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반려동물병원은 무한 경쟁에 직면해 있습니다. 수의사·동물병원의 폭발적 증가, 신규 개원입지 포화, 보호자 기대수준 향상, 경기불황 등이 동물병원 경영을 점차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병원 경영 여건 악화는 비단 수의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의료계 역시 1990년대 중반 이후로 비슷한 문제를 겪으며 병원 경영의 차별화 전략을 고민하게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진료과목의 전문화’가 급속도로 이뤄졌습니다.
이미 내과, 안과, 피부과, 정형외과, 신경과 등 전문의 제도가 도입되어 있는 인의 쪽에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더욱 전문화하고 있습니다. 성형외과의 경우 지방흡입전문, 모발이식전문, 얼굴뼈 전문에 이어 다크서클 전문 성형외과까지 등장 할 정도입니다.
특정 전문 진료 과목에 초점을 맞춘 전문병원이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는 종합병원보다 경영 효율성 개선에 훨씬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임상 수의계를 돌아보면, 아직 전문의 제도는 없지만 임상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수의사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사실상 특정 진료 분야 전문 수의사(전공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의계도 이제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는 동물병원보다,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자신있는 분야에 집중하여 그 진료 과목을 특화시킨 ‘전문진료 동물병원’ 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에 따라 데일리벳에서 특정 진료과목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전문진료 동물병원’을 탐방하고, 원장님의 생각을 들어보는 ‘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를 시리즈로 준비했습니다.
그 열다섯 번째 주인공은 지난 8월 개원한 ‘유림동물안과병원’의 유석종 원장님입니다. 1992년 유림동물병원을 개원한 유석종 원장님은 아시아수의안과 전문의이자 한국수의안과연구회 회장을 역임하셨으며, 안과 진료에 대한 전문적인 의료체제를 갖추기 위해 안과 진료에만 집중하는 유림동물안과병원을 8월 열었습니다.
데일리벳에서 유석종 원장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Q. 어떻게 수의사가 되었나?
사실 특별한 목표로 수의사가 되었던 것은 아니다. 1988년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하고 2년간 학교 동물병원에서 근무했는데, 당시에는 대동물 진료가 위주였고, 반려동물은 거의 없었다. 대학원에 진학한 수의사들도 반려동물을 잘 알지 못했고 자신이 하고 있는 반려동물 관련 공부가 맞는 공부인지조차 알기 어려웠었다.
그래서 우리나라보다 더 수의학이 발전한 일본으로 떠나게 됐다. 당시에는 일본의 수의학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선 상황이었다. 일본의 구도동물병원(Kudo Animal Hospital)에 1990년부터 1992년 2월까지 유학을 하며 우리나라보다 발전한 수의학을 배웠다.
Q. 안과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구도동물병원은 일본에서 유명한 수의안과 전문 동물병원인데, 내가 그 병원에 있을 당시가 바로 구도 선생님께서 안과 치료를 막 시작할 시기였다. 그렇게 수의안과 진료를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안과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됐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유림동물병원을 개원했는데, 그 당시에는 안과 치료만 생각하기에는 아직 우리나라 상황이 맞지 않았다. 다른 전염병 치료가 더 중요했던 시기였다.
결국 본격적으로 안과 치료를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였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안과 공부를 계속했고, 2010년에는 서울대 수의대 안과 교수님인 서강문 교수님과 함께 한국수의안과연구회를 창립해 본격적으로 수의안과 분야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Q. 안과 진료 비율이 높고 안과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안과 특화 동물병원 개원을 결정하기에는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안과 진료 초창기에는 진료 수준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 하지만 안과 진료 케이스가 늘어나면서 점점 더 흥미를 갖게 됐고, 전문 장비를 도입하면서 안과 특화 동물병원에 대한 생각도 가지게 됐다. 5~6년 전부터 안과동물병원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여건이 맞지 않았고 용기도 부족했다.
그리고 지난해에 결심을 하고 본격적으로 동물안과병원을 준비하여 올해 8월 ‘유림동물안과병원’을 열게 됐다.
Q. 다른 진료 없이 안과만 진료하는 것인가? 어떤 진료에 집중하나?
안과진료만 실시하고 있다. 예방접종도 하지 않는다. 20여 년 동안 일반적인 동물병원을 운영했기 때문에 예전 손님들이 안과 이외의 다른 진료를 해달라며 찾아오는 경우가 있지만, 이런 보호자분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다른 동물병원으로 가게 될 것이다.
사실 수의사로서 예방접종 같은 진료를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지만 제대로 된 전문화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병원이 너무 바쁘면 수의사가 한 분야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병원 진료는 예약제로 운영되며, 현재 원장 외 수의사 1명, 테크니션 2명이 근무하고 있다. 신규 환자의 경우 기본적으로 2시간 정도 진료를 봐야하고 재진 역시 20~30분 이상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하루에 10케이스를 진료하더라도 매우 바쁘다.
Q. 오후 6시에 진료시간이 끝나는 것과 함께 점심시간이 2시간이나 되는 것이 인상적이다.
일본에서 적용하는 시스템이다.
일본은 점심시간이 3~4시간씩 되는 병원도 많다. 긴 점심시간을 활용해 오전 진료 중 마무리 되지 않은 검사나 간단한 수술 등을 할 수도 있고, 오후에 예약된 진료를 점검할 수도 있다. 일본에서는 동물병원 뿐 아니라 일반 병원에서도 이러한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다.
Q. 한국수의안과연구회 회장을 역임했고 아시아수의안과전문의로 활동 중인데, 국내 수의안과분야 발전방향에 대한 생각은?
연구회를 만든 이유는 모든 수의사들이 안과 진료를 할 때 비슷한 흐름으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수의사들의 의견이 각기 다르면 보호자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즉, 진료의 표준화 정착이 중요하다. 연구회 아래에서 같이 공부하고 수련한 수의사들은 진료의 표준화가 정착될 것이다.
미래의 후배 수의사들 위해서도 전문화가 필요하고, 각 분야가 더 세분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진료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수의 진료 시장 전체 파이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수의사들이 안과 진료를 할 때 잘 몰라서 놓치는 부분이 많다. 인의 안과에서는 전문화를 통해서 아주 기본적이고 간단한 부분까지 캐치하고 진료·예방한다. 이런 부분은 환자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우리도 그렇게 수의안과 진료의 영역과 범위를 넓혀야 한다.
이러한 방향은 꼭 수의안과 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에서도 필요한 방향이다.
Q. 앞으로의 계획 및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안과도 그렇고 다른 과목도 그렇고 전문화를 통한 진료의 통일화, 표준화가 중요하다. 비슷한 흐름으로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최근 수의안과 분야에 관심을 갖는 수의과대학 학생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안과는 섬세하고 꼼꼼한 과목이다. 전문병원의 경우 보호자의 만족도가 올라가는 측면도 있지만 (비보험이니까)진료비 상승에 대한 불만 역시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