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수의사 4명이 모여 소·돼지·가금·꿀벌을 모두 진료합니다

수가축병원 최보현·이성민, 김무석·최종윤 수의사 부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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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와 돼지, 가금, 꿀벌까지 모두 진료하는 동물병원이 있습니다.

반려동물 임상에 비해 동업이 흔치 않은 농장동물 임상에서, 그것도 여러 축종을 다양하게 진료하는 병원은 찾기 어려운데요, 동기 수의사 부부 두 쌍이 모여 동업자로 나선 것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그 주인공은 수의사 4명이 모인 경남 거창군의 수가축병원입니다. 수가축병원의 최보현, 이성민, 김무석, 최종윤 원장을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왼쪽부터) 최종윤, 김무석, 이성민, 최보현 수의사

최보현 경상대 90학번 최보현입니다. 동 대학원 내과에서 석사과정을 마쳤고요, 업계를 거쳐 병원을 개원했습니다. 중앙백신연구소, 현재는 베링거와 합쳐진 메리알, 대한사료 등에서 근무하다가 2008년 수가축병원을 오픈했죠.

주로 돼지, 가금농장을 대상으로 운영하다가 좋은 후배님들과 인연이 닿아 지금의 형태에 이르게 됐습니다.

이성민 남편과 동기인 경상대 90학번이고요, 대학원은 충남대에서 나왔습니다. 형태학 전공으로 석사는 조직학, 박사는 병리학 교수님의 지도를 받았어요. 학업에 관심이 많아서 국립공주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도 따로 취득했습니다.

저도 업계에 오래 있었습니다. 중앙백신연구소에서 병성감정업무도 했고요, 우성양행과 씨티씨백을 거치면서 동물용의약품 인허가, 기술지원 업무도 두루 경험을 쌓았습니다.

업계에 있을 때부터 꿀벌에 대해 꾸준히 공부하고 연구사업도 진행했는데요, 지금은 동물병원에서 꿀벌 진료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최종윤 충남대 97학번으로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 석사를 받았습니다. 이성민 원장님과 대학원에서 인연이 있는 셈이죠. 안전성평가연구소에 잠깐 있다가 대구에서 4~5년 정도 소동물 임상수의사로 일했습니다.

그러다 2015년에는 공직에 입문했는데요, 경남동물위생시험소 북부지소에서 방역업무에 종사하면서 최보현 원장님과 만나게 됐습니다. 재작년 공직을 떠나 제2의 삶을 찾으면서 거창으로 넘어왔고, 수가축병원에서 꿀벌진료를 같이 하게 됐습니다.

김무석 아내와 동기인 충남대 97학번입니다. 저는 합천에 오래 있었어요. 10년 넘게 합천군에서 대동물·소동물 진료를 병행했습니다. 건강 상의 이유로 소동물 임상을 포기하게 되면서 대동물 임상을 어디서 할까 고민하다 거창을 택했어요. 아내를 통해 최보현 원장님 부부와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사실 대동물 수의사를 하기 전에는 돼지수의사도 잠깐 했었습니다. 군 제대 이후 경남에서 돼지수의사를 했었는데, 2000년대 당시에 돼지 이유후전신소모성 증후군(PMWS) 같은 질병 문제가 심해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대동물로 왔습니다(웃음).

   

최보현 거창군수의사회 회장을 하면서 당시 수의직 공무원이었던 최종윤 원장님과 인연이 닿았어요. 조류인플루엔자 업무 하면서 도움도 주고받았고요.

최종윤 처음부터 동업을 하려고 거창에 온 건 아니었는데, 부부끼리 만나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뜻도 맞았어요. 이성민 박사님도 꿀벌진료에 수의사가 더 필요하다고 제안도 해주셨고요.

   

최보현 저는 돼지·가금을, 김무석 원장이 소를, 이성민·최종윤 원장이 꿀벌 진료를 합니다. 일단 각자 진료하면서 함께 진행할 수 있는 사업도 준비하고 있어요.

이성민 꿀벌은 수의사 영역 밖에 있었어요. 배울 곳도 마땅치 않았죠. 우연한 기회로 공부를 시작했는데, 5~6년전부터는 매주 양봉장에 갈 정도로 파고들었어요.

