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스토리: 국립공원의 수의사가 되기까지] 국립공원공단 김홍철 책임연구원
야생동물과 서식지 모두를 아우르는 야생동물 수의사

우리는 살면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 먼저 경험해본 사람의 의견을 듣곤 합니다. 누군가가 걸어간 발자취는 다른 누군가의 앞을 밝히는 등불이 될 수 있습니다.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11기는 데일리벳의 좋은 영향력을 살릴 수 있도록 선배가 후배에게 자신이 걸어온 길을 진솔하게 전달하는 [벳스토리: OOO이 되기까지]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벳스토리 프로젝트에서 11기 학생기자단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대망의 벳스토리 프로젝트의 마지막 주인공은 국립공원공단 김홍철 책임연구원입니다.
국립공원공단은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이곳에서 수의사들은 야생동물 구조, 야생동물 보전, 멸종위기종 종복원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김홍철 수의사는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북부보전센터(이하 북부센터)에서 근무하며 산양 생태축 복원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야생동물 구조 및 진료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동물원이나 야생동물구조센터가 아닌 국립공원공단의 야생동물 수의사는 어떤 모습일까요? 야생동물을 바라보는 관점과 업무들은 어떻게 다를까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국립공원공단 수의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국립공원공단 북부보전센터에서 근무 중인 김홍철 책임연구원입니다.
국립공원공단에서 수의사들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전남 구례에 있는 남부센터와 야생동물의료센터에서는 반달가슴곰을 복원하고 보전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의료 업무들을 하고 있습니다. 번식 연구를 하기도 하고, 부상당한 곰을 구조하고 치료하기도 합니다.
중부센터에서는 붉은 여우를 대상으로 복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거기서도 인공수정 연구나 야외 방사한 여우들이 다치면 구조해서 다시 치료하고 내부에서 그 친구들을 관리하고 하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북부센터의 경우에는 산양이 대상종입니다. 산양 같은 경우는 반달가슴곰이나 붉은 여우와는 다르게 완전 절멸했던 종이 아니라 번식 연구를 할 때 인공 수정까지 하는 정도는 아닙니다.
대신 센터에서 개체를 확보하면 교미할 수 있게 환경을 꾸려주고, 새끼들이나 이미 센터에서 몇 번 번식을 거친 개체들을 다시 자연으로 재도입시키고 있습니다.
때문에 반달가슴곰이나 여우는 ‘반달가슴곰 복원’, ‘여우 복원’ 이렇게 부르는데, 산양 같은 경우는 ‘산양 생태축 복원’이라는 명칭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산양 ‘생태축’ 복원이라 하면 산양의 서식지를 복원하고 보존한다는 것인가요?
그 서식지 자체를 전부 다룬다기보단, 분리되어 있는 군락들을 이음으로써 생태축을 연결해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월악산의 군락과 설악산의 군락이 있으면 두 군락의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에, 이 두 군락을 이어줄 수 있는 지점에 산양들을 재도입시킴으로써 생태축을 복원하려는 것이죠.

야생동물 보전 분야를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 다큐멘터리에서 (수의사들이) 헬기타고 마취총 쏘고 하는 것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아서 수의대에 들어왔습니다. 수의대에 들어오고 나서도 계속 야생동물을 하고 싶었고요.
그런데 제가 정확히 뭘 하고 싶은지는 몰랐던 터라 다양한 곳에서 실습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국립공원공단에서 실습을 하게 되었고, 그 당시에 계시던 수의사 선생님들께서 좋은 이야기와 조언도 해주시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셨습니다.
실습생이던 저를 굉장히 잘 챙겨 주셨고, 학생 때 할 수 있는 사소하거나 바보 같은 질문도 굉장히 진지하게 들어주셨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후에도 계속 연락하면서 매년 고민 상담도 하고, 그러면서 이런 곳에서 일을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죠.
이 분야로 이끌어 주신 선배님들이 계셨었군요? 어떤 분들이셨나요?
제게 영향을 끼친 분들은 많은데요, 그럼에도 그 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두 분을 꼽으라면, 양정진 의료센터장님과 현재 충북대 교수님으로 계시는 정동혁 교수님입니다.
두 분이 오래 함께 계셨는데, 두 분을 뵐 때마다 상담도 받고 조언도 들으면서 제가 하고 싶은 분야가 더욱 구체화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야생동물을 다루더라도 동물원 수의사와 야생동물구조센터의 수의사, 그리고 국립공원공단의 수의사들이 하는 일들이 다른데, 두 분께서 각각 어떤 장단점이 있고 어떤 관점에서 동물들을 바라보며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자세하고도 친절하게 알려주셨어요.
그러면서 국립공원공단에서는 어떤 연구를 하고, 야생동물 수의사로서 어떤 매력이 있는지 소개해 주셨고, 많이 경험하게 해 주셨죠.

