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학 A to Z] Marine animal:홍원희 수의사①

[1부] 해양동물 수의사가 말하는 해양동물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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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학의 다양한 분야 및 이슈에 대한 수의대생들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8기가 “수의학 A to Z”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수의학이라는 큰 틀 안에서 미리 학생들로부터 공모 받은 알파벳에 따른 키워드를 정해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A부터 Z 키워드 기사가 계속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열세 번째 키워드 알파벳 MMarine animal입니다.

우리는 다양한 해양 생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물 속에 들어가지 않으면 그들을 볼 수 없습니다. 해양동물 수의사는 이러한 해양 동물들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매일 관찰하고, 진료합니다. 때로는 아쿠아리움에서, 때로는 직접 구조에 나서 바다에서 아픈 동물들을 치료하는 해양동물 수의사의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아쿠아리움인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주에서 종별로 500여종, 개체별로는 2만 8000마리를 돌보고 있는 홍원희 수의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아쿠아리움 전속 수의사입니다.

2012년 한화 호텔&리조트에 입사하여 현재까지 제주도에서 수많은 해양동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입사 이전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Marine mammal center와 캐나다 벤쿠버의 아쿠아리움에서 실무경험을 쌓는 등 국내 해양 동물 의료계 발전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매체에 출연하여 해양동물과 해양동물수의사의 매력을 알리고 있으며, 지난 2019년에는<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2>의 저자로 참여하기도 하였습니다.

국내 1호 아쿠아리움 전속수의사인 홍원희 수의사를 지난 2014년에 이어 7년 만에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주의 마린 메디컬 센터에서 만났습니다.

<1부: 해양동물 수의사가 말하는 해양동물 수의사>

 

Q. 2012년에 입사하신 뒤 2014년에 데일리벳에서 인터뷰를 하셨습니다. 이제 10년차를 향해 달려가고 계신데 그 때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가장 크게 달라졌을까요?

일에 대한 마음가짐, 자세요. 동물을 대하는 마음은 큰 변화가 없는데, 2014년엔 “나는 수의사인데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나” 라고 생각이 들었던 적이 많았습니다. 아마 회사 소속으로 있으면서 회사원으로서의 일과 수의사로서의 진료가 충돌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아쉬운 점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금은 저의 업무를 이해해주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저도 회사 업무에 대한 이해가 생기면서 지금 맡고 있는 진료업무와 회사업무를 해 나가고 있습니다.

 

Q. 얼마 전 수의사님의 근황을 <TV 동물농장>에서 붉은바다거북 에피소드를 통해 접할 수 있었습니다. 거북이는 잘 지내고 있을까요? 거북이의 부력치료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거북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 붉은바다거북은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고, 본인이 사는 수조가 7번이라 ‘럭키’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이름이 없었는데요, 다른 붉은바다거북 2마리가 올해 추가로 구조돼 치료를 받고 있어서 ‘럭키’를 그냥 붉은바다거북이라고 부를 수가 없게 됐거든요.

럭키는 먹이 잘 먹고 건강하게 있습니다. 어깨는 수술 덕분에 더 괴사되고 있지 않고 있고요. 목은 구멍이 다시 조금 생겼습니다. 수술 조만간 다시 할 겁니다. 물에서 지내는 동물이다 보니 봉합부위에 먹이가 닿고 물에 들어가고 하면서 치료에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되네요.

부력치료는 부력의 원인에 따라 달라집니다. 폐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폐를 치료해 줘야 하고 체강 내에 공기가 들어간 경우, 장 쪽에 공기가 들어간 경우 등 원인에 따라 치료 방향이 달라집니다.

홍원희 수의사의 붉은바다거북 수술
(@SBS TV 동물농장)

Q. 처음에는 야생해양동물을 구조하는 삶을 꿈꾸셨다고 했는데 현재 아쿠아리움에서 야생이 아닌 전시동물들을 진료하면서 느끼는 새로운 장점이나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을까요?

전시동물들과 가깝게 접하다 보니 정이 많이 들어서 그들과의 감정적인 교류가 생기게 됩니다.

그게 장점이자 단점인데, 그 아이들을 보면서 제 삶이 위로를 받고 활기를 얻는 한편 그 아이들이 아프게 됐을 때, 혹은 잘못됐을 때의 상실감이 너무 커서 상처도 받습니다.

수의사라는 직업이 원래 이렇게 감정적인 소모가 큰 직업인 것 같습니다. 아마 이건 저뿐만 아니라 이쪽 업계에 계신 선생님들이 다들 힘들어하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시동물과 구조치료동물이 동시에 위급한 상황을 만나게 되면 저는 아마 전시동물을 먼저 살피게 될 겁니다.

그렇게 구조치료동물의 우선순위가 밀릴 수 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아쉽고 안타깝네요. 구조치료기관이 별도로 운영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이 꼭 마련됐으면 합니다.

