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동물병원에서 만난 쪼꼬미 환자’ 대학병원에서의 특수동물 진료 현장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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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에 특수동물의학에 대한 국내외 학문 교류 활성화 및 임상 발전의 장려를 위해 대한특수동물의학회가 출범하였습니다. 특수동물의학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대학병원을 찾는 특수동물 환자 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학병원의 특수동물 치료에 대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데일리벳 독자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서울대학교 동물병원 특수동물과 이도나 진료수의사를 만나 생생한 진료 환경을 담아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야생동물의학실(지도교수 연성찬)에서 석박통합과정 중 박사과정 이도나 수의사입니다.

현재 서울대학교 동물병원 특수동물과 및 동물행동의학 진료수의사로 재직 중에 있습니다.

서울대 야생동물의학교실은 3개의 트랙(특수동물의학, 야생동물의학, 동물행동의학)으로 나누어져 있어 자유도가 높은 편이에요. 본인이 대학원 과정 동안 어떤 트랙에서 무엇을 할 지 설계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특수동물의학을 공부하고자 한다면 대학병원에서의 특수동물 진료에 참여할 수 있고, 야생동물의학에 관심이 많다면, 학교에서 함께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 야생동물센터에서 진료를 보거나 연구할 수 있어요.

저는 특수동물 행동의학도 함께 연구하고 있어 깃털을 뽑는 행동(feather plucking)과 같이 행동 교정이 필요한 환자가 내원하면 보호자 상담, 약물 치료와 더불어 행동 교정 훈련도 함께 진행하여 보호자와 반려동물이 좀 더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사실, 야생동물의학과와 특수동물의학과가 분과된 지는 오래 되지 않았어요. 이전에는 한 명의 진료수의사가 서울시 야생동물센터와 서울대 동물병원 특수동물과에서의 진료를 병행했는데, 점차 각과의 환자 수가 증가하여 진료 퀄리티의 향상을 위해 트랙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트랙이 나뉘어도 여전히 야생동물의학과와 특수동물의학과의 교류는 있어요. 필요할 경우 수술 및 처치를 함께 진행하기도 하고요, 야생동물센터에 특수동물이 유기동물로 들어와 계류하는 경우도 있어 소통하며 진료 계획을 논의하기도 합니다.

특수동물 진료 범위는 쉽게 생각해서 ‘개, 고양이 빼고 다’ 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웃음).

특수동물은 다시 포유류, 설치류, 파충류, 조류 등으로 세분화되고, 저희 병원에는 주로 거북이, 뱀, 앵무새, 페럿, 햄스터, 토끼 등이 많이 오는 편이에요.

개, 고양이를 진료하기 위해서는 생리학적 기전, 해부학적 구조를 알아야 하듯이, 저희도 진료를 보는 동물 종에 대한 기본적인 수의학적 지식을 갖춰야 해요.

특히나 주의해야 하는 부분은 약물 용량인데, 개나 고양이에 비해 크기가 작은 특수동물의 경우에는 약 용량을 더 미세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어요. 동물 종마다 권장되는 약물 용량과 투약방법도 달라서 지속적인 연구와 해당 동물의 생리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특히 특수동물은 종별로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진료 과정에서 그들의 특수한 요구를 고려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특수동물은 스트레스에 취약하여 보정에도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조류나 소형 포유류처럼 야생에서 “피식자” 역할을 하는 동물들은 병원에서와 같이 긴장된 환경에서는 아픈 티를 내지 않을 수도 있어, 환자의 상태에 대한 민감한 이해와 섬세한 접근으로 진료가 진행됩니다.

뿐만 아니라, 특수동물의 다양성은 진료 접근 방식에도 다양성을 요구합니다. 각 동물은 자연상에서 각자의 독특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보호자가 이러한 사육 환경을 충족시켜주지 못할 경우 다양한 건강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개별 동물종들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달팽이, 하늘다람쥐, 반려 돼지, 라쿤, 사자, 아르마딜로 등 정말 다양한 동물들이 오다보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많아요.

