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실현 중인 두 수의사, 루시드동물메디컬센터 노진희·설재민 원장을 만나다

5평 규모에서 강북 최대 규모 동물병원으로 그리고 벳어스 플랫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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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구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루시드동물메디컬센터의 대표원장은 부부입니다. 고양이진료를 보는 노진희 원장과 외과수술을 주로 하는 설재민 원장이 그 주인공입니다.

두 부부는 5평 규모의 작은 동물병원부터 시작해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최근에는 ‘올바른 처방식 문화의 시작’을 강조하는 반려동물 케어 솔루션 플랫폼 ‘벳어스’ 기획에도 참여 중입니다.

자신의 꿈을 하나씩 실현 중인 두 원장을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노진희(이하 노) : 동물을 좋아해서 수의사가 됐다고 얘기하고 싶지만. 사실 의대에 진학하고 싶었는데 성적이 안 돼서 수의대에 진학했습니다. 의대와 수의대 사이의 점수를 받았거든요.

설재민(이하 설) : 저는 동물이 좋아서 수의대에 간 케이스입니다. 전형적인 수의사 답변이죠?(웃음). 어릴 때부터 꿈이 3가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수의사였습니다. 나머지 2개는 발명가와 요리사였죠.

노 : 제가 사실 문과체질입니다. 글 쓰는 걸 매우 좋아했고, 기자가 꿈이었을 정도로요. 결국 작가는 됐습니다(편집자 주 : 노진희 원장은 ‘나는 행복한 고양이 집사’, ‘고양이 심화 학습’의 저자다). 문과 체질로서 공감 능력과 감수성이 풍부하다면 풍부한 편인데, 이런 점이 수의사에게는 장점이 되더군요. 보호자분들과 소통이 잘 되다 보니 저를 많이 좋아해 주셨던 것 같아요. 생각해 보니 수의사는 정말 제 적성에 너무 잘 맞는 직업이에요. 다양한 케이스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특정 진료과목만 평생 보는 의사보다 나은 것 같기도 하고요.

설 : 원래 수의대에 갈 때 생각했던 직업은 대동물 수의사였습니다. 지프차를 타고 농장을 다니면서 진료하는 게 꿈이었는데, 학생 때 대동물 실습을 해본 뒤로 소동물 임상으로 진로를 결정했어요. 그 뒤 20여 년째 소동물 임상수의사로 살고 있네요.

설재민 원장의 특허

설 : 2개 꿈도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아요. 발명가에는 거의 근접했습니다. 최근 특허를 낸 것도 있어요. ‘애완동물의 슬개골 탈구 수술법(Luxating patella surgery method)’이라는 이름으로 2024년 10월에 등록된 수술법이 있어요. 정형외과 수술을 많이 하다 보니 수술할 때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이나 장치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노 : 집에 3D 프린터가 4대나 있다니까요(웃음).

설 : 십자인대 TPLO 수술과 관련된 장치도 개발해서 특허출원 예정입니다. 또, 동물병원에서 가루약을 캡슐에 쉽게 담을 수 있는 기구도 개발해서 금형을 곧 찍을 예정인데요, 여러 가지 캡슐을 동시에 한 가지 기구로 조제할 수 있는 장치입니다.

그렇게 발명가의 꿈은 계속 도전하고 있죠. 그리고 집에서 열심히 밥 하니까 요리사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웃음).

조제 알림 시스템 사진 : 루시드동물메디컬센터에는 약 조제 정보를 알려주는 모니터가 있다. 이 프로그램은 chatGPT로 설 원장이 만들었다.

노/설 : 저희가 DVM카페 비공식 1호 커플입니다(웃음). 같은 학교(전북대 수의대)를 나왔는데 학번 차이가 있어서 학교 다닐 때는 서로 몰랐어요. 다음 DVM카페에 채팅방이 있잖아요? 예전에 수의사끼리 DVM카페 채팅방을 통해 소통을 많이 했어요. 벙개도 종종 하고. 그 모임에서 만나서 사귀게 됐습니다.

