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교육학회와 함께 하는 추천도서⑤] 그림이 야옹야옹 고양이 미술사
바람직한 덕질이 만들어낸 모범적인 결과물의 예
그림이 야옹야옹 고양이 미술사 (지은이 이동섭 / 아트북스)
표지그림.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소년과 고양이」(부분), 1868, 캔버스에 유채, 123x66cm, 파리 오르세 미술관
르누아르의 그림에는 유독 아기(Baby), 여자(Beauty), 고양이(Beast)가 많이 등장한다.
미소년의 품속에서 고양이의 편안함과 안정감이 느껴지는 이 그림은 르누아르가 그린 거의 유일한 남자 누드화이다(본문230P).
제목이 다했다.
고양이 집사라면 본능적으로 탐할 제목의 이 책은, 기원전 이집트 벽화에서부터 앤디 워홀의 팝아트에 이르기까지, 온전히 ‘고양이’에 집중해서 그림 속 그들의 자취를 추적한다.
저자는 파리 유학 시절 우연히 함께하게 된 고양이의 매력에 완전히 매료되면서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명화를 바라보기 시작했고, 지루했던 미술사 공부가 비로소 재미있어졌다고 한다.
그림은 사진과 달라서, 그림 한구석 스치듯 놓인 고양이도 작가의 철저한 계획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저자는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의도를 고려해 미술작품 속 고양이의 모습이 상징하는 의미를 탐색해 본다.
이러한 과정은 곧 인간의 역사이자 고양이의 역사이면서 인간과 고양이 사이 관계의 역사이기도 하니, 수의학을 배우는 우리로서도 분명 생각해 볼거리가 있을 것이다.
「고양이 여신 바스테트 상」 기원전 7세기, 청동, 런던 영국박물관
이집트의 파라오는 쥐로부터 곡식 창고를 지키는데 고양이를 이용하기 위해, 고양이에게 반신 바스테트의 지위를 부여하여 사람들이 고양이를 개인적으로 소유하지 못하고 숭배하도록 하는 묘안을 냈다(본문19P).
코르넬리스 더만, 「체스 두는 사람들」 1670년경, 97.5x85cm, 부다페스트 파인아트 미술관
비로소 목에 방울을 단 고양이가 그림 속에 등장한다. 그림에서 고양이 목의 붉은 리본은 여성의 사랑을 나타내는 메타포이면서, 이 시대의 고양이는 단순히 쥐를 잡는 역할 이상으로 인간과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본문98P).
물론 고양이는 의심할 여지없이 예전부터 귀여웠겠지만, 그렇다고 그들도 처음부터 주연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침대 밑 보일 듯 말 듯한 눈망울의 엑스트라부터 비로소 캔버스 전체를 차지하는 주연의 자리를 꿰차기까지, 신의 지위를 누렸던 찬란한 기억과 악마의 분신으로서 박해의 아픔을 넘나들었던 고양이의 역사적 우여곡절과 커리어 성장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식견이 짧은 나에겐 익숙하지 않은 작가의 낯선 그림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럼에도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고양이의 디테일을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나름 낯익은 그림에도 ‘이 그림에 원래 고양이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여러분도 분명 그런 경험을 할 것이다.
눈에 고양이 필터를 걸고 유심히 보지 않았다면 지나쳤을 소재에 대한 저자의 탐구적 시각과 그것을 한 권의 결과물로 탄생시킨 끈기와 능력은 분명 배울 점이다. 자고로 ‘덕질’을 하려면 이렇게 제대로 해야 하는 법이다.
무겁지 않은 소재 덕에 미술에 조예가 깊지 않더라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고, 책의 사이즈도 적당해서 선선한 바람과 함께 야외에서 가볍게 읽기에 괜찮다. 고양이 그림을 감상하다 보면, 교양은 덤으로 얻을 것이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초록의 유월은 그림 속 고양이들과 함께해보는 것은 어떨까?
정예찬 (고려대 연구처 연구윤리센터)
한국수의교육학회가 2021년을 맞이해 매월 수의사, 수의대생을 위한 추천도서 서평을 전달합니다.
– 2월 천개의 파랑 (천선란) : 서평 보러가기
– 3월 고기로 태어나서 (한승태) : 서평 보러가기
– 4월 티마이오스 (플라톤, 옮긴이 천병희) : 서평 보러가기
– 5월 어느 개의 죽음 (장 그르니에, 옮긴이 지현) : 서평 보러가기
– 6월 그림이 야옹야옹 고양이 미술사 (이동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