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 40] 한걸음더 재활한방 동물병원
100% 예약제로 재활·한방 치료만 하는 이은구 원장을 만나다
수의사신문 데일리벳은 특정 진료과목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를 시리즈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물병원이 늘어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보호자의 기대수준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기보다 특정 진료과목에 집중하는 동물병원에 대한 필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진료과목별 학회가 전문의 제도를 이미 도입했거나 준비 중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올해 안으로 전문수의사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14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 시리즈의 40번째 주인공은 재활한방 특화 동물병원인 ‘한걸음더 재활한방 동물병원’의 이은구 원장님입니다.
데일리벳에서 “재활한방 분야의 미래가 밝다”며 후배 수의사·수의대생들의 관심을 당부하는 이은구 원장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Q. 수의사 공통 질문입니다. 어떻게 수의사 되셨나요?
아버님이 추천해 주셨습니다. 아버님이 목사님이셨는데, 아버님이 친구 목사님이 미국에 계셨어요. 그분이 저희 아버지에게 “은구 공부 잘하느냐?”며 “미국에 와서 보니 수의사가 너무 좋은 직업인 것 같다. 은구가 괜찮으면 수의대에 보내는 게 어떻겠냐”고 추천하셨어요.
그 뒤 아버지가 저에게 “목사 할래, 수의사 할래?”라고 하기에 “수의사를 하겠다”고 답했습니다(웃음).
Q. 수의대생 시절부터 재활한방 분야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입학할 때부터 반려동물 임상수의사를 생각했긴 하지만 재활한방 특화 수의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방학 때 서울의 대형동물병원에서 실습을 했었고, 수의대 졸업 후 바로 그 동물병원에서 인턴수의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Q. 원래 전문진료 동물병원이 아닌, 일반적인 동물병원을 운영하셨었다고 들었는데.
졸업 후 6개월간 동물병원에서 인턴수의사 생활을 했었는데요, 당시에는 1년차 수의사가 주 6일 하루 12시간 일할 때였습니다. 쉽지 않았죠. 계속 수의사를 하기보다, 이민을 가고 싶었습니다. 호주로 기술이민을 가려고 전문학교에 2년 다녔어요. 호주에서 요리사로 살 생각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민 관련 법이 바뀌면서 이민이 불가능해졌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후 몇 군데 동물병원에서 일을 하다가 송파에 개인동물병원을 개원했습니다. 개인병원을 한 6~7년간 운영했는데, 흔히 말하는 ‘1인 동물병원’이었어요.
그러다 다른 동물병원에 합류했고, 미국에서 CCRT 과정을 수료한 뒤에 한방재활 진료를 전문적으로 하다가, VIP동물한방재활의학센터에서 2년간 근무한 뒤 2023년에 한걸음더 재활한방 동물병원을 개원했습니다.
Q. 어떻게 재활한방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한방수의학을 알게 되면서 전통수의학회 교육 과정을 수료했어요. 당시 1박 2일로 숙박까지 하면서 10회 동안 교육을 받는 과정이었습니다.
저는 원래 한방수의학을 믿지 않았어요. 일반적인 임상수의사였으니까요. 그런데, 수의사로서 치료의 한계를 조금씩 느끼고 ‘다른 방법으로도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라고 고민하던 찰나에 한방수의학을 접했고, 침 치료를 통해 환자가 좋아지는 걸 직접 보면서 ‘한방이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전문적인 공부를 위해서 CHI Institute(현 CHI University)의 CVA(Certified Veterinary Acupuncturist, 수의한방 침술사)도 취득했습니다.
Q. CVA 말고도 여러 자격증이 있으신데요.
네 CHI University의 CVTP(Certified Veterinary Tui-Na Practitioner, 수의 추나치료사), CVFT(Certified Veterinary Food Therapist, 수의 음식치료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현재 CVCH(Certified Veterinary Chinese Herbalist, 수의한방 한약사) 과정 중입니다.
또한, 2017년 미국동물재활협회(CRI)의 CCRT(Certified Canine Rehabilitation Therapist, 수의 재활치료사)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Q. CCRT는 대표적인 재활치료 관련 자격증인데요, 한방수의학을 공부하시다가 CCRT 자격증을 취득한 계기가 있나요?
미국에 가보니 한방을 하는 수의사들이 재활도 같이하더라고요. 재활에 대해 공부를 해보니 꽤 재밌었습니다. 더 체계적으로 재활을 공부하기 위해 CCRT 자격증을 취득했고, 한국동물재활학회 활동도 시작했죠. 현재 한국동물재활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재활을 시작한 뒤, 재활이 한방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한방과 재활을 함께 했을 때 더 도움이 된다’고 느끼게 됐습니다.
