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반려동물병원은 무한 경쟁에 직면해 있습니다. 수의사·동물병원의 폭발적 증가, 신규 개원입지 포화, 보호자 기대수준 향상, 경기불황 등이 동물병원 경영을 점차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병원 경영 여건 악화는 비단 수의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의료계 역시 1990년대 중반 이후로 비슷한 문제를 겪으며 병원 경영의 차별화 전략을 고민하게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진료과목의 전문화’가 급속도로 이뤄졌습니다.
이미 내과, 안과, 피부과, 정형외과, 신경과 등 전문의 제도가 도입된 인의 쪽에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더욱 전문화하고 있습니다. 성형외과의 경우 지방흡입전문, 모발이식전문, 얼굴뼈 전문에 이어 다크서클 전문 성형외과까지 등장 할 정도입니다.
특정 전문 진료과목에 초점을 맞춘 전문병원이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는 종합병원보다 경영 효율성 개선에 훨씬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임상 수의계를 돌아보면, 전문의 제도가 태동하고 있고, 임상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수의사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의계도 이제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는 동물병원보다,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자신 있는 분야에 집중하여 그 진료과목을 특화한 ‘전문진료 동물병원’ 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에 따라 데일리벳에서 특정 진료과목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전문진료 동물병원’을 탐방하고, 원장님의 생각을 들어보는 ‘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를 시리즈로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인공은 안과 특화 전주 ‘아이들동물병원’의 권세연 원장입니다.
2021년 전주 만성동에 개원한 아이들동물병원은 내과 진료를 보는 원장과 안과 진료에 집중하는 원장이 구분되어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그중 안과 특화 진료를 하는 권세연 원장과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Q. 수의사 공통질문입니다. 어떻게 수의사가 되셨나요?
어릴 때부터 반려동물을 키웠지만, 수의사를 딱히 꿈꾸지는 않았습니다.
해외에 거주할 목적으로 영어를 열심히 공부했고,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는데, 방학에 잠깐 한국에 왔을 때 반려견 믹키가 많이 아팠습니다. 그때 반려동물이 아픈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굉장한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믹키와 같은 반려동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하다가 수의사라는 꿈이 생겨서 수의대에 진학하게 됐죠. 외고를 다녔고, 문과였기 때문에 수의대에 가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수의사가 되어서 감사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Q. 병원 이름이 ‘아이들’입니다. 어떤 뜻이 있나요?
반려동물의 모든 눈질환이 치료가 가능한 이상적인 병원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눈의 eye와 이상적인 이라는 영어의 ideal을 합쳐 아이들(eyedeal)이라고 지었습니다. 반려동물 강아지, 고양이 아이들이라는 이중적 의미도 있습니다.
Q. 동물병원 캐릭터가 귀엽습니다.
캐릭터 이름이 ‘아들’입니다. 내원하는 아픈 동물을 제 반려견 쯔유와 내과원장의 반려견 보리처럼, 아들같이 잘 보살펴주겠다고 지은 이름이죠.
귀여운 캐릭터를 통해 특화 동물병원이지만, 동물병원의 문턱을 낮추고 싶었습니다.
또한, 동물은 안경을 쓸 일이 없지만, 안과 동물병원을 떠오르게 할 생각으로 안경을 캐릭터에 결합했습니다.
Q. 안과 진료와 내과 진료를 병행한다고 들었는데요, 안과 진료 비율이 얼마나 되나요?
안과와 내과 분과 진료를 하고 있으며, 진료 비율은 안과 70%, 내과 30% 정도입니다. 수술의 경우, 일반 외과 수술은 하지 않고 백내장 등 안과 수술만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부산 지동범동물병원에서 근무했었는데, 당시 연간 5천건 이상의 안과 진료가 있었습니다. 현재도 월평균 400건 정도의 안과 진료를 보고 있습니다.
