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혈액학③] 백혈구 패턴 해석으로 CBC 야무지게 활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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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덱스 래버러토리스 학술지원 수의사

배보경 DMV, PhD

Bokyoung-bae@idexx.com

‘정보는 국력이다’라는 국정원의 옛 원훈은 ‘정보력’의 중요성을 활용한 유명한 말 중 하나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잊거나 간과하던 백혈구에 대한 기본 ‘정보’를 상기하고, 그렇기에 놓쳐버렸던 백혈구 패턴을 야무지게 활용하는 방법(‘힘’)을 다잡아 볼까 합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염증과 스트레스, 흥분에 의한 영향을 WBC 수로 구분할 수 있나요?

다음 중 호중구 증가증이 발생하는 경우는?

ㄱ. 염증

ㄴ. Glucocorticoid 영향(스트레스)

ㄷ. Epinephrine 영향(흥분)

ㄹ. 위의 3 경우 모두

이 질문의 답이 명쾌하게 떠오르시는 분은 가볍게 세포 감상만 하면서 넘어 가셔도 좋고, 애매하거나 좀 더 고민이 되시는 분이 읽으셨을 때 약간의 도움이라도 되길 바라면서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    *    *    *

먼저 1번 질문에 대한 답을 말씀드리면 ‘구분할 수 없다’입니다.

CBC를 하는 가장 주요 목적이 염증의 유무 판단일 텐데, 아쉽게도 총 WBC 수는 스트레스, 흥분과 염증과 구별해주거나 염증을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활성 염증 사례의 50% 이상에서도 총 WBC수는 참고 범위 이내라고 합니다. 총 WBC 수는 특정질병을 규명할 수 없으며 단지 백혈구 패턴 변화의 심각성 정도를 가늠하는 항목으로만 가치가 있습니다.

사소하지만 강조하고 싶은 한 가지는 5종 백혈구 감별계수의 활용 부분입니다.

백혈구의 패턴을 평가할 때 절대적 수치(#/μL)가 아닌 상대적 비율(%)을 이용하시는 분들을 종종 뵙게 됩니다. ‘호중구가 70% 정도로 정상이었다. 림프구가 35% 정도로 증가했다’ 등으로 말이죠.

그러나 상대적 비율은 참고범위가 없고, 적당한 70% 또는 증가한 35%가 실제 정상 호중구수 또는 림프구 증가증의 실체를 반드시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백혈구 패턴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절대적 수치(#/μL)를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상대적 비율(%)은 분석기 결과를 검증하는 차원에서 혈액도말을 훑어볼 때 활용하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호중구 70%, 림프구 20%, 단핵구 10% 정도의 분석 결과가 나왔을 때, 혈액 도말을 검토하면서 여러 군데에 걸쳐 대략 7개:2개:1개의 비율로 관찰된다면 분석기가 감별계수를 잘 해 냈음을 검증할 수 있습니다.

 

혈관계

상기하는 백혈구 기본 정보로서 이들이 머무는 곳(pool)에 대해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혈관계는 크게 2개로 구분합니다. 모세혈관-조직의 접점에서의 미세순환이 Marginal Pool(변연풀)이고, 보다 큰 혈관으로서 채혈하는 부위를 Central 또는 Circulating Pool (순환풀)이라고 합니다. 혈관에 제공하는 혈구들이 분화 성숙되어 저장되어 있는 골수를 Storage Pool (저장풀)이라고 합니다.

혈류 속도, 체액으로의 이동, WBC의 내피세포로의 부착 등이 각 풀의 세포수에 영향을 주는 요소이며, 대표적인 영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 동물종에 따른 차이: 대부분의 동물에서는 양쪽 풀이 비슷하나 고양이에서는 변연풀이 순환풀보다 많다.

* Epinephrine 분비: WBC가 변연풀에서 순환풀로 이동한다

* Corticosteroids 영향: 호중구의 혈관내피 부착과 조직 이주를 억제하고 순환풀이 증가한다

이렇게 보니 2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에피네프린이나 코티코스테로이드의 영향으로 순환풀이 증가한다면 염증에 의한 호중구 증가증가 구별하기가 어려울 듯합니다.

특히 고양이가 흥분하여 에피네프린을 분비하는 급박한 상황에서는 순환풀로 이동한 호중구 증가증이 두드러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호냥이 진료하시는 선생님들의 생생한 경험을 듣고 싶네요.

