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 최고 가금수의사가 곧 세계 최고 가금수의사´ 손영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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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발생한 H5N8형 고병원성 AI가 아직까지 종식되지 않으며, ‘역대 최장기간 고병원성 AI’ 기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가금 산업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방역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수의사분들과 현장에서 활동하는 ‘가금 수의사’ 분들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도 같습니다.

지난달 25일 열린 한국가금수의사회 정기총회에서 반석 LTC의 손영호 원장님이 회장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데일리벳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가금 수의사는 충분히 세계 최고의 가금 수의사가 될 수 있다”라고 말하는 ‘손영호 수의사’님을 만나, 반석 LTC와 AI, 가금 수의사의 역할과 중요성, 수의사의 전문성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손영호원장님1

Q. 어떤 계기로 수의대에 진학했나? 그리고 가금전문수의사가 된 계기가 있다면?

어릴 때부터 외갓집이 운영하던 양계(산란계) 농장에서 자랐다. 아버지 역시 육계 농장을 20년 이상 하셨다. 가금 농장에서 자라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변에서 수의사가 될 것을 권유했고, 나도 큰 불만 없이 수의대에 진학해 수의사가 됐다.

졸업 후에는 동물약품회사에 취직했다. 하지만, 당시 산업구조는 소와 돼지가 주축이었고, 양계는 비약했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 양돈위주로 활동하게 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양계 쪽의 질병이 많고, 진료 서비스, 컨설팅, 사양관리 등 수의사의 전문성이 많이 필요한 분야’ 라는 것을 느꼈다. 우리나라는 여러가지 요인으로 가금 질병 발생이 많은데, 이런 부분을 농가 혼자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체계적인 수의 서비스 제공의 필요성을 느끼고 1998년에 가금전문동물병원을 오픈하게됐다.

처음 가금전문병원을 차렸을 때는 주변에서 전부 반대했다. “돌았나?”라는 얘기를 할 정도로 이상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내 판단이 맞았다는 것을 조금씩 증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Q. 아버지나 외갓집의 농장을 물려받아서 운영하고 싶지는 않았나?

물론 그런 것도 있었지만, 그건 사실 맞지 않다. 수의사는 수의사로서 할 일이 있다.

가금분야 수의사가 전체 수의계에서는 작은 점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엄청나게 할 일이 많다.

수의사는 그렇게 많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성을 키워서 산업을 키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

Q. 가금수의사회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현재 전국에 가금전문수의사는 몇 명이며, 한국가금수의사회는 어떤 곳인지 소개해달라.

현재 가금수의사회 회원은 180명이 조금 넘는다. 그 중 70명 정도가 임상회원이고, 나머지는 회사나 공직에 종사한다. 2002년에 설립됐으니 이제 12년 정도됐다.

가금수의사회는 우선 가금 수의사들의 체계를 잡기 위해 자체 ‘인정’ 교육(전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 외에 현장에서 필요한 것들과 ‘영양학’ 등 그 동안 잘 공부하지 못했던 분야를 주로 교육한다. 현재 63명이 수료했다. 한 번 교육을 받은 뒤 더 이상 공부하지 않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교육할 때 마다 주제를 바꾼다.

대한수의사회의 전문수의사 인증 과정의 일환으로 별도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기도 하다.

2014한국가금수의사회_정기총회
손영호 회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Q.최근 제5대 한국가금수의사회장 선거에서 회장으로 연임됐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가금 수의사의 수가 적다보니 처음 회장이 되고 2년은 양적 성장을 위해 노력했다. 가금분야 종사 수의사들을 모아서 뜻을 합치는 데 집중했다.

그 다음 2년은 전문교육을 강화해서 수의사들의 자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다. 질적 향상을 도모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두 가지 목표는 성공했다고 본다. 양적, 질적 향상이 이뤄졌다.

앞으로 남은 임기는 2년인데, 이 기간 동안에는 현장 및 정책에서 가금 수의사들의 역할을 증대시키려고 한다.

