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그 10년 후③] 구자동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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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도서출판 부키, 2005년 3월 2일 출판)라는 책이 있습니다. 반려동물 임상, 산업동물 임상, 검역, 수의 축산 정책, 공중 보건, 동물약품 개발, 전염병 연구, 야생동물 진료, 수의장교, 미국 수의사 등 각 분야에 종사하는 22명의 수의사들의 이야기를 담아 ‘수의사라는 직업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책’이라고 평가받는 책입니다.

 

수의사 및 수의대 학생들도 대부분 이 책을 읽었을텐데요, 이 책이 출판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이에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에서 책 저자로 참여한 22명 수의사분들을 인터뷰하여 10년 후 모습을 살펴보는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이하 수말수) 그 10년 후’ 프로젝트 시리즈를 진행합니다. 그 세 번째 인터뷰 주인공은 구자동 수의사님입니다. 구자동 수의사님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반려동물 임상수의사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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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책을 읽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서울특별시 서초구에서 동물병원을 운영 중이며 책이 나왔을 때는 본원에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분원으로 옮겨 지금도 아이들을 진료하며 살고 있다.

Q.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 10년 후 인터뷰 시리즈가 진행되는 것에 대한 소감이 어떤가?

세월이 너무 빨리 흘렀다. 안 그래도 인터뷰 요청을 받고 책을 다시 봤는데 ‘그 때 당시의 마음만큼 잘 살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놓치면서 살았던 것은 없는지 되돌아 봤다.

동물병원 뿐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갖춰야 할 부분, 수의사로서 같이 고민하고 아파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던 것 같아서 반성도 하게 된다.

책에 나온 달순이가 지금 병원에 있는 아이(아래 사진 참고)인데 10살이 넘었다. 요즘 달순이를 보면 10년이란 시간이 지났다는 것이 새삼 놀랍고, 노령견이다보니 함께 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도 무상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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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라는 책에 자신의 경험을 허락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나?

지인한테 부탁을 받아서 책 출간에 참여하게 되었다.

일반인들이 수의사를 가축, 동물을 치료하는 사람으로만 바라봐서 조금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소개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인과 수의사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교집합을 찾을 수 있겠다 싶어서 참여했다. 수의사의 삶에 대해 특히 청소년들에게 현실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접하게 해주면 판단에 근거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아마 도움이 됐을 것이다.

Q. 책에서 ‘정도(正道)가 바로 지름길이다.’라고 하셨는데 10년 동안 잘 지켜온 것 같은가?

– 책 내용 요약 「반려동물을 치료하고 보살피는 일은 단지 아픈 동물 뿐 아니라 보호자까지 치유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수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소명 의식이 필요하다. 정도를 마다하고 지름길만 찾으려 하지 않았는지 새삼 반성한다. 정도가 바로 지름길임을 오늘도 되새긴다.」

수의학에 대해 더 고민을 하지 못한 것 같다. 정도(正道)가 수의학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도 포함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는 하면서 살지 않았나 싶은데 그래도 부족한 것 같다. 요즘은 오히려 ‘꼭 지름길이어야 할까, 조금 돌아가도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으니까 좋은 기회, 보장된 길이 아닐지라도 그 길로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오래 가려면 여럿이 가라.’는 말처럼..

Q. 책에서 ‘안락사’에 대한 얘기가 있었는데 요즘도 안락사를 원하는 보호자가 많은가?

– 책 내용 요약 「병원에 걸려온 전화 중 모낭충증에 걸린 강아지의 안락사를 원하는 보호자에게 치료를 권하자 안락사가 되는지 안 되는지만 말해달라고 요구. 라디오 토론 중 한 토론자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난치병에 걸린 강아지를 안락사 시키기보다 그냥 버리는 경우가 더욱 많다.”고 발언.」

아직 ‘안락사’라는 것을 단순히 죽이는 걸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또는 본인에게 반려동물이 ‘불필요’해졌을 때 안락사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얼마 전에도 장염 케이스가 있었는데 관리를 못하니까 안락사 시키면 안 되냐고 묻는 보호자도 있었다. 다행히 지금은 치료 중이다.

안락사의 다른 측면들도 아직 경계가 불분명하다. 현재 안락사라는 것이 사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므로 이런 인식이 만들어진 데에는 수의사의 책임도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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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책 출판이 된지 벌써 10년인데 돌이켜보면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었나?

