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의 설명의무란 무엇일까①> 변호사 최재천
의사는 환자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환자는 그 설명을 바탕으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한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인격권에 근거한다.
수의사는 진료 계약에 근거하여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진료 내용 등에 대해 설명할 의무가 있다. 보호자는 설명을 바탕으로 진료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한다.
그런데 설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이 경우 수의사는 어떤 책임을 져야할까.
* * * *
2013년 겨울, 대구에서 실제 있었던 사례다. 심장약을 먹던 중 생리를 하는 치와와에게 자궁축농증 수술을 시행했다. 5일 만에 동물병원에서 사망했다. 수의사의 과실을 네 가지로 정리해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보호자 측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동물병원에 데리고 갈 당시 생식기에서 분비물이 없었으므로 급하게 수술을 할 필요가 없었다.
둘째, 반려견이 노령이었음에도 건강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셋째, 수술 직후부터 혈압이 계속 낮아지고 있었음에도 이뇨제를 과다 투여하는 과실을 범했다(사실관계를 좀 더 설명하자면 당시 수의사는 자궁축농증 수술 후 회복 중 반려견의 혈압이 떨어지자 수혈을 통해 혈압을 정상으로 올렸으나 이후 발작과 뇌수두증이 발견돼 이뇨제를 투여했다. 반해 보호자는 이뇨제를 과다 투여해 탈수 증상으로 반려견을 사망케 했다고 주장했다).
넷째, 이 사건 수술이 갖는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반려동물의 사망으로 인한 재산상 손해 1백만원, 장례비용 40만원, 위자료(정신적 손해) 4,800만원 등 총 4,940만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대구지방법원이 판결했다. 먼저 수의사의 과실을 주장한 부분에 대해 판시한 부분을 보면 “피고 수의사가 수술 전에 반려견의 건강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거나 이뇨제를 과다 투여해 탈수증상을 일으키는 등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원고가 주장한 수의사의 과실 세 가지를 모두 부정한 것이다.
다음은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부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부연설명이 필요하다.
법에서는 주의의무 위반을 과실이라고 부른다. 내가 주의할 의무가 없다면 과실이 없는 것이고 책임질 필요도 없다. 그래서 의사나 수의사의 경우 어디까지 주의의무가 있고, 그 주의의무 범위를 어디까지 잡느냐에 따라 과실의 범위가 달라지는 것이다.
반려동물의 사망이 불가항력적인 경우까지 수의사가 책임을 져야할까. 그럴 필요는 없는 것이다. 왜? 그것까지 주의할 의무는 없는 것이고 그것까지 책임져야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설명의무가 있다. 설명의무의 위반을 일반 수술이나 진료상의 주의의무와 동일하게 취급해야 할까. 그 의무의 가치나 성격이 동등하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설명의무에 대해서는 좀 더 다른 차원에서 다르게 취급해야 할까. 법학계에서 중요한 논쟁 중 하나다.
그래서 사람에 대한 의료사고의 경우 설명의무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학설도 다양하고 판례도 대단히 의미있는 선례도 있다.
하지만 동물병원 의료사고는 현재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판례도 선례가 거의 없고 대법원 판례도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논쟁중이라고 봐야 한다. 그나마 이 건 대구지방법원 판례가 설명의무에 대한 선례적 가치가 있는 의미있는 사례다.
먼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대구지방법원은 이 사건에 있어 수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자세한 부분은 다음 글에서 설명하기로 한다. (2부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