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경아 센터장 “인터벤션·최소침습수술, 반려동물에게 유리한 치료법”
청주 고려동물메디컬센터 엽경아 인터벤션&MIS센터장을 만나다
최근 동물병원에서 복강경, 흉강경 등을 활용한 최소침습수술과 첨단 영상장비를 활용한 인터벤션시술(중재적시술)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효과는 물론, 낮은 부작용과 적은 통증, 빠른 회복이 기대되기 때문에 최소침습수술·인터벤션시술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별도의 인터벤션센터를 운영하는 동물병원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그중 한 곳이 청주 고려동물메디컬센터(KAMC)입니다. 고려동물메디컬센터는 1년여간의 준비 끝에 올해 초 고사양의 투시장비, 흉강경, 복강경, 방광경, 비강경 등을 갖춘 인터벤션&MIS센터를 개설했습니다. 특히, 얼마 전 1.44kg 초소형견 PDA 환자의 중재적 시술에 성공해 수의계의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데일리벳에서 KAMC 인터벤션&MIS센터를 이끌고 있는 엽경아 센터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Q. 수의사 공통질문 입니다. 어떻게 수의사가 되셨나요?
처음에는 생명공학 관련된 연구원이 되고 싶어 수의대를 선택했었어요. 실제로 수의대 본과 생활을 하면서 가만히 앉아서 연구에 매진하는 과학자가 되기 어려운 성향임을 깨닫고, 일찌감치 마음을 접었습니다(웃음). 이후로는 흐르는 대로 학교생활을 했습니다.
Q. 왜 임상수의사가 되셨나요? 또한, 외과 전공을 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본과 4학년때까지 졸업 후의 진로를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선 경험 삼아 해보자는 생각으로 인턴수의사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1년이 거의 되어갈 때쯤 암컷 중성화수술을 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원장님께서 외과 대학원에 가는 것을 권유하셨어요. 지금 생각하면, 인턴도 외과대학원도 즉흥적으로 결정한 것 같은데, 한번 시작하면 잘 그만두지 않는 성향 때문에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Q. 인터벤션과 MIS(최소침습수술)가 정확히 무엇인가요? 또한, 어떻게 인터벤션센터를 설립하게 되셨나요?
인터벤션시술(중재시술)은 개복이나 개흉이 필요한 수술, 혹은 수술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환자에서 투시장비를 이용한 조영을 통해 간단한 마취 및 시술로 치료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혈관이나 해당 장기에 직접 카테터나 바늘을 장착하여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시술인데, 사람에서는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이 가장 대표적이고, 동물에서는 선천적인 심혈관 문제(PDA, pulmonary valve stenosis)를 해결하거나 종양 환자의 색전시술, 비뇨기나 호흡기의 스텐트 등이 대표적입니다.
MIS는 Minimal Invasive Surgery의 약자입니다. 최소침습수술이란 뜻인데, 복부나 흉부에 큰 하나의 절개창이 아닌, 여러 개의 구멍을 내어 카메라와 수술 기구를 넣어 수술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사람에서 인터벤션과 최소침습수술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데요, 사람보다 작고 약한 동물환자들에게도 큰 장점이 있고,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생각되어 인터벤션센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센터 설립 이후, 이전에는 침습적인 방법으로 치료했던 질병들을 최소침습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됐으며, 환자들의 회복속도도 빨라지고 회복 과정에서 겪는 힘든 시간도 단축할 수 있게 됐습니다. 동물환자에서도 이러한 최소침습치료는 분명 ‘환자에게 유리한 치료방법’ 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인터벤션을 위해서는 투시가 필수이기 때문에, 영상장비가 꼭 필요하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장비들이 필요한가요?
인터벤션시술을 위해서는 저선량 고해상도가 가능한 높은 사양의 투시장비가 필요입니다. 작은 혈관이나 담관, 요관 등이 정확히 영상화되어야 하기 때문에 해상도가 높아야 합니다. 또한, 혈관시술을 하려면 DSA(Digital subtraction angiography)와 road mapping 기능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수의사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피폭량입니다. 시술자가 지속적으로 방사선에 노출되기 때문에 피폭량이 많은 장비는 위험하겠지요.