노 : 설 원장님을 만났을 때 저는 진료 수의사였고, 설 원장님은 연천에서 동물병원을 하고 계셨어요. 그 뒤에 제가 서울에 5평 규모의 동물병원을 인수하게 됐죠. 집에서 도움을 전혀 못 받고 돈이 부족하다 보니 그 동물병원을 인수하는 게 저에게는 최선이었어요. 전세금을 빼서 병원을 인수하고, 전세방은 월세로 돌렸답니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동물병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열정적으로 시작했지만 3무도 경험했죠(편집자 주 ; ‘3무’는 수의사들끼리 동물병원에서 진료·미용·용품 판매가 하루 종일 없는 상황을 뜻할 때 쓰는 단어다).

설 :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노 원장님이 인수한 병원의 케이스가 조금씩 늘었어요. 양쪽에 병원을 따로 하기보다 하나로 합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가 연천 병원을 정리하고 서울 병원으로 합류했습니다.

노 : 처음부터 크게 할 생각은 없었어요. 단지 제가 진료에 욕심이 있었습니다. 환자에게 더 잘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흔히 말하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잘 봐주고 싶은데 기존 동물병원에서는 그게 불가능했어요. 제 환자들도 나이가 들면 큰 동물병원으로 가고, 심지어 제가 키우던 고양이(밍키)도 대형동물병원을 다녔죠. ‘나도 수의사인데, 내 환자, 내 고양이까지 다른 동물병원에 보내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환자를 끝까지 돌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다 보니 병원도 계속 확장하게 된 것 같아요.

노/설 : 2018년에 현재 위치(미아사거리)로 이전했어요. 200평 규모인데, 처음 왔을 때는 정말 넓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좁아요. 직원이 30여 명에서 55명으로 증가했고, 장비도 계속 늘어났거든요. 55명 중 수의사가 25명입니다.

노 : 없는 것 같아요. 저는 4층이어도 사거리 대로변에 병원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왜냐면 작은 동물병원을 할 때는 이면도로에서 했었고, 단독주택에서도 동물병원을 했었거든요. 많은 분들이 ‘4층 괜찮아?’라고 물어보셨는데, 용품 매출은 원래 적었고 진료에 힘을 많이 주는 병원이라 괜찮은 것 같아요.

설 : 저는 오히려 더 장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저층 대비 월세도 저렴하고요(웃음). 접근 편의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오히려 불필요한 방문이 줄어들어요. 예전 병원에는 술취한 사람도 종종 들어왔고, 들어와서 커피만 마시고 나가는 분도 계셨거든요.

노 : 병원에서는 굳이 부부인 것을 티 내지 않아요. 차도 2대로 각자 출근하거든요. 공과 사를 확실하게 구분하고, 개인적인 일과 병원 일을 연결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병원에서도 서로 원장님이라고 부르고 존댓말을 쓴답니다. 그래서 저희가 부부인 걸 몰랐던 직원도 있었어요. 한 방송에 ‘부부 수의사’ 컨셉으로 출연했었는데요, 방송 스텝이 둘이 같이 출근하는 줄 알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다가 저만 내려서 당황한 적도 있습니다(웃음).

사실 예전에는 많이 싸웠었어요. 5평 규모 동물병원을 할 때 저와 설 원장님 포함 직원이 4명이 있었어요. 거기에 고양이 2마리까지 있었죠. 좁은 공간에 같이 있고, 설 원장님이 수술할 때 제가 보조를 하면서 자주 다퉜습니다.

그래서 병원이 조금씩 커지면서 서로 업무를 겹치지 않도록 노력했어요. 지금은 병원에서 겹치는 업무가 전혀 없어요. 둘이 같이 뭘 하면 서로의 말을 절대 안 듣기 때문에 (겹치지 않는 게) 괜찮은 것 같아요(웃음).

설 : 부부 수의사가 주변에 많은데, 10년 이상 한 병원에서 같이 일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불행하지 않니?’, ‘행복하니?’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직장과 집을 분리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직장에서의 걱정을 집에서 얘기하면 그것 자체로 업무의 연장이 되잖아요.

노 : 비결은 선을 지키고 거리를 유지하는 거예요. 병원에서 누군가가 저에게 설 원장의 안부나 위치를 물어보면 저는 ‘모른다’고 답해요. 실제로 모르거든요. 업무 얘기도 잘 안 하려고 해요. 병원 업무 얘기를 하다가 부부싸움으로 이어질 수도 있잖아요.