 

백혈구의 기능 및 순환혈액에 머무는 시간

* 림프구: 면역계의 주요세포로서, 혈관과 조직, 림프기관을 반복하여 재순환한다. 일부 기억세포는 수년을 재순환

* 단핵구: 이물 및 세포 찌거기 제거 및 염증 반응을 조절한다. 순환풀에는 매우 짧은 시간 존재하고 조직으로 이동한다

* 호산구, 호염기구:  기생충 감염, 알러지, 과민 반응의 조절에 관여하는 주요 세포이다

* 호중구: 감염성 및 비감염성 손상에 대한 주요 방어 세포로서, 대부분의 염증에 관여한다. 호산구, 호염기구, 호중구의 과립구는 보통 8-10시간 정도 순환풀에 머물다가 변연풀을 거쳐 염증이 있는 조직으로 이동한다

과립구 중 호중구가 필요한 조직으로 이동하는 것과 순환풀에 머무는 시간, 저장풀(골수)에서 필요한 만큼의 성숙한 호중구를 순환풀로 내보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백혈구의 염증 패턴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왜 염증을 시사하는 전형적인 백혈구 패턴을 한 마디로 미성숙 호중구가 출현하는 호중구증가증이라고 하는지 말이죠!

미성숙 호중구는,

* 가장 흔한 백혈구 이상 소견, 활성 감염을 시사

* 일반적인 호중구의 성숙 시간은 5-7일이나 조직 수요가 클 때는 3-7일로 단축

* 개의 경우, 성숙 호중구는 골수에 5일 정도 머문다 (저장)

* 심한 염증에서는 저장풀이 고갈되고, 미성숙한 호중구 (band> metamyelocyte 등)가 순환 혈액으로 방출됨

* 이런 과정에서 호중구는 핵이 밴드 모양일 뿐만 아니라 핵과 세포질의 이상 형태를 보임 (독성 호중구)

(미성숙 호중구를 전세가 다급한 전쟁터에 내보내는 훈련이 부족한 소년병에 많이 비유합니다)

그렇다면 미성숙 호중구를 어떻게 확인해야 하나요? 편하고자 구입한 혈액 분석기 놔두고 매번 혈액 도말을 봐야 한다니 몸보다 마음부터 불편해집니다.

이렇게 혈액 도말 검토가 습관화된다면 미성숙 호중구의 확인뿐만 아니라, 적혈구, 혈소판을 포함한 다른 세포들의 이상을 확인하면서 많은 정보를 얻게 되고 진료의 힘을 갖게 됩니다.

정보력이 단순히 분석기가 제공하는 정보로부터 가질 수 있는 것이라면, 전문화되고 차별화된 힘이라고 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흔한 백혈구 염증 패턴

염증은 환자의 감염성, 비감염성 원인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병리 상태이며, 혈액학 분석에서도 백혈구의 변화뿐만 아니라 적혈구의 변화 (빈혈 등), 혈소판의 변화가 동반되는 과정입니다. 또한 혈액학 이외의 다양한 진단 항목을 판단의 근거로 삼기도 합니다.

우리가 잡아 들고 있는 진단 정보가 한 목소리로 “염증”이라고 외치지 않을 테니, 종합적인 통찰력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래와 같은 흔한 염증 패턴을 활용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급성 염증

* 성숙 호중구 증가 + 미성숙 호중구 증가 (재생성 핵좌방 이동)

* 림프구 감소 (스트레스)

* 단핵구 다양 (조직 괴사의 정도에 따라)

 

만성 염증 패턴 1

* WBC 매우 높음 (50,000-120,000 /)

* 성숙 호중구 증가 + 미성숙 호중구 증가 (재생성 핵좌방 이동)

* 호중구의 독성 변화 관찰

* 단핵구 증가

* Reticulocyte hemoglobin 감소, 빈혈, 고글로블린혈증이 동반됨

 

만성 염증 패턴 2

* WBC 정상~약간 증가

* 성숙 호중구 정상~약간 증가 (미성숙 호중구 증가 없음)

* 림프구 정상

* 단핵구 증가

 

압도적 (overwhelming) 염증

* 성숙호중구 감소 + 미성숙 호중구 출현 (퇴행성 핵좌방 이동)

* 림프구 감소

* 단핵구 다양

 

그럼 다음 달에는 마지막 주제인 혈소판으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자료

* IDEXX Learning Center

* Bone Marrow, Blood Cells, and the Lymphoid Lymphatic System 2017 Katie M. Boes and Amy C. Durham

<대한수의사회, 아이덱스 래버러토리스와의 협의에 따라 KVMA 대한수의사회지 2022년 8월호에 게재된 원고를 전재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 편집자주>

[다시 보는 혈액학③] 백혈구 패턴 해석으로 CBC 야무지게 활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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