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덱스 래버러토리스 학술지원 수의사
배보경 DVM, PhD
Graham Swinney BVSc (Hons) FANZCVS (Canine Medicine)
Andrew T MacPherson BSc (Hons), BVSc
안녕하세요. 제2편에서는 적혈구 관련 항목을 다뤄보겠습니다. 매일 접하는 기본 항목들에서 놓치거나 간과하는 사소한 정보도 찾아보시고, 최신 경향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먼저 RBC 관련 항목의 구성을 살펴보겠습니다
<RBC mass : RBC, HCT, HGB>
빈혈 또는 다혈구혈증의 판단 척도. 일반적으로 빈혈의 정도에 따라 세 척도가 비슷한 추세를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음
빈혈 여부를 판단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항목들입니다. 저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수의사들은 직관적이어서 그런지 HCT를 가장 많이 활용하면서도, 발음이 편해서 그런지 PCV라고 대체해서 소통하는 편입니다.
물론 HCT와 PCV가 이상적인 환경에서는 비슷한 수치(1-2%의 차이)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병리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계산 수치인 HCT와 물리적인 수치인 PCV에서 차이가 많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다른 두 항목인 HGB과 RBC수의 추세를 같이 평가하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이들 3개의 항목이 서로 일치하지 않은 경우는 어떻게 할까요? 다음의 예로 생각해봅시다.
RBC수는 가까스로 참고범위 이내에 있지만, HCT와 HGB이 꽤 낮습니다. 일단 우리가 가장 선호하는 HCT가 낮으니 빈혈이라는 판단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만성 출혈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소적혈구가 순환혈액에 지속적으로 유입되면 MCV를 낮추고, 철결핍으로 HGB 농도는 낮아지게 됩니다. 이런 경우 RBC수는 정상이라도 HGB 함량이 낮아 혈액의 산소전달능력이 떨어지므로 빈혈의 범주로 판단해야 합니다.
다만 이러한 현상이 최근의 모든 CBC 결과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면, 병리적 기전과는 상관없는 혈액학 분석기의 오류일 가능성도 있으니 혈액학 분석기 점검을 권장합니다.
<RBC indices : MCV, MCH, MCHC, RDW>
RBC의 특징 (크기, HGB함량, 크기의 다양성) 묘사
빈혈의 종류를 구분하기 위해서 전통적으로 많이 활용한 항목들이 MCV(적혈구 평균 크기), MCH, MCHC (적혈구의 평균 HGB 함량 및 농도)입니다.
가령 소구성 및 저색소성 빈혈이라면 비재생성이라고 판단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런 항목들이 전형적인 비정상 패턴을 보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적혈구의 수명은 100일 정도로 깁니다. 때문에 평균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데 시간이 걸리고, 병리기전 진행을 민감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재생성 빈혈일지라도 전형적인 대구성 및 저색소성 빈혈을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RDW(Red cell Distribution Width)는 적혈구 대소부동증의 지표입니다. 적혈구 크기의 다양성을 시사하기에 크기가 큰 망상적혈구가 많이 출현하는 재생성 빈혈을 가늠하는 척도로 흔히 활용됩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반드시 RDW의 증가가 반드시 망상적혈구 증가증을 시사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작은 적혈구와 정상 크기의 적혈구가 혼재되어 있을 때도, 작은 적혈구와 큰 적혈구가 혼재되어 있을 때도 대소부동증으로 나타납니다. 이들의 병리기전은 다르게 해석되어야 합니다.
<골수 RBC 생산 : Reticulocyte>
망상적혈구수를 제공하는 분석기 이용 또는 NMB 염색된 혈액도말 슬라이드에서 매뉴얼 count
위 슬라이드에서 망상적혈구라고 생각되는 세포들을 찾아보시면, 주변에 있는 성숙한 정상의 적혈구와 비교하면 크기가 크고 염색성이 다릅니다.
이 도말 슬라이드에서 다염성적혈구(polychromatophil)라고 불리는 세포들이 꽤 있으므로 재생반응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많이 있어야 재생 반응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New Methylene Blue 시약으로 염색해서 평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마음을 접게 됩니다. 일단 빈혈의 개선되는 추세를 분석하면서 재생성이 있는지 판단하고 원인도 찾아보자는 생각에 치료를 시작합니다. 용혈인지 출혈인지 아니면 염증 때문인지 골수 문제인지 요원하게 느껴지는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망상적혈구수를 자동으로 제공하는 혈액학 분석기가 보편화되면서 빈혈 환자의 진단과 치료 모니터링이 훨씬 수월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빈혈이 없는 동물에서의 망상적혈구수와 이의 관련 항목의 가치가 크게 조명되고 있습니다. 빈혈이 아니어도 RBC와 망상적혈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다뤄보겠습니다.
Reticulocyte count와 RETIC-HGB이 중요한 이유
반려동물 수의사인 우리는 빈혈환자에서 빈혈의 재생성과 비재생성을 구분하는데 있어 망상적혈구가 갖는 중요성을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빈혈이 없는 환자에서의 망상적혈구수 평가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식이 낮은 편입니다. 망상적혈구 정보를 자동으로 제공하는 혈액학 분석기가 최근에서야 보편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빈혈이 없는데도 망상적혈구 정보가 유용한 경우, 빈혈을 동반하지 않는 망상적혈구 증가증(RWA: Reticulocytosis Without Anemia)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비장 수축으로 인한 생리적 반응: 망상적혈구는 성숙한 적혈구가 되기 전의 마지막 단계에서 비장에 존재하게 되는데 스트레스로 비장이 수축하면서 이 곳의 망상적혈구가 순환 혈액으로 방출되어 증가할 수 있습니다.