노 : 저는 고양이 진료만 봐요. 특히, 노령묘 위주로 진료합니다. 수의대생일 때 처음으로 고양이(밍키)를 키우게 되면서 특별한 느낌을 받았어요. 개와 느낌이 되게 달랐는데, 그때부터 고양이를 너무 좋아하게 됐습니다. 매일 고양이 사진만 보고, 고양이 카페에 갈 정도로 고양이에 푹 빠졌죠. 밍키를 얼마 전에 18살 나이로 보내줬는데요, 밍키의 발자취를 따라서 제 진료 범위도 넓어진 것 같아요.

밍키를 처음 키워서 예방접종을 할 때는 범백이나 허피스 등 전염병 위주로 진료를 하게 되고, 밍키가 나이 들면서 췌장염, 당뇨 등에 걸리면서 노령성 질환을 다루게 됐어요. 줄기세포 치료도 밍키에게 효과를 본 이후 적극적으로 적용하게 됐죠. 밍키를 키우면서 저도 고양이 수의사로 성장한 셈이죠. 밍키를 떠나보낸 이후인 지금은 노화와 죽음에 관심이 많이 생겨요.

생각해 보면, 밍키가 제 인생 모든 순간에 있었고, 그렇게 저는 고양이만 보는 수의사가 됐어요. 강아지 진료를 보지 않은 지 10년도 넘은 것 같아요. 참고로, 저희 병원은 개·고양이 비율이 5:5일 정도로 고양이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설 : 저는 수술만 해요. 수술 방에만 있는 게 꿈이었는데, 꿈을 이뤘죠. 5평 규모의 작은 병원을 할 때부터 다녔던 환자 일부만 제가 지금까지 진료를 보고 있어요.

설 : 종합 대형동물병원을 표방 중인데, 공간적인 제약 때문에 아직 못 하는 것들이 있어요. 안과전문진료가 대표적이에요. 안과 전문 진료를 하기 위해서는 안과 진료실과 안과 수술방이 필요한데, 현재는 공간이 너무 없어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중입니다. 그게 이전이 될 수도 있고, 현재 병원 공간을 좀 정리하고 재정비하는 게 될 수도 있겠죠.

저희 병원에 오래 근무한 수의사들이 분점(동대문점)을 개원했는데요, 앞으로 분점의 경영도 더 도와줄 예정입니다.

대한수의사회-온힐 벳어스 MOU 사진. 왼쪽부터) 정승필 전무, 허주형 회장, 설재민 원장, 노진희 원장, 유정우 대표, 최현정 사원

노 : 정 원장님(전주 웰동물병원의 정승필 대표원장(온힐 전무이사))과 원래부터 알고 지냈었는데요, 벳어스 기획과 관련해 ‘임상수의사로서 냉정하게 조언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았어요.

설 : 네 처음에는 사용자 입장에서, 임상수의사로서 조언을 하기 위해 미팅을 했었죠. 그렇게 미팅을 여러 차례 했는데, 내용이 너무 좋았어요. 회사에서도 더 직접적으로 관여해 주기를 원해서 기획에 참여하게 됐죠.

벳어스 소개 영상

노 : 저는 제가 사용하고 싶어서 벳어스를 만들었어요. 처음부터 중요하게 생각한 건 ① 복잡하면 안 되고 단순해야 한다(클릭 몇 번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② 동물병원 수익으로 이어져야 한다(이익이 되지 않으면 수의사들의 관심이 적을 것이다) 2가지였어요. 그 2가지를 구현했다고 생각해요.