변화는 크게 없었다. 가끔씩 이 책을 읽었다고 하는 분이 계시다. 책에 실린 사진이랑 다르다고 하기도..(웃음) 그래도 그 글을 봤다고 하면 그 때마다 제 자신의 몸가짐,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려고 한다.

Q. 우성메디펫동물병원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분원에서는 혼자 진료하고 있다. 수술이나 추가적 검사가 필요하면 본원에서 진행하고 여기서는 예방접종, 소화기 질병, 피부병, 이비인후과 질병 등 1차 진료 및 내과적인 처지를 주로 한다. 예를 들어 심장이 안 좋은 케이스라면 분원에서는 모니터링까지 하고 본원으로 보내 수술이나 추가검사를 하는 식이다.

Q. 어렸을 때부터 꿈이 수의사였나? 수의대에 진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아니다. 사실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뚜렷한 목표는 없었고 수의사인 누나의 적극적인 권유로 수의대에 진학하게 되었다. 집에서 동물을 키웠다거나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수의학도 의학계통이고 90년대만 해도 ‘복제’ 같은 연구 분야가 활발해 질 때여서 수의사의 사회진출이나 활동방면이 넓혀지는 단계였다. 그래서 많은 후배들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수의대에 들어오는 것 같다.

Q. 진료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동물병원은 아픈 동물을 보호자가 데려오는 곳이다. 따라서 보호자와 수의사 간에 믿음이 있어야 한다. 동물치료에만 집중해서 사람을 잃어버리면 아무리 좋은 약·경험·실력으로 하더라도 다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그런 맥락으로 본다면 보호자가 갖는 믿음, 신뢰가 제일 중요하고 친밀함도 있어야 한다.

Q. 학부생 시절을 떠올렸을 때 아쉬운 점과 후배들에게 권하고 싶은 점은 무엇인가?

학생들이 많이 놀았으면 좋겠다(많이 많이). 물론 전공 공부도, 국가시험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실전에서 부딪혀보고 세미나에 참여해서 공부하는 시간과 노력이 더 도움이 된 것 같다. 따라서 학창시절에는 자신의 생각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고 여행도 많이 가보고 다양한 사람도 만나보면 좋겠다. 수의계가 좁다보니 편협한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집단이기주의가 생겨날 수도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소양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실습은 자기 적성을 찾아가는 하나의 과정이므로 중요하다고 본다. 수의사의 진로는 연구, 공무원 등 여러 방면이 있으니까 실습을 할 때는 적극적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많은 경험과 생각하는 시간을 통해 스스로 좋은 판단을 했으면 한다.

Q. 임상 대학원 진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군복무를 마치고 진료 수의사로 일하면서 외과 석사를 했다. 우리 때만 해도 임상 대학원 진학이 많지는 않았다. 지금은 과별로 나뉘어 있고 좋은 장비, 좋은 교수님들이 계시지만 내가 학부생일 때만 해도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요즘은 대학원을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작은 개인병원을 하더라도 ‘알고 못하는 것’과 ‘모르고 못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는 것 같다.

Q. 메디펫동물병원 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있나?

요즘 본원에서 줄기세포 같은 것을 치료에 접목시키려고 한다. 많이 응원하고 같이 공부하는 편이다. 동물병원이 점점 대형화되어 로컬 병원은 힘든 점이 있다. 경기도 안 좋지만 제일 큰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양극화다.

개인의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한다면 그건 너무 가혹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수의사를 위한 사회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앞으로 더 많은 발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Q. 현재 종사하고 있는 직군(소동물 임상)의 전망을 어떻게 생각하나?

솔직히 장밋빛 미래는 아니다. 많은 자본, 긴 숙련기간 대비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걸 생각하면 아직까지는 힘든 직종인 것 같다. 하지만 시장이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기 때문에 대형병원과 작은 로컬병원이 공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대형병원에서는 좀 더 어려운 케이스로 부가가치를 만들고 로컬병원에서는 예방, 1차적 검사를 진행하면 서로 Win-Win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 보고 따라가서는 안 된다.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은퇴를 되도록 빨리 해서 제대로 놀고 싶다(웃음). 수의사를 단순 직업으로 생각하시는 분도, 사명감으로 천직처럼 여기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다들 열심히 해서 잘 마무리 했으면 좋겠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다보면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

이지은 기자 zee04@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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