현장은 농장을 얘기하는 것이고, 정책은 AI 등과 관련된 정부 정책을 뜻한다. 즉, 현장(농장) 전문성을 높이고, 동시에 정부 정책 참여를 증대하는 것이 목표다. 앞선 4년간의 성과(양적, 질적 향상)가 있기에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반석LTC

Q. 가금분야에서 체계적인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해 가금전문동물병원을 오픈했다고 했는데, 현재 운영중인 ‘반석 LTC’가 그것인가? 반석 LTC는 어떤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1998년 ‘반석가금진료연구소’라는 이름으로 경기도 이천에 동물병원 개설 신청을 했더니, ‘동물병원’ 명칭이 없다고 개설신고가 되지 않더라. 결국 ‘반석동물병원’으로 시작했다. 그 밑에 작게 ‘가금전문’이라는 말을 적었다. 3년 뒤 타협 안으로 ‘반석가금진료연구소 동물병원’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2007년도에 현재 위치(충북 음성)로 확장 이전을 하면서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하고 이름을 ‘반석 LTC’로 정했다. LTC는 Livestock Technical Center다. Livestock이긴 하지만 닭만 다루고 있다.

미국 조지아에 Poultry Disease Research Center가 있다. 2002년에 거길 방문하고 ‘이런걸 국내에도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조지아에 다녀오고 얼마 뒤 현재 위치에 땅을 샀고, 5년 뒤 이전했다.

확장 이전 할 때 어려움이 정말 많았다. 문제가 많았지만 좋은 실험실을 가지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무리해서 이전했다.

1998년 18평으로 처음 병원을 시작했을 때도 실험 테이블이 2개였고, 3년 뒤 이전 했을 때도 50평을 실험실로 썼다. 현재는 120평의 실험실을 가지고 있으며, 정부 초청 외국 손님들이 견학할 정도로 하드웨어를 갖췄다. 국내외로 전문성을 보여주기 위해 건물, 부지, 실험실을 갖출 필요가 있었다.

현재 반석 LTC에는 연구원 3명, 수의사 5명 등 총 15명이 함께하고 있다.

올해 수의사를 3명 정도 채용할 계획이고, 내년에도 3~4명의 수의사를 채용할 계획이다. 사실 여기까지 어렵게 왔다. 앞서가는 것도 쉽지 않고, 실험실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어려운 시절을 겪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다.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인재가 필요하다. 그래서 수의사를 늘리는 것이고, 수의사가 늘어나면 다른 지원 인력도 자연스레 늘어날 것 같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현장에 정통한 수의사들이 많이 필요한데, 반석 LTC에서 그런 전문 수의사들을 배출하는 것이 목표다. 반석 LTC를 대한민국에서 가장 멋진 수의기업으로 만들고 싶다.

반석LTC_미션
반석 LTC는 종이접기를 통해 새를 만드는 과정 중 첫 번째 접기까지 한 모습을 로고로 사용하고 있다.

Q. 취미로 트럼펫을 한다고 들었다

트럼펫을 오랫동안 했다. 악기를 배우면서 얻는 게 많다고 생각해서, 자식들도 악기를 배우게 했다. 오케스트라에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으며, 언젠가 개인 공연도 하고 싶다.

최근에는 유명 오케스트라에 입단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꼭 들어갔으면 좋겠다.

손영호원장님_섹소폰

Q. 올해 초 발생한 H5N8형 고병원성 AI가 아직도 종식되지 않았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유입 원인은 철새가 맞다. 지난 4차례 발생보다 더 명확하게 철새가 유입원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AI 외에도 기타 가금 질병들이 철새를 통해 유입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원인에 대한 논란을 일단락하고, 좋은 대책을 세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전문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Q. 공장식 축산이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물론 동물복지가 전세계적인 흐름인 건 맞다. 그런데 복지를 규격, 조건에 제한시키지 말고, 전반적인 부분까지 고려하는 복지가 됐으면 좋겠다. 즉카테고리를 넓혀 포괄적인 개념의 복지가 실현되길 바란다.

단, 공장식 축산 등 극단적 몰아가기 식으로 현 산업을 위축시킬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서서히 복지 쪽으로 가면 좋겠다.

Q. 그렇다면 앞으로의 AI 방역시스템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며, 그 중 가금전문수의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정부의 방역 정책은 사전예방, 조기종식, 농가지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전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사전예방을 하기 위해 각 지역 단위의 방역활동이 중요하다. 그리고 사육시스템의 변화도 중요하다. 사육시스템이 원인이 되어 AI가 확산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계열화가 많이 진행됐기 때문에, 계열사들의 책임있는 방역의식 적립도 필요하다.

