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재영 한국고양이수의사회장 `수의사 사회공헌 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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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aeyoung

“과학적인 연구와 논의를 통해 보다 선진화된 진료 프로토콜을 제안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양이의 건강과 복지를 향상시킨다.”는 미션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해온 단체가 있습니다.

바로 ‘한국고양이수의사회(KSFM, Korean Society of Feline Medicine)’ 입니다.

KSFM은 2012년 2월 첫 모임을 가진 뒤, 그해 4월 KAHA congress에서 발기인대회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3월 31일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제1회 한국고양이수의사회 컨퍼런스’를 성공적으로 개최했습니다.

한국고양이 수의사회

KSFM의 김재영 회장(태능동물병원)은 길고양이 문제의 인도적이고, 효율적인 해결을 위해 지난 2005년부터 농식품부(현 농림축산부)와 전국 지자체에 길고양이 TNR(Trap Neuter Return) 정책을 지속적으로 건의하며 TNR 정책의 정착을 주도해온 인물입니다.

데일리벳에서 고양이와 보호자, 그리고 임상수의사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KSFM의 김재영 회장을 만나, KSFM의 설립 취지, 주요 활동, 향후 계획, 고양이 임상의 발전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Q. 한국고양이수의사회(KSFM)를 만들게 된 계기는?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반해 대규모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고양이 보호자들의 애정과 열정은 대단히 높은 편이다. 

다만, 해당분야의 전문가가 배제된 상태에서 인터넷 커뮤니티가 중심이 되어 초기 문화가 형성되다보니 때론 과학적 객관성이 아닌 감정적 주관성에 의존하는 정보들이 보호자들 사이에서 여과 없이 공유되는 부작용도 있다.

중요한 건 고양이에게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 보호자도, 그들의 건강을 관리하는 수의사도 ‘고양이의 건강과 복지 향상’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궁극적인 목표가 일치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고양이 반려문화 형성이 충분히 가능함을 의미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재의 고양이 문화가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가는 데 있어 전문가로서 수의사의 역할, 즉 건강관리 뿐 아니라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정보제공자로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익명성과 비대면성을 전제로 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특성상 긍정적인 사례보다는 부정적이고 감정적인 경험의 확산이 빠르다.

이는 종종 고양이 보호자들과 수의사의 신뢰관계를 해치게 된다.

문제는 왜곡된 정보로 인해 수의사를 불신하게 된 보호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단편적인 수의학 지식을 맹신하고, 이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며, 나아가 더욱 확산시키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고양이의 건강과 복지 향상’이라는 보호자와 수의사의 공동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

한국고양이수의사회(KSFM)는 초기 반려 고양이 문화의 일부 왜곡된 방향을 바로잡고, 바람직한 고양이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고양이 임상의 최신정보를 공유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KSFM의 궁극적인 설립취지인 ‘고양이의 건강과 복지 향상’을 위해 반드시 극복해내야 할 과제다.

Q. KSFM은 언제 정식출범했으며, 현재까지 펼친 주요활동은?

2012년 2월 첫 모임을 가진 뒤, 3월에 첫 학술세미나를 개최했고, 그 해 4월 29일 KAHA congress에서 발기인대회를 열었다.

현재 회원은 약 400여명에 이르며, 매월 한차례 정기모임 및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Q. KSFM의 미션과 비젼 및 앞으로의 계획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KSFM은 ‘과학적인 연구와 논의를 통해 보다 선진화된 진료 프로토콜을 제안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양이의 건강과 복지를 향상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다섯 가지의 실천과제를 마련했다.

1. 임상수의사가 공감하고, 임상현장에서 현실적으로 적용이 가능한 표준 프로토콜을 마련한다.

2. 임상수의사 모두의 화합과 협력을 위해 한국 고양이 진료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3. 해외 고양이 협회와 어깨를 나란히하는 한국의 대표 고양이 단체로 성장한다.

4. 지속적인 교육과 정보공유 및 연구 활동을 통해 회원들의 전문성을 보다 향상시키고, 고양이 임상발전에 공헌한다.

5. 여전히 잔존하는 우리사회의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시키고, 동물복지에 기여한다.

KSFM은 아직 학술교류를 중심으로 하는 작은 단체지만, 고양이의 보호, 복지 향상 활동에 수의사의 참여를 보다 확산시키고, 보호자와 함께 바람직한 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바람직한 문화는 일방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의 천 걸음 보다 천 사람의 한 걸음이 더 위대하다.”는 격언은 문화발전의 진리이다.