 

Q. 이전 데일리벳 인터뷰에서 “해양수산부가 정식 운영하는 해양동물 구조센터가 생겨야 해양동물 수의사를 양성하는 제도나 교육프로그램도 생길 수 있을 것”, “아직 우리나라는 구조나 자연보전 보다는 어업이 우세한 형편이라 사회적 인식에 변화가 우선되려면 한참 기다려야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시보다 아쿠아리움 수의사의 수도 늘어났고, 해양동물 수의사를 꿈꾸는 학생들도 많아진 것 같습니다. 이전과 비교했을 때 현재 우리나라에서 해양동물에 대한 환경적 변화나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늘어났는지 궁금합니다.

아쿠아플라넷 제주가 구조치료기관으로 활동을 하면서 비용적인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서 아직도 구조치료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저희 수족관의 기존 업무에 추가적으로 구조치료 업무까지 진행되니 업무가 과중되어 아쿠아리스트분들도 힘들어 하십니다. 기존 수족관의 생물 진료와 겹치면 구조치료생물의 치료는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도 생기죠.

그래도 해양수산부가 해양동물구조치료센터가 설립하려고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해양동물 구조치료의 중심부가 설립되면 저희 구조치료 기관은 보조적인 역할을 하면서 지원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가지 더 바람이 있다면, 제주라는 지역의 격리된 지역의 특성상 구조치료가 육지와 교류가 어려워 제주지역만의 구조치료기관 분점이 생겼으면 합니다.

 

Q. 같은 해양동물이라도 불가사리, 물고기, 상어, 바다표범, 돌고래 등 무척추동물부터 척추동물까지 매우 다양한 종이 섞여 있습니다. 치료방법의 적용에도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흔히 개체치료를 하는 포유류 위주의 치료만 상상하는데, 실제로 치료하는 대상의 비중이 어떻게 되는지, 각 개체별로 치료방법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수족관 안에는 다양한 생물이 있어요. 포유동물은 개체 수로만 생각하면 비중이 매우 적습니다.

하지만 제가 진료하는 대상은 주로 포유류, 조류입니다. 무척추동물을 제가 진료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수족관이다 보니 상어, 가오리 어류들도 다 개체치료를 하게 됩니다. 어류 중에는 수조 자체를 같이 치료하는 군집방식이 있긴 하지만 대형 어류들은 개체 치료로 진행합니다.

각 종마다 치료 방법이 너무 다양해서 여기서 설명 드리기 쉽지는 않습니다. 가장 특이한 점이라고 한다면 물에서 호흡하는 어류는 진료도 물 속에서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입니다.

 

Q. 상어를 직접 물에 들어가 치료한다는 부분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짜릿해 보이는 반면 굉장히 위험할 것 같은데, 어떤 방식으로 치료하고 계신가요?

많은 해양동물 중에서도 상어가 굉장히 매력적이긴 합니다(웃음). 다만 상어는 동물 습성 상 답이 나오지 않을 때가 많아서 진료의 범위가 좁아지기도 합니다.

수중치료를 할 때 안전 수칙으로는 반드시 한 마리만 분리하여 다른 상어가 공격할 수 없도록 해야 하고, 다이빙 시 2인 1조가 되어 다른 다이빙 버디가 주변을 체크해줘야 합니다. 또한 상어가 놀라면 확 움직이기 때문에 그러지 못하게 머리를 돌려버리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보통 수의사의 자세한 진료를 위해 다른 동물들은 물에서 꺼내 다른 수조로 옮기던가 하고 있지만 고래상어와 같이 크기가 큰 동물은 그러지 못합니다. 치료가 아닌 기본적인 채혈 등도 물에 들어가서 해야 합니다. 이럴 때 아쿠아리스트 분들이 큰 도움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수중에서 상어를 진료하는 홍원희 수의사

Q. 이미 해양동물 수의사를 꿈꾸며 학부에 입학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확신을 가지고 입학하셨던 수의사님도 다른 진로를 생각해보신 적이 있었을까요?

흔들린 적…있었죠(웃음). 워낙 동물들을 좋아하고 모든 동물들이 다 매력적이라 저도 말도 잠깐 생각해봤고, 다른 동물들도 계속 생각은 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는 해양동물 수의사를 생각하고 수의대에 들어왔고, 또 물에 있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크게 갈등하지 않고 해양동물 수의사를 택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해양동물 수의사가 되기 위해 학부생 때부터 스쿠버다이빙 자격증 등 진료를 위해 여러 준비를 하셨고, 수영도 굉장히 잘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물에 들어가는 빈도와 주기적으로 훈련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매일 들어가지는 않고 정기적으로는 1달에 1번 정도 들어가고 있는데 중간중간에 들어갈 일이 또 생기기도 합니다.

물에 들어가는 일이 체력소모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한 번 들어가려면 꼬박 반나절 정도가 필요해서 자주 들어가면 업무에 지장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사실 수영은 어느정도 할 수 있다면 더 이상 훈련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해양동물 수의사를 하고 싶었던 것도 물에 있는 것이 너무 좋아서였거든요. 저는 물에 있는 것이 굉장히 편합니다.

