소도 포함되기 때문에, 분뇨처리시설을 갖추지 못한 사설보호소들도 폐쇄대상이 될 수 있다”며 동물보호단체 활동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었지만, 결국 ‘개 사육시설’을 제외하고 나머지 축종에 대해서만 유예기간을 재연장해주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국회 환노위 회의에서 ‘개 사육시설’ 때문에 유예기간 재연장에 대한 합의가 진행되지 않자 하태경 의원이 “개 사육시설은 제외하자”고 의견을 냈고, 그대로 여야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개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도 들어가지 않아 허가대상이 아니므로, 개 사육시설의 유예기간을 재연장하는 것은 가축분뇨법의 취지에 어긋나므로 개 사육시설은 제외되었다”고 설명했다.

우려가 현실로…사설 보호소에 내려진 행정명령 

그렇게 가축분뇨법 개정안은 ‘개 사육시설’에 대해서만 3월 25일부터 시행됐다. 그리고 일각에서 우려를 표한 것처럼 개농장, 강아지공장뿐만 아니라 ‘사설 유기동물보호소’도 적용 대상이 됐고, 한나네보호소에 행정명령이 내려졌다. 

가축분뇨법으로 강아지공장, 개농장을 잡으려다가 사설보호소를 문 닫게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당장, 사설 유기동물보호소가 폐쇄되면, 보호 동물들은 갈 곳이 없어진다. 다른 사설보호소에서 수백 마리의 동물을 떠안기도 어렵고, 지자체 보호소에 가게 되면 일정 공고 기간 후 안락사된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청와대 청원, 그리고 또 생겨난 ‘예외 조항’ 

강아지공장, 개농장을 잡으려다 ‘사설보호소’로 불똥이 튀자, 이번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청원글이 올라왔고, 20만 명 이상이 참여하자, 청와대와 환경부가 ‘개 사육시설에서 보호소 제외’라는 카드를 들고나왔다.

“개 사육시설은 동물을 판매하기 위해서 사육하는 시설이지만, 동물보호시설은 보호해서 입양시키기 전까지 보호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목적이 다르다”는 명분이다. 

개 사육 목적이 다르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지나 

동물보호법에 별도의 ‘사설 보호소 가축분뇨 처리 규정’ 신설? 뭐하러 가축분뇨법 유예기간 연장에서 ‘개 사육시설’ 제외했나

환경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앞으로 사설보호소는 가축분뇨법 적용을 받지 않게 됐다. 가축분뇨처리시설을 갖추지 않아도 되며, 가축사육제한구역에도 보호소를 운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사설보호소의 악취, 소음, 분뇨에 의한 환경오염 문제는 그대로 남게 된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 

이에 대해 김혜애 기후환경비서관은 “동물보호법을 개정해서 동물보호소의 분뇨처리나 보호소 관리에 대한 입법적 보완이 꼭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으며, 최재관 농어업비서관은 “사설 동물보호시설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동물보호법을 통해 사설보호소 가축분뇨 처리에 관한 규정을 다시 만들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2가지 상황에 따른 문제가 또 발생한다.

첫째, 동물보호법상 사설보호소 가축분뇨 처리 규정을 가축분뇨법과 똑같이 만든다면, 결국 가축분뇨법 적용 시기를 늦춰준 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게 된다. 가축분뇨법 유예기간 재연장 당시 ‘사설 보호소’를 제외하지 않았으면, 굳이 동물보호법 개정을 하지 않아도 됐을 일인 것이다.

강아지공장, 개농장 폐쇄에만 눈이 멀어 ‘사설보호소’에 닥칠 문제를 깊게 돌아보지 못해 발생한 ‘이중 행정’이다.

가축분뇨법 유예기간 재연장에서 ‘개 사육시설’을 제외해달라고 주장할 때, 사설 보호소에 대한 고려를 해야하지 않았을까?

게다가 강아지공장, 개농장은 이미 ‘가축분뇨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의 해결책도 진행 중이다. 강아지공장 문제 해결을 위해 ‘동물생산업 허가제’가 시행됐고, 개식용 문제 해결을 위해 ‘개농장의 단계적 폐쇄와 농가지원 방안’, ‘개식용 금지’에 대한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둘째, 동물보호법상 사설보호소의 가축분뇨 처리 규정을 가축분뇨법보다 완하한다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환경보전’이라는 가축분뇨법의 개정 취지가 손상된다.
 

사설 유기동물 보호소의 안타까운 상황을 해결해주기 위해 방법을 찾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조삼모사’식 대응 때문에 예기치 않은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청와대 김혜애 비서관과 최재관 비서관은 “근본적이고 근원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며 결국 유기동물 발생이 줄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동물등록제 정착, 유기동물에 대한 입양 문화 활성화,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조성 등을 통해 유기동물이 생겨나지 않아야 사설보호소 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해서 이런 ‘땜질식 대응’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

`개 사육시설`에서 `사설 보호소` 제외,계속되는 `조삼모사`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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