저희 병원은 용품 매출이 되게 적은 병원이었어요. 진료 중심 병원이기도 하고, 4층에 병원이 있는 것도 영향이 있을 거예요. 미용도 예전부터 하지 않았어요. 작은 동물병원을 할 때부터 미용을 뺐죠. 설 원장님은 ‘아예 용품도 없애자, 병원은 진료만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어요. 용품 매출도 적고, 설 원장님은 용품을 없애자고 하니 ‘용품 판매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그때 벳어스 아이디어를 듣게 된 거예요. 그때 ‘이거다! 이걸 꼭 우리 병원에 도입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설 : 수의사로서 어떤 제품이 얼마나 있는지 정확하게 모를 때가 많잖아요? 특정 제품을 추천하고 싶은데 재고가 없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원내에서 용품을 아예 치워버리자’는 게 제 목표였어요. 그런데 벳어스가 용품을 치워버릴 수 있게 도와주는 플랫폼인 거예요. 용품이 온라인에 있기 때문에 재고 부담이 없죠. 용품 매출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용품을 치우고 싶다는 2가지 니즈를 벳어스를 통해 다 달성할 수 있게 됐습니다.

노 : 용품 업무만 담당하는 직원이 필요할 정도로 용품 관리가 쉽지 않았는데, 너무 좋아서 적극적으로 참여했어요.

설 : 재고관리 부담이 없는 게 제일 좋습니다. 그리고 재구매로 이어지는 점도 좋아요. 한 번 처방하면, 보호자가 재구매를 할 때도 초기 처방 시 수익률이 유지됩니다. 세세한 구매 내역도 다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 관리에도 도움이 되고요.

노 : 제품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처방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진료가 훨씬 정확해집니다. 과거에는 “관절 영양제 먹이세요”, “신장 처방식 사료 먹이세요”, “헤어볼 영양제 먹이세요”, “다이어트 사료 먹이세요”라고 얘기했다면, 이제는 벳어스의 제품설명 페이지를 보여주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요. 디테일한 설명을 하기 때문에 보호자와의 관계 형성에도 도움이 됩니다. 제가 처방을 하면 보호자 카카오톡으로 제품 처방 내역과 구입 링크가 자동으로 발송되기 때문에 보호자도 편리해합니다. 최근 네이버페이도 적용됐기 때문에 사용이 더욱 편해질 것 같아요.

힐스-온힐 벳어스 MOU 사진. 루시드동물메디컬센터 노진희 원장(사진 가운데), 설재민 원장(사진 오른쪽 세 번째), 정승필 원장(사진 오른쪽 두 번째)은 임상수의사로서 “동물병원 전용 제품이 동물병원을 통해 유통되어야 동물에게 해가 되지 않고 도움이 된다”는 판단 아래, 벳어스 서비스의 기획부터 참여했고, 실제 동물병원에서 벳어스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설 : 주변 수의사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묶음 처방/자동발송 기능을 원하더라고요. 차트를 작성할 때 특정 진단명을 입력하면 관련 제품이 자동으로 묶이고 일괄 추천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이 기능을 곧 개발할 예정이에요.

또한, 곧 힐스 처방식을 벳어스에서 처방할 수 있게 됩니다. 힐스 처방식 처방이 가능해지면 벳어스 이용률도 많이 높아지지 않을까 해요. 힐스 처방식을 보면 캔 제품이 굉장히 많은데, 현실적으로 동물병원에 모든 라인업을 다 비치해 놓을 수 없습니다. 그 모든 제품이 벳어스에 다 입점되어 있으면 수의사로서 너무 편하죠. 또, 기존에 동물병원에 없던 제품이 벳어스에 입점되어 있으면, 새로운 오프라인 판매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힐스 제품은 벳어스를 통한 주치의의 처방으로 벳어스 상 구매와 더불어 병원 내 구매 둘다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좋은 업체들도 벳어스와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노 : 많은 분들이 온라인으로 용품 매출이 빠져나가면 오프라인 판매가 줄 거라고 걱정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제가 써보니까 오프라인 매출이 줄지 않아요. 오프라인 용품 매출이 유지되면서 벳어스로 매출이 추가 발생하게 됩니다. 부가적인 수익이 생기는 것이요. 또, 벳어스 내에서 처방할 수 있는 제품들이 계속 늘어날 예정이니까 앞으로 더 좋아질 것 같아요.

벳어스는 원장님들이 실질적으로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능을 많이 개선할 예정이에요. 현재 불편함을 취합하고 그걸 해결하는 과정이죠. 더 실용적으로 쓰기 좋아질 테니 기대해 주세요.

꿈을 실현 중인 두 수의사, 루시드동물메디컬센터 노진희·설재민 원장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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