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반려동물병원은 무한 경쟁에 직면해 있습니다. 수의사·동물병원의 폭발적 증가, 신규 개원입지 포화, 보호자 기대수준 향상, 경기불황 등이 동물병원 경영을 점차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병원 경영 여건 악화는 비단 수의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의료계 역시 1990년대 중반 이후로 비슷한 문제를 겪으며 병원 경영의 차별화 전략을 고민하게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진료과목의 전문화’가 급속도로 이뤄졌습니다.
이미 내과, 안과, 피부과, 정형외과, 신경과 등 전문의 제도가 도입된 인의 쪽에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더욱 전문화하고 있습니다. 성형외과의 경우 지방흡입전문, 모발이식전문, 얼굴뼈 전문에 이어 다크서클 전문 성형외과까지 등장 할 정도입니다.
특정 전문 진료과목에 초점을 맞춘 전문병원이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는 종합병원보다 경영 효율성 개선에 훨씬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임상 수의계를 돌아보면, 아직 전문의 제도는 없지만, 임상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수의사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사실상 특정 진료 분야 전문 수의사(전공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의계도 이제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는 동물병원보다,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자신 있는 분야에 집중하여 그 진료과목을 특화한 ‘전문진료 동물병원’ 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에 따라 데일리벳에서 특정 진료과목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전문진료 동물병원’을 탐방하고, 원장님의 생각을 들어보는 ‘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를 시리즈로 준비했습니다.
그 27번째 주인공은 최근 청담동에 문을 연 ‘청담리덴 동물치과병원’입니다. 리덴동물치과병원의 조희진 원장은 수의사이자 치과의사 면허를 가지고 있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데일리벳에서 리덴동물치과병원 조희진 원장(사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Q. 수의사 인터뷰 공통질문이다. 어떻게 수의사가 됐나?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해서 수의사나 사육사 같은 동물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10살 때부터 강아지를 키웠는데, 대학 입시 즈음에 노령견에 접어들었다. 아픈 동물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수의대에 진학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힘들 때가 있지 않나? 그럴 때 동물을 통해서 힐링을 받을 수 있었다. 동물과 가깝게 지내고 싶어서 수의대에 진학했다.
Q. 수의대 졸업 후 치전원에 진학했는데.
수의대에 진학한 뒤 동물과 함께 있는 게 정말 좋았다. 하지만, 동물병원은 아픈 동물들이 오는 곳이다. 아픈 동물을 돌보는 건 보람 있는 일이었지만,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동물을 보는 게 참 힘들었다. 동물에 대해 좋은 이미지만 가지고 수의대에 진학했던 것 같다.
그래서 수의학 분야 중에서 동물의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 분야가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런 분야는 기초연구 분야였는데, 개인적으로 기초보다 임상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임상에 대한 열망으로 치전원에 진학하게 됐다. 당시 수의치과 분야는 생소했다.
Q. 전문의(통합치의학과전문의)까지 취득했는데, 공부 과정이 힘들지는 않았나?
배우는 걸 워낙 좋아해서 공부가 힘들지는 않았다. 치전원 졸업 이후 대학원에서 교정과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통합치의학과전문의 자격까지 취득했다.
Q.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어떻게 동물치과병원을 열게 됐나.
치과의사가 된 뒤 임상을 하면서도 수의사와 치과의사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계속 고민했었다.
2가지 전문지식을 동시에 활용하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였기 때문이다. 동물에 대한 지식을 활용해 사람 치과 치료에 적용하는 것이든 치과의사 지식을 활용해 동물에 적용하는 것이든 말이다.
6년 전에 처음 수의치과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2개 분야를 어설프게 접목하기는 싫었다. 제대로 접목하기 위해서는 2가지 분야를 모두 깊게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 치과 임상에 더 집중하고자 노력했고 약 9년간 사람 치과 임상에 종사했다.
Q. 그렇다면, 수의치과를 위한 노력에는 무엇이 있었나.
ISVPS*(구 ESVPS) 고양이 치과 과정을 이수했다. 직접 이탈리아에 가서 이론 수업과 웻랩 강의를 들었다. 미국에서도 익스턴십을 했다. 샌디에이고에 있는 Veterinary Dental Specialties & Oral Surgery에서 했는데, 거기에 계신 브룩 니믹(Brook Niemiec)* 수의사가 미국수의치과전문의이자 유럽수의치과전문의이다. 레지던트 양성 기관이었는데, 거기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또한, 현재 전남대 수의외과 대학원에서 수의치과 박사과정을 하고 있다.
*편집자 주 : ISVPS(International School of Veterinary Postgraduate Studies)는 2003년 설립된 비영리 교육단체로, 2004년부터 다양한 수의분야 시험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1천 명 이상의 수의사가 ISVPS 인증의 자격을 취득했는데, 이 자격은 유럽은 물론 호주 등 세계 각국에서 그 자격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한국동물병원협회(KAHA)가 과정 수료 이후 ISVPS 인증의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을 런칭하여 운영 중입니다.