최근 SNS를 통해 미어캣의 매력이 널리 알려져서인지, 미어캣 환자 수도 늘어났어요. 한 예로 보호자가 어깨 위에 올렸다가 떨어져서 새벽에 응급으로 온 미어캣이 있었어요. 의식이 없는 상태로 도착해서 걱정이 많았지만 다행히 건강하게 퇴원했어요.

이 외에도 알파카도 저희 병원에 내원한 적이 있어요. 방광 결석의 악화로 직장 탈장까지 발생해서 대수술을 했던 일도 기억이 남네요.

대학병원은 3차 병원이기에 환자의 중증도에 차이가 있어요. 주로 로컬 병원에서 진단이 어렵거나, 진단은 되었지만 치료하기 어려운 환자 위주로 오는 편이에요. 또한 24시간 진료가 가능하다는 점 역시 서울대 동물병원 특수동물과의 큰 장점입니다.

특수동물의 특성상 임상 증상이 빠르게 악화되는 경우가 많고, 이때 제대로 처치를 받지 못하면 골든타임을 놓쳐서 폐사하는 등 응급한 상황이 많아요. 저희 병원에서는 응급 환자 내원 시 전화 문진을 통해 당직 선생님들과 논의 통해 처치를 진행하거나, 심각하다고 판단이 되면 제가 환자 처치를 위해 병원으로 갑니다.

그 밖에 타 과와의 협진이 활발하다는 것도 차이점으로 꼽을 수 있어요. 개, 고양이 진료 과목은 내과, 외과, 안과, 피부과 등으로 세분화 되어있는 반면에 특수동물 진료 과목은 아직까지는 세분화 되어있지 않아요. 그럼에도 특수동물 환자의 종과 내원 사유는 정말 다양하죠(웃음).

그래서 저희 병원에서는 환자의 임상증상과 연관된 과와 협진하여 좀 더 전문적인 진료를 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필요시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와 협의하여 CT나 MRI와 같은 특수 장비 촬영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데일리벳 독자 여러분을 위해 대학병원에서의 특수동물 진료 과정을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서울대학교 동물병원과 보호자 분들의 촬영 허가를 받은 후 촬영을 진행하였습니다)

국내에서 특수동물 보호자의 수가 늘었다기보다는, 특수동물이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고 싶어하는 보호자들의 수가 늘었다고 체감해요. 옛날에 비해 보호자의 인식이 향상되어, 어떻게 해야 올바르고 건강하게 특수동물을 키울 수 있을지 많이들 고민하시는 것 같아요.

이런 상황 속에서 자연스레 서울대학교 동물병원에도 내원하는 특수동물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어요. 저희 병원 특수동물과의 진료 특성 상, 한 환자에 대한 최소 진료시간이 대략 1시간가량으로 길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최대 6마리까지 진료를 보는 날도 많습니다.

야생동물의학과와 특수동물의학과에는 개성이 넘치는 학생들이 관심을 많이들 가진다고 느끼는데, 저희도 최대한 학생들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많은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서울대 동물병원에서의 특수동물 진료 참관도 가능하고, 서울시 야생동물센터 실습도 가능합니다. 관련하여 본인의 연구를 하고자 한다면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진행하기도 하고, 본인의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부담된다면 연구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어요.

지금도 연구실 내에 학부 실습생 및 인턴들이 많이 있습니다. 각자의 개성을 살려 하고싶은 공부와 연구를 병행하고 있죠.

개인적으로 학부생 때 하고 싶은 공부와 연구를 많이 해봤던 만큼, 관심있는 분야나 아이디어를 학생이 가져오면 꼼꼼하게 피드백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수동물 수의사로서 수의학적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료 대상인 특수동물들을 어떻게 잘 키울 수 있는지 사육환경에 대해서도 알아야 합니다. 사육 환경 피드백을 할 수 있을 정도까지 공부한다면 나중에 수의사가 되어 더욱 양질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이때, 책으로 공부하는 것과 보호자로서 특수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기에 여건이 된다면 새로운 가족을 이해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이가은 기자 vet_g_8113@snu.ac.kr

‘서울대 동물병원에서 만난 쪼꼬미 환자’ 대학병원에서의 특수동물 진료 현장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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