가금전문수의사는 국가 방역정책에 있어 ▲사육과 계열화에 대한 농가 교육 ▲방역과 질병 시스템에 대한 올바른 지식 전달 ▲질병 발생시 현장에서 전문성 발휘 등 3가지 역할을 해야 한다.

Q. 수의사에 의해 질병이 전파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수의사는 질병차단/방역/SOP 등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고, 철저하게 방역을 신경 쓴다.

다른 농장 출입자와 수의사를 똑같이 보면 안된다.

실제 15년간 경험한 결과 수의사에 의해 농장간 질병이 전파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개인적으로 수의사를 방역 위험군으로 분류하는 것도 반대다. 수의사가 질병을 전파시킨다면 수의사가 왜 전문가인가?

차단방역/질병컨설팅을 하는 수의사가 그걸 모른다는 건 말이 안된다.

손영호원장님_토론회
정부가 주최한 AI 방역 토론회에서 발표중인 손영호 회장

Q. 최근 수의대 졸업생들이 가금전문수의사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다른 진출 분야에 비해 가금전문수의사가 가지는 장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가금분야에서 수의사의 전문성이 특히 중요하다.

군집사육, 뚜렷한 4계절, 환경문제 등으로 인해 질병 발생이 많고, 그만큼 수의사가 할 수 있는 게 많다. 할 수 있는 부분 중에 놓치고 있는 게 많을 뿐이지, 할 일이 정말 많다.

결과 도출도 빠르다. 반석 LTC의 경우 주 단위로 농장을 방문하는데, 주마다 변화를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정기적으로 관리하면 문제 파악이 쉽고, 그 문제를 막으면 생활사의 굴곡을 막을 수 있다. 즉, Input과 Output이 확실하다는 재미가 있다. 수의사가 어떤 Input을 주면 그에 대한 Output이 매우 빠르다.

즉, 가금분야는 매우 흥미로운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매력은 ‘국제 경쟁력’이다.

닭은 사료를 1.5kg 주면 단백질이 1kg 나온다. 사료 효율이 가장 높은 게 닭이다. 즉, 정부 입장에서 양계 쪽을 육성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FTA 등 여러가지 위기속에서도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해외 진출도 가능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하는 가금 수의사는 세계에서 가장 잘 하는 가금 수의사’라고 믿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처럼 환경이 변화무쌍하고, 질병이 많은 곳에서 공부한 수의사라면 세계 어디에서도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가금 수의사들의 역할이 학생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의과대학 학생들이 반석 LTC를 견학한 뒤로 가금분야 진출이 많이 늘었다. 결국, 가금분야의 매력을 경험하고 감동받으면, 가금분야로 진출하는 수의사도 많아질 것이다.

Q. 마지막으로 수의사/수의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요즘 후배들을 보면 수의대에 들어온 동기가 ‘동물을 사랑해서’, ‘강아지가 좋아서’ 등 거의 비슷하다. 출발이 똑같은 것이다.

그렇게 들어온 후배들이 공부하는 과정에서 실망을 하고 진로를 바꾸는 경우가 많다. 우선 학생들이 그러한 진로 고민을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싶은게 2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전문성’이다.

수의사라는 전문성은 학교 밖에 나와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학교 안에서부터 만들 수 있다. 진로를 빨리 결정하면, 학교를 나오기 전에 준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금전문수의사가 되고 싶다면, 학교 다닐 때 실험실에 나갈 수 있고, 많은 걸 미리 배울 수 있다. 진단은 실험적 배경이 있어야 발달한다.

즉, 학교 다닐 때 학문적인 부분에만 집중 할 것이 아니라, 진로를 빨리 결정하고, 그 부분에 대해 미리 준비하면 좋겠다.

두 번째는 ‘수의사는 기술자’라는 생각을 버렸으면 좋겠다.

수의사를 단순 기술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제한적인 생각이다. 수의사는 기술외에 매니지먼트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나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발전, 국가 발전, 업계 기여 등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꿈도 커진다. 기술적인 부분에만 집중하지 말고, 큰 그림을 그리길 바란다.

[인터뷰]´한국 최고 가금수의사가 곧 세계 최고 가금수의사´ 손영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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