–병적 원인: 출혈이나 용혈의 기저 질환이 있는 환자가 참고 범위 수준의 적혈구수를 유지하기 위해서 골수의 적혈구 생산이 증가한 경우입니다.
가능한 원인으로는 조기 또는 경미한 용혈이 있거나 이미 용혈성 질환을 관리 중인 환자에서 여전히 용혈 반응이 활성화되어 있는 경우가 해당됩니다. 위장관이나 복강의 잠재적 출혈 또는 장내 기생충의 감염도 의심해야 합니다.
–절대적 다혈구혈증의 존재: 심폐질환에 의한 저산소증을 겪고 있는 환자, 어떤 신장 종괴로 인해 2차적으로 Erythropoietin 합성의 증가된 경우, 원발성 적혈구 다혈구혈증인 경우가 해당됩니다.
이들을 감별하기 위해서는 우선 환자가 건강할 때와 현재의 HCT/RBC/HGB을 비교해보고, HCT가 비교적 안정적이면서 망상적혈구 증가증이 있다면 스트레스가 원인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러나 HCT가 이전보다 감소했다면(비록 참고범위 이내이더라도), 추가 진단 과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Journal of Small Animal Practice의 한 논문에서, 빈혈이 없으나 망상적혈구 증가증(RWA)이 있는 환자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환자는 출혈, 심폐질환, 위장 질환, 염증, 종양 등이 있었다고 발표하였습니다(Fuchs et al., 2018).
건강 검진 또는 질병으로 내원한 환자의 CBC 결과 1백만 건을 분석한 IDEXX의 내부 연구에 의하면 개 5마리 중에 1마리는 빈혈이 있기 전부터 망상적혈구의 변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 환자 모두가 반드시 빈혈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우리가 빈혈 척도(RBC, HCT, HGB)에만 초점을 맞추고 빈혈이 발생할 때까지 추가 진단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많은 기저 질환의 조기 진단 기회를 놓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그러므로 망상적혈구수가 증가했음을 인지한다면 이는 무시할 정보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다만 어떤 특정 진단을 지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기 예보의 ‘경보’처럼 추가 진단이 필요할 수 있음을 알리는 것이지요.
<철 가용성 : RETIC-HGB>
적혈구 생산과정에서 철의 이용 제한이나 결핍
망상적혈구 헤모글로빈 농도(Retic-HGB)은 고성능의 혈액학 분석기에서 제공되는 최신 항목입니다. 골수의 적혈구 생산 단계에서 얼마나 철분을 잘 이용하고 있는지를 반영하는 항목으로 ‘철분 가용성 지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철분은 헤모글로빈을 구성하는 필수 성분입니다. 철분 부족은 헤모글로빈 감소로 자연스럽게 간주됩니다. 따라서 Retic-HGB이 감소한다면 최근의 적혈구 생산 과정에서 철분을 이용하지 못하거나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런 항목이 제공되기 전에 수의학에서 개와 고양이의 철 결핍 질환을 진단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혈청 철농도(serum iron)는 저장풀(storage pool)의 철분이 아닌 이동철(transport)을 반영하고, 철 프로파일 검사(총철결합능, 트렌스페린, 혈청 페리틴)는 개와 고양이에서 진단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또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적혈구의 수명을 생각해보면, 적혈구 프로파일이 소구성 및 저색소성으로 발전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반면, Retic-HGB은 최근 3-4일 이내에 생산된 적혈구에서의 HGB 농도를 평가하는 것이라서 철가용성의 민감한 조기 지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Retic-HGB 감소의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진성 철결핍: 위장관(장내 기생충, 장질환)이나 비뇨기의 만성 실혈
–염증: 염증성 사이토카인에 의한 hepcidin의 생산 증가로 위장관의 철 흡수 감소 및 간과 대식구에 저장된 철의 분비 억제
–간문맥성 단락증 (portysystemic shunt)
–어린 동물의 생리적 특성 (8-16 주령)
–아시아 지역의 개 품종: 적혈구의 크기가 작은 (낮은 MCV) 일본 아키타, 시바, 시베리안 허스키, 차우차우, 일부 샤페이
–아비시니안 고양이
위 그림은 저색소성, 소구성, 분절 적혈구 (적혈구의 취약성 증가)와 기다린 형태를 띄기도 하는 혈소판의 증가증을 보여주는 혈액 도말 슬라이드입니다.
PCV는 10%이었는데, 만성적인 벼룩 감염에 의한 중증 철결핍성 빈혈로 진단되었습니다.
일부 다염성적혈구가 관찰되기는 하나 이들 역시 저색소성인 것으로 보여지고, 일부 혈액분석기에서는 Retic-HGB의 감소로 확인될 것입니다.
망상적혈구 관련 항목들의 변화(망상적혈구수와 망상적혈구의 헤모글로빈 농도)는 빈혈이 발생하기 전에 잠재적인 질환이나 상태에 대한 경보 역할을 함으로써 임상적 빈혈이 발생하기 전의 진단이나 조치가 가능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Retic-HGB는 임상 수의사에게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으며, 이상적으로는 모든 CBC의 일부로 활용되면 많은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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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 달에는 CBC에서 많이 활용되는 백혈구 패턴을 주제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문헌
Fuchs J, Moritz A, Grußendorf E, Lechner J, Neuerer F, Nickel R, Rieker T, Schwedes C, DeNicola D, Russell J, Bauer N. Reticulocytosis in non-anaemic cats and dogs. Journal of Small Animal Practice, 30 March, 2018
<대한수의사회, 아이덱스 래버러토리스와의 협의에 따라 KVMA 대한수의사회지 2022년 7월호에 게재된 원고를 전재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