지난해 최종윤 원장을 만나 같이 꿀벌을 진료하자고 제안해서 양봉장에 같이 다니기 시작했어요. 꿀벌질병컨설팅사업 자문단으로도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무석 거창엔 한우농가가 많아요. 한우진료도 요즘은 낮에 주로 합니다. 농장도 많이 기업화됐고 직원도 일과시간에 출근해서 일하시니까요.

대동물 수의사가 시간적으로는 유연한데, 두 분 꿀벌수의사분들은 출장이 너무 많으셔서..강아지 먹이고, 빨래하고 내조하느라 바쁩니다(웃음).

최보현 개인 진료도 하고 관 업무도 합니다. AI 시즌이니 가금농장 예찰업무도 있는데, 요즘은 농가 방문이 참 무섭네요. 방문진료와 전화상담이 반반씩인 것 같아요.

오후에 각자 진료가 마무리되면 동물병원에 모여서 업무 이야기도 하고 앞으로의 계획도 논의합니다.

이성민 양봉장에 가서 벌들 보고, 검체도 채취합니다. 아무래도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죠. 한여름에는 낮이 너무 덥다 보니 새벽에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최종윤 농장에 가서도 돌아와서도 공부의 연속입니다. 꿀벌 진료는 농가와 소통하면서 함께 성장해가는 일 같아요. 이동도 많고 통화도 많습니다.

이성민 양봉 현장에 문제가 많아요. 불법적인 약품도 그 중 하나입니다. 동물용의약품도 아닌 농약이 이미 만연해 있습니다. 최대한 문제를 줄이고, 내성문제가 오지 않도록 조언해드리고 있어요.

왕진 외에 양봉농가 대상 강의도 하고, 산업체와의 공동연구도 함께 하고 있어서 틈틈히 그 일들도 합니다.

꿀벌이 현장에서 혼자서는 진료하기 힘든 측면이 있는데 동지인 최종윤 원장이 함께 하게 되어서 너무 좋아요. 열정을 가지고 임해주시고 있고, 제가 미처 생각치 못했던 부분도 교류하면서 함께 발전하고 있습니다.

    

최보현 여러 축종에 대한 종합적인 진료를 위해 실험실적 역량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민하고 있어요.

이성민 꿀벌을 진료하면서 아직 어디에 검사를 맡겨 현장에서 궁금한 부분을 완벽하게 해소하기 어려워요. 니즈는 있습니다.

다양한 축종에 대한 임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임상시험실시기관이 되어도 장점이 있을 것이라 봅니다.

김무석 여러 축종을 함께 진료하는 병원으로서 정책적으로도 조언해줄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최종윤 원장이 공직생활도 나름 오래했다 보니 공직에서의 시각도 고려할 수 있고요.

축우 진료에서도 혈액화학검사나 전혈구 검사 등 개체진료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보고 있습니다. 사실 소동물 임상을 병행하던 시절에는 검사기기가 있으니 실제로 시도해보기도 했고요. 실험실 역량이 생기면 여러 축종의 임상에 모두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이성민 경남에서는 이제 공수의를 축종별로 위촉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바꿨습니다. 여러 동물을 진료하는 수가축병원의 역할이 있을 겁니다.

    

최종윤 거창에는 소, 돼지, 가금, 꿀벌이 다 많아요. 종오리장도 많고요. 여러 축종이 다양하게 있는 지역적 특색을 고려하면 수가축병원처럼 여러 축종을 진료하는 동물병원이 거점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보현 이미 가금질병, 꿀벌질병의 컨설팅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공수의도 하고 있어요. 4명이 4개 축종을 진료하면서 축종을 넘나드는 분석과 정보교류도 가능하죠.

저희가 의기투합한 지 이제 1년 정도라 아직은 미지수이지만, 요즘은 너무 즐겁고 좋습니다. 서로 아이디어와 경험을 나누면서 가까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어요. 아직은 미지수이지만, 좀더 지켜봐주시면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부 수의사 4명이 모여 소·돼지·가금·꿀벌을 모두 진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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