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교육학회와 함께하는 추천도서⑦]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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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데이비드 콰먼 지음/강병철 옮김/꿈꿀자유 펴냄)

이 책은 2020년 10월 학교 보건소에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받고 근처 서점에서 대기하다 마주친 책이다. 원본은 2013년에 발행되었고, 한글판은 2017년 가을에 초판이 나왔다.

COVID-19의 본격적인 전파가 시작되기 전인 2020년 1월 발간된 제2판은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방지 모임’을 이끌고 있는 국립생태원 김영준 선생님의 도움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제1장부터 헨드라 바이러스, 에볼라 바이러스, 말라리아, 사스 바이러스, Q열, 라임병, 앵무새병, 에이즈, 독감 등을 포함하는 질병의 시작과 전파, 결과, 그리고 그 과정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자들의 노력이 세밀하면서도 영화같이 기술되어 있다.

이어지는 내용들이 너무 궁금하고 재미있어서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6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   *   *   *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바이러스에 관한 세계적인 전문가들과 수많은 질병과학자들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가까운 시일 내에 에이즈나 1918년의 독감처럼 수천만 명의 사망자를 내는 신종 질병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할까?  그렇다면 그 질병은 어떤 형태이며 언제 발생할까?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럴 수 있다’ 또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였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RNA 바이러스, 특히 영장류를 보유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다음 번 대유행이 실제로 찾아온다면 그 병은 인수공통감염이라는 대전제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현재 피츠버그대학 공중보건대학원 학장인 유명한 바이러스학자 도널드 버크는 1997년 강연을 통해 어떤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할 가능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했다(참고로 이 내용은 나중에 책으로 출판되었다).

첫 번째 기준은 인류 역사상 최근에 전 세계적인 유행을 일으킨 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기준은 인간이 아닌 동물 집단에서 큰 유행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이 입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기준은 내재적 진화가능성, 즉 돌연변이와 재조합이 쉽게 일어나 인간 집단 내에서 신종 질병으로 나타나고, 전 세계적인 유행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바이러스였다.

그는 특별히 코로나바이러스를 지목하며 이들 바이러스 중 일부는 인류 보건에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해야 하며, 진화 가능성이 높고 동물 집단에서 유행병을 일으키는 능력이 입증되었다고 경고했다.

돌이켜보면 사스가 유행하기 6년 전에 벌써 그 가능성을 주장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저자는 이에 따른 대안을 제시하였다.

‘버크가 말했듯 운명에 맡기는 것보다 훨씬 실용적인 대안은 “과학적 근거를 강화하여 보다 철저하게 대비하는 것”이다.

과학적 근거란 어떤 바이러스를 주시해야 하는지 알고, 외딴 곳에서 일어난 종간전파가 한 지역 전체로 번지기 전에 현장에서 즉시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지역적인 유행이 일어났을 때 전 세계적인 유행병으로 번지지 않도록 조직화된 역량을 키우고, 새로운 바이러스의 특성을 신속히 파악하여 짧은 시간 내에 백신과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연구 기술과 도구를 갖추는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독감의 전 세계적인 유행이나 신종 바이러스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고 해도 적어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가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했는데 현재 시시각각 변화하는 COVID-19 방역정책 수립에 근본이 되는 내용이다.

 

이 책은 사람의 중요성도 강조하였다. ‘그 후에 벌어질 일은 과학과 정치와 사회적 관습과 여론과 대중의 의지, 그리고 기타 인간 행동의 다른 측면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오래된 질병의 재유행과 확산은 물론 새로 출현한 인수공통감염병의 유행이 보다 큰 경향의 일부이며, 그런 경향을 만든 책임은 바로 우리 인류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바로 이것이 인수공통전염병의 건전한 측면이다. 인수공통감염병은 동물과 자연환경의 수호 성인인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처럼 우리 인간이 자연계와 분리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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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3년 전에 미래를 예측하며 제시한 대안을 현재의 우리가 실제로 체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COVID-19가 창궐하기 전에 전염병에 대해 예측한 내용이 너무나 잘 맞아떨어져 오싹한 느낌을 주기까지 한다.

이런 면에서 현재의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수의학과 학생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이인형 (서울대 수의대 수의외과학 교실)

한국수의교육학회가 2021년을 맞이해 매월 수의사, 수의대생을 위한 추천도서 서평을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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