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생츄어리’ 왕민철 감독과 김정호·최태규 수의사
인간의 시대, 감독과 출연진이 말하는 야생동물의 진정한 보금자리는?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야생동물을 위한 보호 시설 ‘야생동물 생츄어리(Sanctuary)’의 필요성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12일 개봉한다.
동물원의 생생한 모습을 다룬 영화 <동물, 원>의 왕민철 감독이 후속작 <생츄어리>를 선보이는 것이다.
‘생츄어리’의 주요 출연진은 범돌, 범순, 반순, 클라라, 김서방, 킹, 콩 등 동물들이다. 사람(?) 중에서는 청주동물원 김정호 수의사,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최태규 수의사,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김봉균 재활관리사·오예은 수의사가 주로 나온다.
전작 <동물, 원>에 이어 다시 한번 동물원과 야생동물, 그리고 야생동물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왕민철 감독과 야생동물수의사의 고뇌를 사실 그대로 전달한 김정호·최태규 수의사를 만나 영화 <생츄어리>와 동물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동물복지에서 안락사 얘기 빼놓을 수 없는데, 깊이 있는 논의 잘 안 이루어져 안타까워”
“전시 목적으로 동물 사오지 않고, 동물 수를 줄여나가고 있지만 동물원 찾는 관객수는 오히려 늘어…동물마다의 스토리가 컨텐츠 될 수 있다고 생각”
“동물원에는 교육적인 동물만 있어야 해…동물원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설명되는 동물들”
“사육곰 생츄어리 짓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해…생츄어리는 계속 효용 있을 것”
“전작 <동물, 원> 영향으로 청주동물원 많이 개선된 것처럼, 이번 영화도 현실을 바꾸는 선한 영향력 발휘하길”
“수의사분들이 많이 보면 좋겠어…영화를 보고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 나눠 주길 기대”
Q. 먼저 감독님께 질문드립니다. 전작 <동물, 원>에 이어 다시 한 번 동물원과 야생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하셨는데요, 이쪽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동물원 이라는 공간을 찍으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처음에 동물에 관심이 있어서 촬영을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청주 시립미술관에서 청주에 있는 공간을 찍는 프로젝트 의뢰했는데, 그때 청주동물원을 촬영하면서 점차 야생동물과 동물원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보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관심이 생기잖아요? 그렇게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Q. 청주동물원에서만 찍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영화는 청주동물원은 물론, 야생동물구조센터, 사육곰 농장, 야생동물 구조현장에서도 촬영을 하셨는데.
‘동물, 원’은 청주동물원만 찍었습니다. 갇혀 있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영화였기 때문에 동물원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했어요. ‘동물, 원’에서는 동물원이 어떤 의미인지를 개괄적으로 살펴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영화도 기본적으로 청주동물원이 배경입니다. 주인공도 김정호 수의사님이고요. 최태규 수의사님도 영화 촬영 당시 청주동물원에 있었어요. 최태규 수의사님이 곰보금자리프로젝트 활동도 하시잖아요? 그래서 최태규 수의사를 따라 사육곰 농장도 가게 됐습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도 청주동물원과 협력을 하는 곳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배경이 확장됐습니다.
Q. 영화가 코로나19 시기에 촬영됐더라고요. 2022년에 영화가 완성됐는데 개봉이 늦어진 이유가 있나요?
개봉이 2년 정도 늦어지는 건 독립영화에서는 일반적인 일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개봉지원금이 없으면 사실상 개봉이 어려운 데, 지원금이 확정되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지원금을 받더라도, 연말에 다음 해 개봉 영화 일정이 거의 잡히기 때문에 일정이 잘 안 맞으면 2년 정도 기다리게 되죠.
개봉이 2년 정도 지연됐지만, 아직 영화 속 상황은 거의 바뀌지 않았습니다. 상황이 아직까지 개선되지 않아서 안타까우면서 또 한편으로는 영화가 시의성을 반영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웃음).
Q. 차기작도 준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생츄어리’는 사실상 전작 ‘동물, 원’의 후속작 개념입니다. 전작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야생동물의 죽음, 동물원 동물의 죽음도 다뤄보고 싶었어요. 세 번째 영화도 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다루는 영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2개 영화의 연장선에 있는 영화입니다. 결국, 이 영화는 3부작으로 완성되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독립예술영화 제작지원금 예산이 대폭 삭감되어서 (영화 제작이) 녹록지 않은 상황입니다.