투시장비도 중요하지만, 인터벤션시술이 필요한 지 판단하기 위해 정밀초음파, CT, MRI 등의 영상검사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여기에, 목표 지점까지 도달하기 위한 다양한 모양과 사이즈의 가이드 와이어, 딜리버리 카테터, 장착할 스텐트나 특수장치, 좁아진 곳을 넓히기 위한 인터벤션용 풍선 등이 필요합니다. 이런 도구나 소모품들은 환자의 크기, 시술의 종류 등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에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Q. KAMC 인터벤션&MIS센터의 특징이 있을까요?
저희는 일반적인 의미보다 조금 더 넓은 의미의 인터벤션을 하고 있습니다. 투시장비와 함께 흉강경, 복강경, 방광경, 비강경, 기관지내시경 등으로 다양한 진단과 치료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흉강경 복강경 등이 인터벤션과 맥락이 같은 이유는 ‘최소침습방법’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최소침습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환자 맞춤형 하이브리드 치료가 가능해지는 것 같습니다.
카메라장비를 통한 진단과 시술은 작은 절개창 뿐만 아니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곳이 넓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그 장점이 가장 크게 와닿는 것이 흉강경입니다. 일반적으로 정중 절개를 하는 개복수술과는 달리, 대부분의 개흉수술은 늑간을 절개하므로 술야가 매우 제한됩니다. 그런데, 흉강경을 사용하면 넓고 정확한 술야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한, 늑간절개로 개흉하는 경우보다 통증이 적고 회복이 매우 빨라 많은 환자들이 수술 다음날 퇴원합니다.
진단과 치료가 one step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편인데요, 이를테면 심한 증상을 보이는 기관허탈 환자에서 기관지내시경과 투시장비를 통한 진단 이후 곧바로 스텐트 장착을 하는 식입니다. 신우 확장이 심한 환자에서 antegrade pyelography(선행성 콩팥깔대기조영술)를 통해 어디서 뇨의 흐름이 막혔는지 평가하고, 신우에서 뇨 샘플을 채취한 뒤 필요하면 경피적으로 신우에 일시적 pigtail catheter로 신루를 장착하거나, 신우에서 방광으로 요관스텐트를 장착하기도 합니다.
특히, TCC 때문에 요관방광이행부가 막혀있는 환자라면 개복과 방광절개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유리한 방법이 되겠습니다. 여기에 혈관 조영을 통해 방광종양으로 가는 영양동맥을 확인하고 항암제를 해당 동맥에 주사하거나 색전을 하는 시술까지 한다면, 환자는 최소침습적으로 최대한 적극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겠지요.
Q. 인터벤션과 최소침습시술이 환자의 빠른 회복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네요. 현재 KAMC 인터벤션&MIS센터에서 가능한 시술은 무엇이 있나요?
심혈관 중재시술로는 동맥관개존증 환자의 폐쇄장치(occluder)장착, 폐동맥판막협착 풍선시술, 심장사상충제거시술, 비뇨기 시술로는 경피적 요관스텐트, 요도스텐트, 인공요관장착수술, 농신 혹은 수신증에서 응급 경피적 신루장착술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담도 조영 및 경피적 담낭루장착술, 식도나 위 유문 협착 등의 소화기 협착 환자에서 풍선이나 스텐트 시술, 기관지 내시경과 기관 스텐트 장착, 종양 환자의 색전, 동내 맥 항암제 주입 시술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카메라를 이용한 다양한 흉복강경, 비강경, 방광경 시술이나 수술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인상깊었던 인터벤션 케이스를 몇 가지 소개부탁드립니다.
우선 초소형 PDA 환자에서의 occluder 장착 시술이 생각납니다. 중재시술은 개흉수술에 비해 확실히 회복 기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어요. 대퇴동맥으로 접근해서 시술하게 되고, 시술 시간은 30분 내외입니다. 시술 하고 마취 깬지 1시간도 되지 않아서 환자가 벌떡 일어나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주 뿌듯합니다. 늑간 개흉으로 PDA 수술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통증 때문에 1-2일 정도 환자가 고생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되거든요.