Q. 반려견 보호자들에 비해 반려묘 보호자들의 수의사 신뢰도가 낮은 편이다. 해결책은?

먼저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만큼 고양이를 진료하는 수의사의 진료수준이 전제되어야 한다.

물론 현재 국내 수의임상의 수준은 이미 높은 수준에 올라있다. 또한 수의사들은 보호자의 니즈가 높아지고, 다양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반려묘 보호자들의 상대적인 불신은 진료수준이나 환경보다는 커뮤니케이션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반려묘 보호자들은 수의사가 단순히 진료를 잘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상담자가 되어주길 바란다. 신뢰할 수 있는 상담자로서 보호자의 왜곡된 정보로 인한 불신을 해소해주어야 한다.

동시에 수의사의 사회적 공헌도 중요하다.

현재의 TNR 정책, 동물진료 봉사 등 동물보호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수의사를 바라보는 보호자들의 시선도 훨씬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수의사의 사회적 공헌을 강조했는데, 그렇다면 KSFM 회원 중에도 동물보호단체에 고양이 진료지원을 하는 동물병원이 있는지?

진료봉사에 동물의 종류를 나누는 것이 무의미하다. 강아지 진료봉사와 고양이 진료봉사는 모두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동물병원들이 직·간접적으로 동물보호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본인이 운영하는 태능동물병원도 십수년전부터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지원 등을 해왔다.

하지만 지원은 어디까지나 자원봉사, 수의사의 재능기부 차원이므로 이것이 동물병원 본연의 업무를 침해하면 안 된다.

동물보호단체와 수의사가 ‘동물보호’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서,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에 종속되지 않는 ‘지속가능한 협력관계’를 이어가야만, 보다 많은 동물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나눌 수 있다.

Q. TNR 사업을 처음 제안했다고 들었다.

2005년 길고양이 보호에 관한 제안서를 만들어서 전국 각 지자체에 TNR 정책을 건의했다. 당시 일부 지자체의 관심을 보였지만 이렇다 할 결과물을 얻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던 중 서울 용산에서 소위 ‘한강맨션에서 길고양이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 당시 고양이들을 살리면서 동물보호단체와 케어맘들은 물론 시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길고양이 관리방안으로서 TNR이 조명을 받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청에 정책제안서를 제출하였고, 2007년부터 서울시의 동물보호정책으로 채택돼 서울시 25개구는 물론 전국의 지자체에서 시행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김재영TNR
당시 제출했던 TNR 정책제안서

Q. 개인적으로 고양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지난 2000년 초에 서울여대에서 학생들이 돌봐주던 길고양이를 진료를 시작한 것이 고양이 진료와 길고양이 보호에 매진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생후 1개월 남짓 된 길고양이에게 도움의 손길이 필요했지만 고양이 임상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했다. 그것이 너무 미안했다. 그 일을 계기로 고양이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Q. KSFM회원 중 고양이 전문동물병원이 있는지? 앞으로의 전망은?

최근 부산에 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가 문을 열었다.

물론 일부 선진국에 고양이 전문병원이 있긴 하지만 이것이 대중화된 나라는 없다.

더욱이 아직 고양이 반려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고양이 전문병원을 운영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고양이 반려인구가 급증하는 현재의 추세를 고려한다면 향후에는 고양이 전문 동물병원이 보다 많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Q. 마지막으로 고양이임상과 관련해서 동료 수의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현재 고양이 임상의 활성화와 대중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고양이를 부정적으로 생각해온 풍습과 고정관념 ▲왜곡된 초기 반려고양이 문화 ▲개에 비해 표준화 되어 있지 못한 진료 프로토콜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소해나가면서 고양이 임상시장을 성장시켜야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반려 고양이 인구의 증가 ▶임상수의사 신뢰 향상 ▶고양이 복지 향상이 함께 이뤄져야한다.

특히, 수의사의 신뢰향상을 위해서는 동물보호, 동물복지 사회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한다.

이와 동시에 국내 고양이 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WFVC(World Feline Veterinary Congress) 등 세계적인 고양이 임상 학술대회의 유치도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세계의 수의사들이 참여하는 국제적인 고양이 학술대회를 고양이 반려인들도 함께할 수 있는 문화축제프로그램과 연계하여 개최하고 싶다. 

[인터뷰] 김재영 한국고양이수의사회장 `수의사 사회공헌 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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