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안다고 생각했는데 (지은이 홍수지 / 출판사 산디)
‘수의사로 일하면서 개를 충분히 안다고 생각했지만, 개를 키우는 일은 개에 대한 지식과는 완전히 별개였던 것이다.’
이 책은 고양이만 키우던 15년차 수의사가 개를 키우게 되면서 겪는 소소한 일상을 담은 책이다.
고양이만 키우던 저자는 어느 날 엉겁결에 갈 곳이 없어진 흰색 푸들 ‘비비’와 ‘파이’를 입양하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이 시작된다.
개를 입양하면 누구나 배뇨·배변 훈련을 피할 수 없다. 직접 훈련을 시키며 저자는 그동안 보호자들에게 말해 왔듯 이 훈련이 ‘고난의 행군’임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배뇨·배변 훈련은 개를 위하기 보다, 보호자 마음에 들게 하기 위한 교육이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개들의 최선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주는 것, 적당히 포기하는 것이 개와의 소통이라고 조심스럽게 결론을 내린다.
일반인들은 보통 수의사가 키우는 개는 걱정 없이 행복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수의사의 개는 행복할까?
이러한 질문에 저자는 나름의 답변을 내놓는다.
‘개를 키우는 일에 있어서 내가 만능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호자의 직업이 무엇인지 개들은 관심이 없다.’
우문현답이다. 개는 보호자가 무슨 직업을 가졌는지 관심이 없다. 함께 하는 가족일 뿐이다.
직업이 무엇이든, 어떤 사람이든, 가족은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 가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 * * *
얼마전 고양이만 키우던 내과 대학원생이 보호소에서 개를 분양 받았다.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는 임상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개를 키운다고 하길래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이는 나의 기우였다. 여전히 본인은 돌보지 못하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개를 키운 후 얼굴도 더 밝아졌다. 예민한 보호자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졌다.
이 책은 임상 수의사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15년차 임상수의사의 수필집이다. 모든 것이 과도하게 심각한 요즘 세상을 잊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보길 바란다.
정진영 (강원대학교 수의과대학 내과학교실)
한국수의교육학회가 2021년을 맞이해 매월 수의사, 수의대생을 위한 추천도서 서평을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