원래 3kg 이상은 되어야 대퇴동맥으로의 접근이 가능했는데, 최근에 1.4kg 환자에서 이 방법으로 성공하게 되면서 작은 환자들에게도 대퇴동맥을 통한 PDA 중재시술이 가능해졌습니다. 지금은 2kg 가 훌쩍 넘었답니다^^
전이가 있는 편측 신장 종양 환자에서 항암제와 색전물질을 신동맥에 주입하는 항암제색전시술을 한 적이 있습니다. 외과전공 수의사다보니 처음에는 신장 적출과 조직검사 후 항암 치료를 권했었는데, 보호자님께서 개인적인 경험 때문에 “암 수술을 하고싶지 않다”고 하셔서 차선책을 고민한 끝에 인터벤션 시술을 했던 케이스입니다.
3kg 포메라니언이었는데, 대퇴동맥으로의 sheath 장착부터가 쉽지 않았고, 신장이 정상보다 매우 커져서 신동맥의 주행이 일반적이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doxorubicin과 색전물질을 함께 신동맥에 채워넣은 후 경구함암제로 유지중입니다. 현재 시술 후 5개월이 됐는데요, 종양화 되었던 신장 크기가 작아지고 있고 반대쪽 신장으로 전이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폐전이가 급격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는 점, 환자가 잘 지내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차선책으로써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유미흉 환자에서 흉강경을 이용한 가슴관 결찰 및 심낭막 절제수술도 최소침습수술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수술 전 CT lymphography를 통해 가슴관을 결찰하기 위해 접근할 방향과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가슴관의 갯수를 미리 파악합니다. 수술 중 림프관 염색을 통해 가시화하고 흉강경으로 개수를 확인하며 클립으로 결찰합니다. 이후 자세를 바꾸어 심낭막을 일부 절제하고, 일시적 흉관을 장착했습니다. 처음 흉강경으로 가슴관 결찰 수술을 했을 때, 가슴관이 너무 잘 보여서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흉강 내 수술은 흉강경이 유리한 경우가 많을 것 같아요. 악성 흉수로 내원한 환자의 흉막종양이 의심되었지만 CT에서 진단이 힘든 케이스가 있었는데, 흉강경을 통해 흉막의 다발성 종괴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생검도 하고, 흉강포트도 장착해서 이후 흉수를 편히 천자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간 종괴가 너무 커져서 위의 위치가 변하는 바람에 지속적인 구토를 보이던 환자가 있었습니다. 배고파서 밥은 먹는데, 자꾸만 토하고, 구토에 의해 오연성 폐렴까지는 생기는 안 좋은 상태였습니다. 이 환자는 심각한 수준의 대동맥 판막 역류까지 있어서 일반적인 색전 시술은 무리였습니다. 환자의 위를 변위시키는 원인이 간의 좌측엽이라고 판단하고, 복강경을 통해 좌측엽으로 가는 간동맥을 클립으로 결찰했습니다. 이후 2~3개월에 걸쳐 해당 간엽이 눈에 띄게 작아졌습니다. 결국 4개월 후 간종양으로 인한 반복되는 저혈당으로 사망했지만, 사망하기 1주일 전 까지 양호한 삶의 질을 유지했었습니다. 완치를 기대하기도, 적극적인 수술을 할수도 없는 이 환자에게서 최소침습방법으로 환자의 마지막 시간을 잘 보내게 해준 것 같아서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Q. 센터장으로서 가장 어려운 점도 많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아직 노련하지 못한 것이 제일 어려운 점입니다. 반려동물은 사람과 달리 환자마다 개체의 크기, 해부학 구조 차이 등 개체의 다양성이 커서 매 케이스마다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인터벤션이든 최소침습수술이든 시술자의 경험과 손기술이 환자의 예후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경험과 수련을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최소침습이나 인터벤션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시술을 성공으로 이끄는 팁이나, “Do or Don’t” 대해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그래서 주로 ‘veterinary image-guided interventions’, ‘small animal laparoscopy and thoracoscopy’ 책을 많이 참고하고 있습니다. 추후 국내 수의계에 최소침습, 인터벤션 관련 학술단체의 활발한 교류가 생기길 기대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인터벤션이든 최소침습수술이든 혼자서는 하기 어렵습니다. 아직 미숙한 저와 함께 팀을 이루어서 같이 고민하고, 발전하고 있는 팀원들에게 늘 고맙습니다.
앞으로 저희 팀이 더 성장하고 역량을 강화하여, 최소침습분야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어요. 또한, 지금보다 더 발전하게 되면, 후배들에게 저의 경험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