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보건연구원에 공중방역수의사를 배치한다?
입법조사처, 배치 필요성 주목..가축방역업무로 한정한 현행법 개정이 먼저
환경부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국립야생동물보건연구원에 공중방역수의사를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야생동물 질병 관리가 가축전염병과도 연계되어 있는 만큼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조인력으로 공중방역수의사를 활용하겠다는 아이디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3일 발간한 2018 국정감사 정책자료에서 “야생동물 질병대응 업무에 공중방역수의사 배치가 요구되고 있다”며 관련 법개정을 필요성을 지목했다.
광주광역시에 들어설 환경부 산하 국립야생동물보건연구원은 국가 야생동물 질병관리 정책을 뒷받침할 진단연구 전문기관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나 농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와 비슷한 역할이다.
입법조사처는 야생동물보건연구원 업무에 대한 환경부의 연구용역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야생동물 질병예찰 업무에 공중방역수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원 자체인력만으로 전국에서 접수되는 신고처리를 전담하기 어려우므로 보조인력이 필수적인데, 여기에 공중방역수의사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생생물법에서 지정한 야생동물 질병 139종의 대부분이 가축에도 감염되는 질병인 점 등 야생동물 질병관리가 가축전염병 관리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도 명분이다. 가금의 방역관리는 농식품부가, 철새의 방역관리는 환경부가 담당하는 고병원성 AI가 대표적인 예다.
위 보고서는 전국 환경부 산하기관에 36명의 공중방역수의사를 배치하는 것을 1안으로, 기존 배치를 유지하되 야생동물보건연구원이 필요한 시료수집이나 질병대응 등을 담당업무에 추가하는 것을 2안으로 제안했다.
잔여인력은 있지만..공중방역수의사법 개정이 전제조건
병무청이 매년 선발하는 수의사관 후보생 중에서 공중방역수의사로 임관하는 인원은 연 150명 선. 모든 남자 수의대생이 수의사관에 선발될 수는 없는 실정이다.
입법조사처는 “수의사관후보생으로 선발되지 못한 졸업예정자 잔여인력이 있으므로 야생동물 질병관리를 위한 공중방역수의사 배치를 병무청과 협의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 전제조건으로 공중방역수의사법 개정을 지목했다.
현행 공중방역수의사법은 가축전염병예방법 및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른 가축방역·검역·축산물위생관리업무를 공중방역수의사의 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이외의 업무에는 아예 종사할 수 없도록 못을 박았다.
때문에 입법조사처도 “공중방역수의사법과 병역법을 개정해 야생동물보건연구원에 공중방역수의사를 배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연구원의 성격이 국가기관이 될지 공공기관이 될지를 두고서도 ‘(공중방역수의사가 배치되려면) 국가기관으로 지정돼야 하므로 환경부-행안부 간 관련 협의를 지켜봐야 한다’고 전제했다.
선발인원 늘면 좋지만..업무범위 조정 등에 부작용 우려도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이 현실화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 담당하는 가축방역업무만을 두고서도 ‘공중방역수의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공중방역수의사 증원을 원하는 농식품부와 난색을 표하는 병무청 사이에는 매년 알력다툼이 벌어진다. 고병원성 AI나 구제역으로 큰 피해를 입은 해에는 30~40여명 가량 증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다. 대부분 연간 150명에 고정된다.
공중방역수의사의 업무범위를 조정해야 한다는 점을 두고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한 수의계 관계자는 “지금도 동물보호업무 등 공중방역수의사법을 어긴 업무지시가 현장에서 횡행하는 상황”이라며 “만약 본격적으로 업무범위를 조정하려 들면 별별 업무를 다 공중방역수의사에게 넘기려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장의 편의만 찾다가 공중방역수의사 도입의 취지가 흐려지면, 병역대체 비율을 줄이는 기조 하에 공중방역수의사 제도 자체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공중방역수의사협의회 관계자는 “야생동물 질병관리에 공중방역수의사 배치가 현실화되기는 어렵다고 본다”면서도 “만약 추진된다면 업무범위 조정과정에 부작용이 없다는 전제 하에, 공중방역수의사 인원을 늘리는 효과 자체는 수의과대학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