다만 수영 자체 보다 수온을 견디는 것이 힘들어요. 30분 정도 되면 몸이 저리기 시작해서 물 밖으로 나온 다음에 밖에서 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모든 사람들이 이런 것은 아니고 실제로 저보다 체력이 더 좋아서 하루에 2번씩 수트 입고 물에 들어가시는 아쿠아리스트들도 많습니다.

사실 스쿠버 다이빙의 경우 최소한의 산소를 이용해서 움직이지 않고 중성 부력을 유지하며 떠 있는 것이 중요한데 저는 수영을 잘하고 또 편하니까 자꾸 수영을 해서 체력과 산소를 쓰고 있어요. 체력 단련은 필요한 것 같네요(웃음)

홍원희 수의사가 근무하고 있는
Marine medical center 내부

Q. 이전 인터뷰에서 아쿠아리스트, 수산질병관리사와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수산질병관리사와의 관계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수생동물 수의사의 입장에서 느끼는 협력 포인트나 사례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수산질병관리사분들은 어류가 많은 수조를 잘 관리해 주시면서, 군집치료로 어류가 있는 수조의 치료도 맡아서 해 주십니다. 그리고 생물 검역도 신경 써서 챙겨주고요.

지금 제주의 수산질병관리사분들은 제가 하는 업무를 덜어주고 있습니다. 저를 도와주시는 수의테크니션 선생님이 계시지만 아직도 제주에 수의사가 저 혼자이다 보니 해야 할 업무가 너무 많거든요.

그 와중에 수산질병관리사분들께서 검역 업무 등이나 간단한 군집치료는 관리해 주시면서 제 업무를 어느 정도 덜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Q.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2>에서 진료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케이스로 말씀하셨던 부리고래 이야기를 인상깊게 보았습니다. 이와 반대로 기억에 남을 정도로 보람 있었던 케이스나 크게 기뻤던 사례도 궁금합니다.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는 건 안타까운 상황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최근에 바이칼 물범을 치료하면서 기뻤던 적이 있어요.

저희 바이칼 물범 2마리는 아쿠아플라넷 제주에 오기 전부터 피부병이 심했습니다. 치료약을 자주 먹어서 둘 다 간수치가 안 좋았어요. 그 중 한 마리는 암모니아 수치도 높아서 발작까지 오곤 했습니다.

간수치와 암모니아를 낮추기 위해 여러 약을 써봤어요. 하지만 그때 뿐이고 약을 끊으면 수치는 다시 나빠졌습니다.

치료에 어려움을 겪다가 소아과에서 하는 치료방식을 적용해봤어요. 영양제를 높여주는 방식인데 3~4개월이 지나니 치료약을 먹이지 않아도 정상수치로 돌아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건강해요.

이번 사례가 동물들도 뭘 먹고 사는지,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것 같아요. 사람도 그렇잖아요. 동물들의 먹이와 영양제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다른 동물에서도 영양제 치료 방식을 적용하면서 나이가 많은 애들의 건강이 다시 좋아지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Q. 병리나 기생충 연구를 하는 비임상 영역과 수의사님처럼 아쿠아리움에서 치료를 하는 임상영역 등 해양동물 관련 수의사도 크게 활동분야가 나뉘는 것 같습니다.

해양동물 쪽으로 진로를 갖고 싶은 학생이 있다면 적성이 임상/비임상 중 어디에 더 잘 맞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두 영역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본인의 성향을 알고 싶다면 꼭 해양동물이 아니더라도 주변의 동물병원이나 실험실에 가보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저는 임상을 하며 잘 모르는 원인을 밝히고 해결해 나가는 즐거움이 커요. 기본적인 임상이 잘 맞는지 알고 싶다면 꼭 해양동물 실습이 아니어도 주변의 동물병원 실습을 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 분야의 경우에는 어떤 연구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디테일하게 조정하고 이런 것들을 실험실에 들어가서 다른 분들이 연구하는 것을 보고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일단 해양동물의 임상과 비임상 분야는 업무 자체도 완전히 다르고 동물을 대하는 방식도 조금 다릅니다.

예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 Marine Mammal Center에 있을 때도 임상을 하는 수의사와 연구를 하는 사람과의 초점이 달라서 충돌이 생기더라고요.

가령 치료를 하는 수의사는 신속하게 치료해서 내보내는 게 목적이겠죠. 하지만 연구를 위해서는 오랜 기간 데리고 있어야 한다거나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등 동물을 대하는 관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전에 한 교수님이 “실질적으로 임상 수의사를 해서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은 알겠지만 네가 연구를 하게 되면 더 크게 도움이 되어줄 수도 있다”라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연구는 더 넓게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임상이 재밌습니다. 동물이 왜 아픈지 고민을 하고 그게 맞는지 확인을 하고, 실제로 치료가 됐을 때 기분이 너무 좋아요. 과정이 하나씩 해결됐을 때 너무 즐겁고 일이 더욱 재밌어지고 있습니다.

>>>2부로 이어집니다

윤서현 기자 dbstjgus981218@gmail.com

[수의학 A to Z] Marine animal:홍원희 수의사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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