*편집자 주 : 브룩 니믹(Brook Niemiec) 수의사는 1994년 UC 데이비스 수의과대학을 졸업한 수의사로 미국수의치과전문의(DAVDC)이자 유럽수의치과전문의(DEVDC)입니다. 또한, 수의치과학회(Academy of Veterinary Dentistry) 전임의(Fellow)인데, 이 3개 자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수의사는 전 세계에서 10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Q. 동물치과병원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대는 없었나?
부모님이 반대하셨다. 수의대 졸업 후 치과의사가 되기까지 공부 기간도 길었고 9년간의 사람치과 임상이 안정기에 접어 들었는데 다시 경제적으로도 안정된 삶을 버리고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 걱정되셨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동물들의 구강 건강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그 꿈이 이루는 것 맞다고 생각했고, 부모님을 설득했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걱정하는 분들이 있었지만, 나의 앞으로의 평생의 계획 이야기를 하면 결국 응원해주시더라.
치과의사 친구들은 오히려 재밌겠다는 반응을 보이며, 본인의 반려동물은 나한테 맡긴다며 내 도전을 응원해줬다.
Q. 리덴동물치과병원을 소개해달라.
우선 리덴이라는 이름은 리얼 덴티스트의 약자다. 진짜 치과의사이자 수의사인 점을 강조한 것이다.
진료는 예약제로 운영된다. 매주 일요일과 격주로 수요일/토요일에 휴무한다(주 5일). 평일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 토요일에는 오후 5시 30분까지 진료한다. 대부분 수술 위주 진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조한 동물 치과 수술대를 마련했고, 동물전용 치과 파노라마 엑스레이 등 치과에 관한 최신 장비를 갖췄다. 통합치의학연구실도 마련했는데, 재밌는 건 거기에 사람치과 의자가 있다는 것이다. 매일 전하는 사람 치과학과 수의치과학의 발전속도를 줄이고 자 동물치과병원을 시작한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준비했다.
Q. 동물치과병원을 열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나.
과거에 사람 치과 임상에서는 ‘문제가 생겼을 때 이빨을 뽑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제는 신경치료까지 하면서 이빨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문제가 생기기 전에 예방하는 것에 집중한다.
수의치과는 현재 과도기인 것 같다. 대부분 문제가 생기면 뽑는 경우가 많다. 지금 사람 치과에서 치아 보존을 위해 예방에 집중하는 것처럼, 수의치과도 언젠가 그런 쪽으로 패러다임 변화가 있을 것 같고, 그런 변화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Q. 동물은 사람과 달리 이빨이 없어도 사는 데 큰 지장이 없다고 배웠다. 또 고양이 구내염 등의 경우에는 오히려 전 발치가 추천된다. 사람 치아와 동물 치아관리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치아의 건강은 사람은 물론, 동물에게도 중요하다. 치아와 치주질환을 예방하지 않으면 결국 반려동물의 수명을 줄어든다고 본다.
동물에서 사람처럼 치아 보전과 예방이 어려운 이유는 2가지다.
우선, 동물은 사람처럼 관리가 쉽지 않다. 정기적으로 동물에게 양치질을 해주는 경우도 아직 적지 않나. 이 점은 꾸준히 보호자를 교육함으로써 해결해야 한다.
두 번째 이유는 마취에 대한 걱정과 부담이다.
스케일링의 경우에도 사람과 달리 동물을 마취가 필요하다. 이런 점이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걱정과 부담이 되고,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를 꺼리게 만들 수 있다.
보호자들의 마취 걱정과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마취를 전공한 선생님과 함께 일하고 있으며, 보호자가 대기실에서 마취 모니터링 상황을 볼 수도 있다.(편집자 주 : 리덴동물치과병원에 근무하는 차지수 수의사는 서울대 수의대 대학원에서 수의마취통증의학을 전공했습니다).
동물의 발치 여부는 치주염의 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물론 고양이 구내염의 경우에는 발치가 최종적인 치료 옵션인데, 개인적으로는 언젠가 고양이 구내염의 원인을 밝히고 구내염에 걸렸을 때도 치아를 살리는 방법을 찾고 싶다.
Q. 치과의사 면허를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의치과 분야 발전을 위해서도 기여할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수의사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자 한다. 단순히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수의치과에 관심 있는 선생님들과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고, 고민을 나누는 모임을 만들고 싶다. 혼자서는 발전하기 어렵고, 혼자 하면 오래 가지도 못한다고 생각한다.
뜻이 맞는 분들을 찾고, 일선 동물병원에서도 정확한 치과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세미나를 할 예정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환자를 치료하고, 동시에 보호자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하는 병원이 되고자 한다. 특히, 사람 치아와 비교하면서 수의치과 진료를 보면,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이해도가 더 높은 것 같다.
수의사와 치과의사 2개 면허를 가진 전문가로서 제대로 된 수의치과 진료를 위해 노력하고 사람치과와 동물치과의 발전 속도 차이를 줄이며 반려동물의 구강 건강향상에 이바지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