Q. 병원 이름이 한걸음더(one paw away)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마비 환자 보호자분들이 가장 원하는 게 바로 ‘한 걸음 더’인 것 같아요. ‘반려견이 대변을 보고 한 발짝 움직여서 옆에 앉는 게 소원’이라는 분들도 있어요. 마비 환자는 대변 위에 그대로 주저앉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환자가 한 발짝이라도 더 움직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병원이 되고자 이름을 ‘한걸음더 재활·한방 동물병원’으로 지었습니다.
Q. 주로 어떤 치료를 하시나요?
정형·신경 관련 환자들이 많이 옵니다. 마비 환자도 많고, 노령환자도 많습니다. 30분 치료를 받기 위해서 지방에서 3시간씩 걸려서 오는 분도 있습니다.
주로 침 치료와 재생치료, 체외충격파치료, 레이저치료, 수중보행운동, 고압산소치료, 전기치료, 운동치료 등 재활치료를 합니다.
비수술적 방법을 원하는 신경계 환자가 많이 오는데, 상담 후 수술을 받으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수술을 하지 않기 위해 저희 병원에 왔지만, 수술이 꼭 필요한 환자들도 있거든요. 또한, 보호자분이 보기에는 똑같은 마비환자지만, 혈전 등이 원인이라면 다른 동물병원에 가서 치료받으라고 합니다. 단순히 IVDD라고 생각해서 오는 환자 중에서도 뇌 문제로 추정되면 MRI를 찍어보라고 다른 동물병원으로 보내기도 하죠.
이럴 때 일반동물병원을 오랫동안 운영했던 경험이 도움이 됩니다.
현재, 재활한방진료 외에 다른 진료나 예방접종, 중성화수술도 하지 않지만, 종합적인 상담이 가능하기 때문에 환자 상태를 잘 평가할 수 있고, 그에 맞는 치료 방법을 권할 수 있습니다. 일반 진료를 했던 수의사이기 때문에, 수술을 하지 않으려고 온 보호자에게도 수술을 해야 한다고 권할 수 있습니다.
어질리티 선수로 활동 중인 개들도 종종 오는데요, 대회 전에 근육을 포함한 재활평가를 받고, 대회 후에 관리를 위해 병원을 찾기도 합니다.
Q. 예약제로 운영하는 이유가 있나요?
100% 예약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예약 진료를 하는 이유는 초진의 경우 거의 1시간 정도가 걸리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인 상담부터, 상태평가, 침치료, 레이저치료까지 하고 차트기입을 하면 이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재진도 30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예약제로만 운영합니다.
주 5일(화~토) 오전 10시부터 7시까지 운영합니다.
Q. 한방 수의학에 대한 불신이 있는 상황에서, 한방·재활에 관심을 갖는 수의사, 수의대생도 빠르게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관심이 있는 수의사·수의대생이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까요?
CVA, CCRT, CCRP 등 대표적인 과정들이 있습니다. 요즘 젊은 수의사들은 영어를 너무 잘하기 때문에 해외에 나가서 이런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봅니다.
제 생각에 재활, 한방 분야의 미래는 밝습니다. 관심이 커지고 있죠. 궁극적으로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한방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길 바랍니다. 실제로 해보면 재활·한방이 환자에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다만, 현재 국내 수의대의 재활한방 교육은 제한적인 것 같습니다. 한방, 재활 과정이 있는 학교가 손에 꼽힙니다. 재활의학이 점점 주목받는 것처럼 수의 분야에서도 재활한방이 점점 관심을 받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학교에서도 더 관심을 가져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수의사들이 잘 교육받는 게 먼저입니다.
수의사는 자살률이 높은 직업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제가 듣기로는 재활을 전문적으로 하는 수의사들은 상대적으로 자살률이 낮다고 합니다. 수의사의 높은 자살률의 원인 중 하나가 아픈 동물을 많이 보고, 안락사도 많이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인데, 재활수의사들은 건강한 동물을 더 건강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어질리티 대회에 나가는 선수들을 보다 보니, 어질리티 대회 중에 다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축구 국가대표팀에도 팀닥터가 있는 것처럼 어질리티 대회에서 전문적으로 의학적인 관리를 해주는 역할을 해보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지만, 해외에는 그런 역할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또한, 재활한방을 하는 수의사분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런 분들과 더 체계적으로 정보를 교류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고 싶습니다. 그런 모임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