Q. 영화에 안락사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실제 동물을 안락사하는 수의사의 모습도 나오고, 동물원 수의사, 사육사, 수의인문사회학 교수, 동물단체 대표 등이 모여 안락사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부러 안락사 이야기를 많이 다루신 걸까요?
영화 기획을 할 때 동물의 죽음도 다뤄보자고 기획했지만, 처음부터 안락사 이야기를 많이 담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닙니다. 전작 ‘동물, 원’을 찍을 때도 동물원 동물의 죽음에 대해 다뤄보고 싶었지만, 영화의 톤과 매너가 맞지 않았죠.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 다루게 됐습니다.
우리 사회가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공론화해서 이야기하는 걸 굉장히 꺼리잖아요? 야생동물의 죽음, 동물원 동물의 죽음에 관해서는 더 관심이 없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안락사에 대해 생각해 보면, 안락사 자체가 인간이 지금 동물들에게 어떤 책임을 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영화에도 내용이 많이 담긴 것 같습니다.
Q. 영화에서 김정호 수의사님과 최태규 수의사님이 안락사에 대한 생각을 많이 밝힙니다. 일반인에게 모두 공개되는 영화에서 수의사로서 안락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으셨나요?
최태규 : 부담이 없을 수는 없죠. 그런데 저는 동물복지가 중요해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안락사 이야기를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동물복지를 논하면서 안락사를 빼놓을 수 없죠. 우리 사회가 동물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동물의 죽음은 지워져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저는 몇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동물복지를 위해 안락사가 필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고, 동물에게 죽음이 필요한 경우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수의사들은 동물을 대할 때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동물병원 수의사들이 동물의 죽음이나 안락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도 많이 봤고요.
동물복지 선진국에서는 수의사가 어떤 직업이냐고 물었을 때 ‘동물복지’가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합니다. 동물에 초점에 맞춰져 있는 거죠. 반면, 한국은 여전히 인간이 동물을 이용할 때 얼마나 유용하게 쓸 것인지에 초점에 맞춰져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우선순위가 동물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물의 죽음도 우리가 책임을 지는 하나의 방법으로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다 보니 영화 속에서 계속 “안락사를 해야 한다”고 외치는 빌런이 되어버렸습니다(웃음).
저는 이런 논쟁거리를 계속 사회에 던질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 영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김정호 : 저도 (동물복지를 위해 안락사가 필요할 수 있다는) 최태규 수의사님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해요. 작년에도 20살 된 사자를 제가 직접 안락사하기도 했습니다. 다발성 암에 전이도 돼서 후지마비까지 왔는데 안락사를 안 할 수 없죠.
그런데 저는 안락사라는 결정을 내릴 때 어떠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의학적인 진단이 되겠죠. 그래서 CT도 찍고 호랑이 MRI 촬영도 하는 겁니다. 야생동물을 MRI 촬영하려고 (대학동물병원에) 데리고 가기 위해 사람들을 설득하고 협조를 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예요. 하지만 주관적인 판단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거죠(편집자 주 : 청주동물원 동물병원은 지난 2022년 CT 장비를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MRI 촬영을 위해서는 수의과대학동물병원의 협조를 받고 동물을 대학동물병원으로 옮겨서 촬영해야 합니다).
안락사라는 행위 자체는 마취를 하고 약물을 주입하는 단순한 과정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동물원 수의사들은 치료자이자 보호자이기도 하거든요. 단순히 어떤 행위만 하는 사람들은 아니죠. 그래서 안락사할 때마다 계속 힘들고, 저와의 싸움을 하고 있어요.
최태규 : 사실 동물원뿐만 아니라 동물을 키우는 농장이든, 실험동물기관이든 이러한 논쟁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고민과 논쟁이 부족한 게 문제인 것 같아요.
왕민철 : 이런 논의가 잘 안 되는 이유는 구조적인 문제가 제일 클 것 같아요. (순환근무를 하는) 공공동물원이나 수의사들이 평균 1~2년 정도만 짧게 근무하는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어떻게 이런 깊은 논의를 하겠어요.