여러 종류의 야생동물 수의사 중, 국립공원공단 수의사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야생동물 수의사로서 국립공원공단의 장점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동물이 지내는 서식지에 직접 가서 동물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죠.
진료실 내 혹은 전시공간 내에 있는 동물만이 관심대상이 아니라, 이 동물이 자유롭게 살아갈 자연에게까지도 저희의 손길이 미칩니다.
다친 야생동물을 구조해도 치료하고 방생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방생한 곳이 이들에게 살아갈만한 지, 앞으로의 서식지로서는 어떠한 지 체계적으로 예의주시합니다.
이때 저희 수의사만이 아닌 공단 내의 많은 다양한 전문가들과 수평적으로 소통하고 협업하는 과정은 야생동물 수의사로서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줍니다.
이렇게 국립공원공단은 수의사로서 저희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잘 이해하고 있고, 수의사의 가치를 최대한 존중해주면서 직원 모두가 함께 야생동물들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국립공원공단에서 야생동물 수의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이 많고, 근무환경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일하면서 보람을 느낀 순간이 있다면?
제가 보람 역치가 낮은 편이라 처음에는 산양을 매일 만나고 만지고 치료하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꼈습니다(웃음).
요즘은 환경을 개선하려고 애쓰고 있는데요, 변화를 시도하면 이것이 반영이 되어서 턱턱 개선되어가는 모습을 볼 때도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예를 들어 입원실이 처음에는 타일도 때가 많이 타는 재질이고 진료실이 감염 관리가 안 되는 등 여러 문제점들이 보였는데, 이런 문제를 제기하고 건의하면 비록 속도는 조금 느릴지라도 모두 경청해주시고 리모델링도 허락해 주셨습니다. 지금은 타일도 바꾸고, 격리실도 따로 있고, 입원관리 시설도 훨씬 많이 개선됐어요.
또한, 제가 국립공원공단의 선배 수의사선생님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처럼, 저와 제 동기 수의사 선생님들도 수의대 봉사학생을 모집하여 실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 실습 덕분에 저희 국립공원공단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2024년도 하계부터는 공식적으로 봉사학생을 모집했는데 엄청나게 뜨거운 관심을 받아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종복원에서 수의사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종복원 과정에서 수의학적인 지식이 필요한 일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종복원을 하려면 제한된 수의 원종에서부터 개체수를 늘려가야 하는데, 이 원종들을 관리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인공수정하여 새끼를 태어나게 하고, 새끼들을 건강히 자연에 재도입시키는 것까지 각 단계에서 수의사의 역할이 강조됩니다.
정책적인 부분을 고려할 때도 수의사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국립공원공단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정책적인 부분을 생각하고 제시하고 수행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질병과 관련된 문제나 서식지 안에서 동물의 지위를 수의학적으로 해석하는 것 등 전문성을 기반으로 이야기해줄 조언자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역할이 국립공원공단 수의사의 매력이 되기도 하는데요, 저희는 다양한 전문 배경을 가진 직원들과 함께 야생동물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미래지향적인 정책 결정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종복원이나 야생동물 분야에 관심이 있는 수의대생이나 후배 수의사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희 국립공원공단은 관심 있는 수의대생분들에게 언제나 활짝 열려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궁금한 게 있거나 고민이 있으신 분들은 언제든지 편하게 연락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다양한 실습을 하면서 다양한 선생님들을 만나보고, 무서워도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경험해 보셨으면 합니다.
Q.마지막으로 공통질문입니다. 본인의 히스토리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오솔길’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가는 길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며 이용할 수 있을만큼 잘 정비되어 있고 대중적인 길은 아니지만, 제가 좋아하는 풍경과 경험을 즐기고 다른 길들과 비교할 필요없이 천천히 제가 원하는 목적지로 가면서 발견하는 새로운 것들에 애정을 붙여가며 지나온 것 같습니다.
종종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이 길의 매력도 자랑하고, 비슷한 목적지로 가는 사람이 가진 오솔길도 구경하고 의지하며, 앞으로도 즐겁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박범조 기자 qkrqjsw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