Q. 안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학부생 시절, 특화 진료 동물병원이 궁금해서 방학 때 무작정 연고도 없는 부산에 방을 잡고 지동범동물병원에서 실습을 했었습니다. 직접 실습을 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심도 있는 케이스가 많았고 흥미로웠죠. 실습 후 막연하게 안과 분야 수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학교를 졸업할 즈음, 안과를 더 접하고 배우고 싶어서 지동범동물병원에서 진료수의사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지동범 원장님 밑에서 연간 수천 건의 안과 케이스를 보다 보니 안과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고, 현재 안과 특화 동물병원까지 하게 됐습니다.
진료수의사 시절, 지동범 원장님의 뛰어난 실력을 보고 배울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전국 최고 사양의 안과 기계들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동범 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Q. 안과에 관심이 많고, 안과 특화 동물병원에서 근무했다 하더라도, 직접 안과 특화 동물병원 개원을 결정하는 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보호자들의 의식도 많이 높아졌고, 수의학의 발전에 따라 자연스럽게 안과 질환을 문의하는 동료 수의사들도 많아졌습니다.
서울과 부산 등에는 전문진료가 가능한 동물병원이 있지만, 호남지역에는 안과를 전문으로 하는 동물병원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돈은 많이 벌지 못하더라도, 지역 보호자와 반려동물에게 전문적인 안과 진료로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전주에 개원을 결심했습니다.
Q. 안과 진료를 위해 어떤 시설을 갖췄나요?
안과 진료와 수술 특성상 안과 진료실, 수술실은 모두 암실이 가능하도록 만들었고, 강아지 고양이들이 진료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높낮이 테이블을 설치했습니다.
또한, 병원 내, 외부에 미로 테스트가 가능한 공간을 마련하여 시력평가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Q. 안과 진료만 하시는 건가요?
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안과만 봅니다. 수의사가 된 이후로 쭉 안과 진료만 하고 있죠.
우리 병원을 찾아서 오는 분들도 있고, 다른 동물병원에서 의뢰해준 환자들도 있습니다. 안과 종합검진을 통해 눈 질환을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관리를 통해 반려동물이 더 밝은 세상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안과 외에 모든 진료는 김정은 내과 원장님이 담당합니다.
Q. 특화 진료에 어려움은 없나요?
개원 초기에는 주변 원장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안과 진료와 각막, 백내장 수술 등 미세하고 전문적인 수술을 많이 맡겨주셔서 예상보다 빠르게 병원이 안정화될 수 있었습니다.
안과 특화 동물병원 개원을 준비하면서 진단 장비와 수술 기계에 중점을 뒀습니다. 안과 진료는 장비가 매우 중요한 영역입니다. 눈은 작고 섬세한 기관이기에 전용 진단장비와 수술 기계 없이는 진료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개원 당시 장비를 세팅하는 것이 상당한 부담이 됐지만, 안과 진료를 할 때 필수적인 장비였기 때문에 무리가 되더라도 최대한 장비를 갖추려고 했습니다.
당시에는 앞이 캄캄했지만, 지금은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동물병원을 자신 있게 안과 특화 동물병원이라고 소개할 수 있습니다.
Q. 최근 전문진료 수의사, 특화 동물병원에 관한 관심이 높습니다. 전문진료를 하는 데 필요한 자질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또한, 개인적인 목표가 궁금합니다.
해당 분야에 집중하고, 끊임없이 연구하며, 발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공부도 잘해야 하고, 전문장비들도 완전히 이해하고 외과적 테크닉까지 잘 갖춰야 합니다. 해외학회에도 지속적으로 참석하고, 국내 학술대회 활동이나, 주변 수의사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죠.
개원을 했지만, 동료 수의사들과 주 1회 꾸준히 임상 스터디를 하고 있습니다. 동물병원 운영과 함께 스터디를 하기가 쉽지 않지만, 발전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특화 진료를 한다고 해서, 그 분야만 알아서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특화 진료에서도 여러 기전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가 필요하므로, 처음부터 본인을 특정 분야 수의사로 규정 짓기보다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보고 자신 있거나 관심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좋은 방향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목표는 눈과 관련된 모든 질환을 다 치료할 수 있는 병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