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의 의료과실 인정시 그 법적책임은?> 변호사 정은주
견주 A는 반려견(8살)에게 갑자기 배뇨곤란, 혈뇨 등의 증상이 나타나자 치료를 위하여 집 근처 동물병원을 방문하였다.
수의사 B는 초음파검사, 혈액·전해질 검사를 실시하였으나 특별한 염증이나 결석이 있다고 판단되지 않았고, 치료 목적이 아닌 기를 보충하는 약만 처방해주었다.
그러나 반려견은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혈뇨증상도 멈추지 않았다. 이에 견주 A는 다시 수의사 B를 찾아갔지만, 수의사 B는 이전에 처방해준 약만 재차 처방해주었다.
그리고 이틀 뒤 반려견은 사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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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수의사 B의 법률상 책임은 무엇인가?
먼저 형법상 책임을 알아보자. 반려견 즉 동물은 현행법상 ‘물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수의사의 의료과실로 인하여 반려견이 사망하였다고 인정되더라도 수의사는 형법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
재물손괴(형법 제366조)의 경우 고의범만 처벌하고 과실범을 처벌하고 있지 않다. 때문에 의료과실의 경우 업무상 과실죄에 해당하나, 과실범을 처벌하지 않고 있는 재물손괴죄 규정에 따라 수의사는 형법상 책임은 면제된다.
그렇다고 민사상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 수의사는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는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은 고의뿐만 아니라 과실인 경우도 그 책임이 인정된다.
손해배상액은 수의사의 과실의 경중, 반려견의 나이, 평상시 건강상태 등이 참작된다. 반려견의 재물 가치에 기초한 재산상 손해액, 치료비, 견주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정도가 될 것이다.
동물의료소송과 사람의료소송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형법상 책임유무이다.
사람의 경우 의사의 의료과실이 인정될 시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상 또는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죄책을 지게 되나, 동물의 경우 재물로 보는 민법 규정에 따라 이러한 책임이 면제되는 것이다.
형법 제268조 :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366조 :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최근 예고된 민법 개정안에 따라 동물이 물건이 아닌 것으로 된다면, 의료과실로 인하여 동물에게 상해 또는 사망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 수의사의 형사상 책임은 어떻게 될까?
형법은 ‘사람’에 대한 범죄사실을 전제로 규정하고 있다. 업무상과실치상죄의 경우도 조문에서 분명히 ‘사람’을 명시하고 있다.
민법상 동물이 물건이 아니라는 내용이 실제로 개정된다고 하더라도 동물의 지위에 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동물은 사람은 아니므로 동물에 대한 의료과실 사고가 발생한 경우 현재로선 형사책임의 근거가 없는 것은 여전히 동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