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꿀벌 수의학을 위해 도전한 부부 수의사 김용환·기혜영
글로벌꿀벌동물병원 김용환·기혜영 원장이 말하는 꿀벌수의사의 역할과 미래
양봉 업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부부 수의사가 있다. 꿀벌 수의학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글로벌꿀벌동물병원의 김용환·기혜영 수의사가 그 주인공이다. 환경 보호와 공익적 역할에 대한 사명을 가지고 퇴직 후 새로운 도전에 나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Q.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용환(이하 김) : 저는 전남대학교 수의과대학에 85학번으로 입학했습니다. 학교에서는 해부학 실험실 생활을 하고, 바로 대학원 과정을 거치게 되었습니다. 1991년 2월에 석사 과정을 마치고 당시 광주직할시 가축위생시험소의 연구사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죠. 그리고 3년 후에 수의연구관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져 승진시험에 합격한 후, 1995년 5월에 수의연구관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퇴직할 때까지 수의연구관으로 일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며 전남대학교 수의과대학 병리학교실 박남용 교수님 연구실에서 2002년 수의학박사를 취득하였습니다. 그동안 시험검사실장, 방역과장을 거쳐 2010년부터 2022년까지 동물위생연구부장을 역임했습니다. 2022년 1월에는 보건환경연구원장으로 승진·취임하여 2년간 보건환경연구원장직을 수행하였고, 뜻하는 바가 있어 2년의 연구원장 소임을 다하고 지난 2023년 12월 31일 자로 명예퇴직을 한 후, 곧바로 꿀벌 전문 동물병원(글로벌꿀벌동물병원)을 개원하여 운영 중입니다.
기혜영(이하 기) : 저는 전남대학교 수의과대학 86학번이고요, 1990년에 학사를 졸업하고, 수의병리학 석사학위 취득 후, 1992년도에 보건환경연구원 보건연구사로 입사하여 작년까지 근무하였습니다.
2017년 4월 보건연구관으로 승진하여 보건 분야에서 근무했고 2021년부터 3년간 보건환경연구원 서부농수산물검사소장을 맡았어요. 저 또한 명예퇴직을 하고 남편과 같이 꿀벌 전문 동물병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Q. 꿀벌 수의사의 길을 걷게 되신 이유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김 : 10여 년 전 국내 꿀벌 수의사 1호인 정년기 박사님을 만나면서부터 꿀벌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그 후에 저희가 근무하는 시험실에 꿀벌질병을 검사할 수 있는 진단 체계를 갖춰서 검사를 진행해 왔습니다. 그 당시에 정년기 선배님께서 꿀벌을 연구해 보라고 자주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저는 꿀벌 분야가 앞으로 우리 수의사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해서 꿀벌에 관해서 공부를 조금씩 했죠.
작년 말에 퇴직하고 저의 새로운 인생을 계획하면서 반려동물 수의사나 대동물 수의사를 하게 된다면 후배들과 부딪칠 수도 있고 후발주자이기도 하니까 꿀벌 수의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꿀벌 전문 동물병원을 개원하게 됐습니다.
Q. 양봉업에서 수의사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기 : 우선 외국 사례로는 정부에서 관할 구역을 나누어 컨설팅 위주로 수의사들이 진료 업무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특정 질병이 발생하면 소독하거나 소각 처리하는 것 등으로 해결하여 전염병이 확산되지 않도록 예방하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양봉업을 하시는 분들이 선배들에게 배우고 물려받는 식으로 진행된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여태까지 수의사들의 관심이 거의 없었던 것이죠.
김 : 요즘은 꿀벌 수의사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전문성도 인정받다 보니, 진료 문의가 많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저희도 아직은 개별 진료보다는 컨설팅 위주로 항생제 등 약제를 처방하는 수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꿀벌 수의사들은 내가 하는 일 자체가 지구환경을 보호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기 때문에 여러 수의사 직종 중에 공익적인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Q. 수의사가 많이 진출하지 않은 분야인 만큼, 농가의 자가진료도 꽤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김 : 양봉 분야에서는 꿀벌을 사양하는 것과 자가진료가 명확히 구분이 안 됩니다. 하지만 이제 국내에서도 수의학적 영역이 도입됨에 따라 질병의 유전학적 검사를 통해 질병원인체 규명 등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따라서 항생물질 등에서 제어할 부분이 있습니다. 약에 대한 처방이 과거와 비교해서 확대가 되다 보니 우리 수의사의 진료 영역에 들어가고 있죠.
기 : 지금은 제도나 국제적인 무역 측면에서 봤을 때 혼란기인 것 같아요. 하지만 3~4년 후에는 양봉 업계 분야에서도 모든 약들이 수의사의 처방에 따라 제조·유통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활동하는 꿀벌 수의사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잘해줘야겠죠. 현재가 아주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빨리 이 부분들을 정립할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Q. 꿀벌 수의사로서 갖고 계신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김 : 정확한 질병 진단을 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꿀벌의 사양관리를 좀 더 공부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고요. 그런 다음에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수의사 고유 분야인 심도 있는 진료와 처방을 통해서 꿀벌 전문 수의사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래서 요즘 틈만 나면 양봉장, 양봉 관련 모임과 강의장을 찾고 있습니다.
또한, 꿀벌 수의사는 꿀벌이 얼마만큼 우리에게 이로운지 시민에게 알려주는 역할도 합니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꿀벌의 중요성, 생명체의 중요성을 넘어서 꿀벌이 지구환경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환경보호차원에서 이해시키는 역할도 하고 싶습니다.
Q. 학부생 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 활동이 있으신가요?
김 : 지금 학교생활을 돌이켜 보면 실험실에서 실험했던 경험과 방학 때 시험소와 강원도 목장에서 현장실습 했던 기억이 많이 나네요. 여러분들도 실험실에서 실험기구도 직접 사용해 보고 최소한 수의사가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진료행위 등 많은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진정한 수의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부 생활 중 실험실 생활을 하든지 아니면 평상시 관심 있는 동물병원에서 직접 경험을 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최근에 입사한 후배 수의사분들이 지식적인 부분과 판단력은 높은데, 현장에서 실무적인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경험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김 : 제가 수의대에서 강의할 때도 했던 말인데, 학교 다닐 때의 모습이 10년, 20년, 30년이 지난 후에도 똑같더라고요. 그래서 학교 다닐 때 자기의 ‘이미지’를 잘 관리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이 앞으로의 자기 모습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학생 때는 좀 더 부지런한 생활 습관을 갖추고, 상대방에게 선명한 이미지를 줄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기 :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리고 학생 때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한다면 사회에 나와서 멋진 수의사로 활동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김민규 기자 mingyu04010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