Q. 저도 이 영화가 ‘논의할 주제를 던진다는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수의사라면, 꼭 야생동물 분야가 아니더라도 이 영화를 보면서 공감하고 고민할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분위기를 바꿔서 최태규 수의사님께 질문드립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 활동에 대해 여쭤보고 싶은데요, 사육곰 문제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18년 외국에서 공부를 했었는데, 사실 곰에 대해서 공부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곰 생츄어리가 있는 불가리아에서 온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한국은 곰복원사업을 하는데 그보다 더 많은 사육곰이 농장에 있다고 얘기했더니, “그럼 당연히 한국에도 곰 생츄어리가 있겠네?”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여러 단체가 힘을 합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러 단체에) 제안을 했고, 단체들이 모여서 재단을 만들어서 생츄어리를 만들기로 했었죠. 하지만, 실무 단계에서 추진이 안 됐어요. 제가 처음 제안하고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수습은 해야 하지 않을까요?(웃음)
Q. 현재 환경부가 2곳에 곰 생츄어리를 만들고 있고, 곰보금자리프로젝트도 임시 보호시설을 운영 중인데.
네 전남 구례 종복원기술원 옆에 짓고 있는 생츄어리는 올해 완공될 예정이고,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에 만드는 건 내년에 완공 예정입니다. 구례는 50마리 규모, 서천은 70~80마리 규모의 시설이기 때문에 (남아 있는 사육곰을 다 수용하기에는) 많이 모자랍니다. 그리고 곰보금자리프로젝트가 화천 임시 보호시설에서 13마리의 곰을 돌보고 있습니다.
Q. 2014년부터 사육곰 중성화수술 사업이 진행되어, 국내에 있는 모든 사육곰은 중성화가 되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사육곰 개체수가 줄어들어서 없어지게 될 텐데, 나중에 곰 생츄어리는 어떻게 활용되나요?
일단 사육곰 숫자가 많습니다. 그리고 100여 마리의 곰이 있는 동물원도 있죠.
또한, 개정된 동물원수족관법이 잘 시행된다면 여러 동물원이 동물을 줄여야 할 상황이 올 텐데 대형 포유류들이 갈 곳이 없습니다. 청주동물원 같은 곳으로 모두 옮길 수 있으면 좋겠지만, 불가능하죠. 그래서 사육곰들이 다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생츄어리의 효용은 있을 겁니다.
Q. 영화를 보면,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교육동물’로 있는 너구리 ‘클라라’가 나옵니다. 반려견처럼 재활관리사 분과 함께 산책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요, 어떤 야생동물이 교육동물이 되는 걸까요? 동물원에도 교육동물이 있나요?
왕민철 : 사실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클라라처럼 순치되어 사람을 따르는 동물은 안락사하는 게 맞죠. 야생에서 살아가기 굉장히 어려워 방사할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사람을 잘 따른다고 안락사한다는 게 감정적으로 납득이 잘 안될 것 같아요.
클라라는 교육동물로 대중에게 부적절한 구조 및 사육으로 고통받는 야생동물의 삶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또한, 최근 여러 매체에서 야생동물을 데려다 키우는 걸 약간 미화하는 경향이 있고, 심지어 선한 일이라고 장려하는 모습까지 보이는데요, 그런 행동의 위험성도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정호 : 야생동물구조센터로부터 장애 등으로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동물들을 동물원으로 데려올 때가 있는데, 이런 동물들이 교육동물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어요. 이 동물들의 스토리를 관람객들에게 설명하면 현시대를 살아가는 야생동물의 삶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죠.
예를 들어, 지금 청주동물원에 있는 독수리 3마리는 전부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리가 휘어져 있고, 날개가 다쳤고, 다른 동물원에서 방치했고…이런 동물들이 동물원에 있는 게 맞지 않을까요? 오히려 날 수 있는 멀쩡한 독수리를 왜 여기에 뒀냐고 관람객이 질문하면 할 말이 없지 않을까요?
왕민철 : 어떻게 보면, 동물원에는 모두 교육적인 목적을 가진 동물들만 있어야 하는 거죠. 그 동물이 여기 있어야만 하는 정당한 이유가 설명되는 동물들. 그런 역할을 하는 동물원이라면 생츄어리라고도 할 수 있겠죠.
