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샤인동물메디컬센터는 최근 안과센터, 줄기세포연구소 등 전문센터를 하나씩 늘려가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8일에는 건물 5층에 고양이센터를 오픈했죠.
샤인동물메디컬센터 고양이센터 센터장은 남예림 수의사(사진)가 맡았는데요, 올해 11년 차 임상수의사인 남예림 센터장은 11년 중 8년을 해마루이차진료동물병원에 근무했습니다.
오랫동안 일한 2차동물병원을 떠나 새로운 도전에 나선 남예림 센터장을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Q. 수의사 공통질문입니다. 수의사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동물을 키우고 좋아했지만, 수의사 직업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제가 중학생일 때 한 친척분이 저에게 ‘예림아 너는 수의사가 잘 어울릴 것 같아’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 말을 들은 이후로 수의사 직업에 대한 생각이 강해졌고, 수의사가 되게 좋고 멋진 직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중학생 때부터는 항상 수의사가 꿈이었고, 수험생일 때도 벽에 ‘수의대’를 써 붙여 놓고 공부했습니다(웃음).
Q. 중학생 때부터 가졌던 꿈을 이루신 거군요! 그럼 수의대 입학할 때부터 임상수의사가 되고 싶으셨나요?
입학 때부터 임상수의사를 꿈꾸고 입학했는데, 선배들로부터 워낙 임상수의사가 안 좋다는 얘기를 듣다 보니 확실하게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본과 3학년 때 동물병원 실습을 했었는데, 그때 동물병원 수의사 선배님이 매우 멋지게 보였습니다. 또한, 실습 중에 작은 고양이를 지켜보면서 케어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는데, ‘나도 이 작은 동물에게 도움을 줄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큰 만족감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아 이 정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면 임상수의사를 할 수 있겠다’고 확신을 갖게 됐어요.
Q. 수의대를 졸업한 뒤에는 바로 동물병원에 취업을 하셨나요?
2차급 동물병원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졸업 후 해마루이차진료동물병원 응급중환자센터에 입사했습니다. 그곳에서 2년간 경험을 쌓고 로컬동물병원에서 2년 정도 일하다가 다시 해마루동물병원 내과수의사로 입사해 6년간 일했습니다. 해마루에서만 8년이나 일했네요!
Q. 오랫동안 일 한 곳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하셨군요!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 같은데..
한 곳에 오랫동안 있으면 적응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번이 저에게는 하나의 큰 도전이랍니다. 그런데 제 성격이 계속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 같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정체되는 느낌이 들거든요.
사실 제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하던 시점이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내과에서 GP처럼 근무했었는데, 저만의 전문 분야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고양이만을 위한 센터가 생기고 저에게 기회를 주셔서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좋은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으니 저의 소프트웨어가 더해지면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Q. 그동안 반려견 진료도 많이 보셨을 텐데, 개 진료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요?
솔직히 아쉬움이 듭니다. 엄청 아쉬워요.
11년 동안 임상수의사로 활동하면서 본 환자들을 돌아보면 강아지가 고양이보다 더 많았거든요. 저도 강아지를 키우고 있고 좋아하기 때문에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일 거예요. 아쉽고 포기할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고양이수의사회 활동과 고양이 진료를 보면서 고양이들이 조금 더 나은 대접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는데, 이 센터에서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결정했습니다.
다른 층에 가면 강아지 환자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아쉬움을 소소하게 채우고 있답니다(웃음).
Q. 현재 샤인동물메디컬센터 고양이센터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건물 5층 전체를 사용하고, 100%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약 없이 오시면 대기 안내를 드립니다.
주 7일 운영되며, 수의사 2명과 테크니션 4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진료실 2개, 처치실, 약제실, 엑스레이실, 초음파실, 호흡 마취와 간단한 시술까지 할 수 있는 CPCR실이 한 층에 있어서 거의 모든 고양이 진료는 이곳에서 이뤄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수술의 경우에는 3층 수술실에서 이뤄집니다.
Q. 고양이센터를 준비하면서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무소음, 무향, 무취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차음벽도 다 설치했죠.
고양이가 최대한 많이 움직이지 않고 진료 접수, 대기, 진료까지 받을 수 있도록 동선을 많이 고려했습니다. 간단한 시술과 엑스레이, 초음파, 응급상황대처까지 한 곳에서 모두 가능하도록 센터를 구성했죠.
대기 공간은 크게 3곳이 있는데, 대기실에서도 환자끼리 서로 마주치지 않고 시선이 분산되도록 공간을 분리했습니다. 예약제로 운영하는 것도 고양이끼리 대기실에 함께 있으면서 서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고양이 진료실 답게 당연히 조명도 신경 썼습니다. 현재 세계고양이수의사회 고양이친화병원(ISFM CFC) 골드레벨 신청을 한 상태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소음과 빛에 예민한데, 제 성격도 고양이센터와 잘 맞는 것 같아요(웃음).
Q. 한국고양이수의사회(KSFM) 활동도 열심히 하고 계시는데요, 어떻게 협회 활동을 시작하셨나요?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KSFM 컨퍼런스를 꾸준히 다녔습니다. 그러면서 KSFM 활동을 하는 선배 수의사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자연스럽게 협회 일을 하게 됐습니다.
그 당시에는 고양이에 대한 정보가 적었고, 책에도 내용이 많지 않았어요. 고양이는 지금까지도 새로운 약물이 계속 나오고 가이드라인도 바뀌는 등 탐구하고 공부할 게 많아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중증, 난치, 복합질환 환자 케어에 관심이 많습니다. 시스템이 잘 갖춰진 병원에 합류했기 때문에 중증 질환 환자들을 잘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종양학에도 관심이 큽니다. 종양 환자와 보호자들이 저를 믿고 따라오셔서 마지막까지 제대로 케어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게 제 목표입니다.
현재 고양이 수의사에 대한 보호자들의 니즈는 늘어나는데, 아직 고양이만 보는 수의사가 그렇게 많은 것 같지 않습니다. 열심히 해서 후배 수의사들과 수의대생에게 고양이 수의사로도 충분히 임상을 잘할 수 있고 커리어를 잘 쌓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