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스토리:수의공중보건학 교수가 되기까지] 경상국립대 김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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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 먼저 경험해본 사람의 의견을 듣곤 합니다. 누군가가 걸어간 발자취는 다른 누군가의 앞을 밝히는 등불이 될 수 있습니다.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11기는 데일리벳의 좋은 영향력을 살릴 수 있도록 선배가 후배에게 자신이 걸어온 길을 진솔하게 전달하는 [벳스토리: OOO이 되기까지]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벳스토리 프로젝트에서 11기 학생기자단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12번째 주인공은 경상국립대 수의대 수의공중보건학 김석 교수(사진)입니다.

저는 경상국립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공중보건학 교실의 김석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수의학과에 입학하고 수의사 면허를 받을 때만 하더라도 임상수의사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자라온 환경이 시골이라서 반려동물보다는 소와 같은 대동물을 치료하는 수의사가 되고 싶었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부모님께 물려받은 작은 체구로는 대동물 수의사가 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웃음). 그렇게 대동물 수의사의 꿈은 접었지만 대동물의 질병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은 생각으로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또 기회가 되어 일본에서 박사과정을 밟게 됐죠.

박사과정 시절 브루셀라의 병원성 인자와 탐식 경로에 대해 연구했고, 박사 후 과정에서도 관련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박사 후 과정 중 경상국립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공중보건학 교수 공채에 지원했고, 감사하게도 경상국립대학교에서 저를 채용해 주셔서 20년째 수의공중보건학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저에게는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죠.

제 전공은 세균성 인수공통전염병입니다. 그 중에서도 숙주세포에 기생하면서 질병을 일으키는 브루셀라증을 연구하고 있죠. 브루셀라증은 대표적인 인수공통전염병이며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발생하여 심각한 공중보건학적 문제와 경제적 손실을 야기하는 질병입니다. 숙주 세포 내 기생하는 균의 특성상 치료가 매우 어려운 감염증 중 하나죠.

저는 브루셀라균이 숙주세포에 침입하여 생존할 수 있는 균-숙주 상호작용과 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항생제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발굴하여 이들 물질과 금 나노 입자를 결합한 세포 내 전달 시스템을 이용한 감염증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제 진로에 영향을 주신 분은 아무래도 은사님들이 아닐까 합니다. 아무래도 공부를 계속한다는 것은 참 지난한 과정인 거 같아요. 공부하는 중간중간 취업한 친구들이나 선후배를 만나게 되면 중도에 포기할까 하는 유혹도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그때마다 한국과 일본의 은사님들이 다독여 주시고, 연구와 학업에 대한 동기부여를 해주셨습니다. 평생을 업고 가야 할 저에게는 정말 고마운 분들입니다.

제 어렸을 적 꿈이 중·고등학교 선생님 되는 것이었습니다. 대학교수도 선생님이니 어쩌면 꿈을 이룬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선생 생활을 하면서 가장 보람있고 뜻깊은 게 있다면 제가 가르친 제자들이 사회에 나가서 자기 몫을 다하고 인정받는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아직도 저는 강의실에 들어가기 전 학생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설렘이 가득합니다. 칠판을 봐도, 책상과 의자를 봐도, 우리 학생들 맑은 눈동자를 봐도 너무 행복하다고나 할까요?

물론 많이 부족한 선생이지만 저에게 있어서는 우리 학생을 만난다는 그 자체가 가장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복에 겨운 사람이라고 스스로 평가하곤 합니다.

주변에 저보다 훌륭한 교수님들, 소통 잘하시는 분들은 얼마든지 계십니다. 우리 수의과대학만 하더라도 제가 존경할 만한 교수님들이 너무 많이 계시죠. 소통을 잘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니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특별하게 한 것이 없다 보니,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다만, 제가 수의학을 전공했고, 학생들보다 경험이 조금 더 많다 보니, 우리 학생들이 잘못 생각할 수 있다는 점과 옳지 않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최소화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저의 경험과 선배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본인에게 가장 알맞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뿐입니다.

사실 저도 많이 틀리고, 옳지 않은 선택도 자주 합니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우리 학생들이 앞으로의 삶에서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하고,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돌아간다’입니다. 수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 대부분은 수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수의사로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수의학의 진로는 다른 어떠한 전공보다 다양한 길이 있기 때문에 진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지요.

저 또한 학창 시절에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했습니다. 세상에서 자기 자신보다 자기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평가해 볼 때 가장 잘할 수 있고, 가장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진로를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창 시절에 다양한 경험을 접해보고, 각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고 진로를 선택하게 된다면 적어도 실패한 선택은 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진솔한 친구를 꼭 만들라고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대학 친구는 평생을 갈 뿐만 아니라, 나의 입장과 상대방의 입장을 가장 이해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닐까 합니다. 학생이기 때문에 학업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갖는 것이 제가 말씀드린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이건 저의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참 어려운 질문인 것 같네요. 저는 원대한 꿈이나 대단한 목표는 갖고 있지 않습니다. 굳이 얘기해 달라고 하신다면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첫째로는 나쁘지 않은 교육자로 제자들에게 기억되는 것입니다. 쉽지 않은 길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학생들과 소통하고 친밀하게 다가서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학생을 만족시킬 수 없겠지만, 만족하지 않는 학생이 한 명도 안 생긴다면 저에게는 가장 큰 목표를 달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둘째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연구를 통해 치료 한번 해보지 못하고 살처분되는 동물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이 또한 무척 힘든 과정이고 어려운 숙제이지만,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된 동물 대부분이 감염 후 살처분되는 우리나라의 정책을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이고 안전한 치료법을 만들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알고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특히,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주는 가족과 주변 분들 모두에게 미안하고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서로 아끼면서 잘 사는 것이 마지막 목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성실’인 것 같습니다.

세상 살고 있는 모두에게는 다양한 스토리와 사정이 있을 겁니다. 저는 시골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고, 그저 그런 학업 성적과 특출난 재능이 없는 평범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철이 들고부터는 성실함을 바탕으로 모든 일을 대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예전 어른들 말씀에 ‘성실하면 밥은 굶지 않는다’라고 하셨는데, 저는 이 평범한 말을 가슴에 새기고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보니 성실함마저 없었다면 이 자리의 저는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좋은 기회를 주셔서 깊은 감사를 드리며, 우리 학생들뿐만 아니라 독자분들 모두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임고은 기자 est2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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