Q. 영화를 보니까, 물범을 제주도로 보내는 등 청주동물원이 동물 수를 줄이고 있더라고요. 동물복지 차원에서 도움이 되겠지만, 더 많은 동물을 보고 싶어 하는 관람객도 있을 것 같거든요. 동물복지와 동물원 운영 사이에 현실적인 고민이나 운영진과의 갈등은 없나요?
당연히 고민이 있습니다. 그런데, 동물 수를 줄이고 동물복지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도 관람객이 만족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단순히, 동물을 계속 번식시켜서 개체수를 유지하거나 심지어 다른 곳에서 오로지 관람의 목적으로만 동물을 데려오는 게 뭔가 안 맞는다고 생각해요. 제한된 동물원 면적에서 동물의 수가 늘어나면 한 동물이 차지하는 면적은 좁아질 수밖에 없잖아요. 저는 동물 개체수가 자연 감소하면 같은 종으로 채우지 않고 남아 있는 동물에게 계속 공간을 늘려주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관람객분들도 단순히 많은 동물을 보는 것보다 스토리가 있는 동물을 보는 니즈가 많은 것 같아요. 과거에 130종의 동물이 있었는데, 1시간 동안 그 동물을 다 봤다고 해봅시다. 과연 어떤 동물이 머릿속에 남을까요? 남지 않겠죠. 반면,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구조했지만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동물이나, 실내동물원에서 방치됐던 동물들처럼 스토리가 있는 동물은 기억에 남습니다.
실제로 관람객 수도 오히려 늘었어요. 동물원의 복지수준이 올라가고, 스토리가 있는 동물이 늘면서 동물원을 불편하게 생각했던 성인 관람객이 전국에서 찾아오는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습니다.
Q. 청주동물원이 최근 환경부로부터 ‘거점동물원’ 지정을 받았습니다. 거점동물원 지정에 따라 바뀌는 것이 있나요?
일단 거점동물원이 뭔지 물어보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웃음).
원래 저희가 하던 일들이었는데 거점동물원으로 지정되면서 명분이 더 생겼고, 동물원의 방향성이 유지될 수 있는 장치가 된다고 보고 있어요(편집자 주 : 동물원수족관법에 따라, 거점동물원은 권역 내 동물원·수족관의 역량강화 교육, 질병관리·검역지원, 종보전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Q. 마지막으로 공통 질문드립니다. 어떤 분들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이 영화를 보시길 바라시는 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태규 : 일단 영화가 재밌습니다. 제가 되게 많이 봤거든요. 시사회에 참여할 때 안 봐도 되는데 저는 또 봤어요. 그런데 볼 때마다 다르게 보이고, 안 보이던 장면이 있어서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그게 영화의 힘인 것 같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결국 우리 사회에서 계속 얘기되어야 하는 담론이라고 생각해요. 동물을 키우는 분이든, 직업적으로 관련된 분이든, 동물에 관심이 있는 분이든, 누구나 영화를 보고 동물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그 관점을 고민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김정호 :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여러 장애동물이 왔어요. 이 동물들이 모두 토종 야생동물입니다. 영화를 통해서 토종 야생동물들의 현실이 조금이나마 알려지면 좋겠어요. 야생동물도 우리와 함께 사는 생명체니까요.
왕민철 : 저는 일반 관객분들도 많이 보면 좋겠지만, 수의사분들처럼 이 분야에 관련된 분들이 영화를 많이 보면 좋겠습니다. 영화에서 던지는 주제에 대해 현업에 계신 분들이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면 현실을 굉장히 빠르게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정호 : 맞아요! 전작인 ‘동물, 원’ 영화가 많은 분의 마음을 움직여서 청주동물원이 많이 개선될 수 있었어요. 영화는 분명히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더라고요.
왕민철 : ‘동물, 원’ 때는 어떤 방향으로 바꿔보자는 희망과 변화를 위한 노력 정도만 있었는데, 그 뒤에 청주동물원이 동물구매비를 없앴어요. (야생동물구조센터 등에서) 돈 주고 사 오지 않더라도 데려올 동물이 많다는 거죠. 이게 공공동물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김정호 : ‘생츄어리’도 ‘동물, 원’처럼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서 현실을 변화시키길 기대합니다.
왕민철 : ‘생츄어리’는 동물 다큐멘터리 영화인데요, 관객 수가 많아서 수익을 많이 내면 당연히 좋겠지만, 그것보다 조금이라도 현실을 바꿀 수 있으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