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혈액학④] 혈소판 수치,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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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덱스 래버러토리스 학술지원 수의사

배보경 DMV, PhD

안녕하세요. 다시 보는 혈액학의 마지막 주제는 혈소판입니다.

혈소판은 혈액의 주요 구성 성분이자 CBC의 주요 구성 항목임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으로 관련된 질병이 많지 않고, 혈액 응집에 의한 가짜 혈소판감소증이 흔하다 보니 관심을 덜 갖게 되고 성가신 항목이 되어버린 면이 없지 않습니다.

오늘은 이런 혈소판에 대해 애정과 관심을 가져보는 시간입니다.

 

혈소판에 대해서

O 혈소판은 골수의 거대핵세포(megakaryocyte)에서 생산되는데, 거대핵세포로부터 분리된 세포질 조각이라 할 수 있습니다.

O 골수에서 거대핵세포 생산(megakaryopoiesis)과 혈소판 생산(thrombopoiesis)의 과정이 적절히 이루어지는데 관여하는 주요 매개체가 thrombopoietin입니다.

O Thrombopoietin은 간, 신 세뇨관, 체성 골수세포에서 합성되고 혈소판과 거대핵세포에 의해 제거됩니다(erythropoietin도 혈소판 생산에 관여하나 비중이 낮음).

O 혈소판의 alpha 과립은 응집 형성(1차 지혈)과 혈관 손상의 회복(2차 지혈)에 관여하고, dense 과립은 Ca2+, Mg2+, ADP, ATP, serotonin 등을 함유합니다.

O 그래서 혈소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혈전 형성 및 혈관 손상 회복이고, 염증과 상처 치유에도 관여합니다.

O 순환 혈액에서의 수명은 8-10일 정도입니다. 하지만 활성응고, 염증에 의한 소모, 말초 파괴로 인해 몇 분-한 시간 이내로 현저하게 짧아질 수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딱딱한 생리학을 나열하니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러나 혈소판의 기능과 수명 감소의 원인을 상기하다 보면 감소증이나 증가증이 나타나는 경우를 자연스레 유추할 수 있고, 진단 과정에서 좀더 관심을 가질 수 있겠습니다.

 

혈소판 관련 항목의 구성

진단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우선 CBC에서 혈소판 관련 항목을 살펴보겠습니다. 혈액학 분석기에 적용되는 기술이 발전되면서 혈소판 수(PLT)외에도 몇 가지 관련 항목을 제공하고 있으니, 혈소판 이상에 대한 평가를 좀 더 입체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HCT, MCV, RDW 등의 적혈구 관련 항목과 유사하게 혈소판에 대해서도 평균 크기나 크기의 다양성, 혈액에서의 혈소판 용적율을 제공합니다.

오늘은 CBC에서 이런 항목의 변화와 관련된 임상 및 질병에서의 이상 패턴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혈소판의 수나 크기와 관련된 이런 항목은 혈액도말에서의 형태 변화와 같이 보면서 검사 오류가 있는지, 얼마나 그 항목을 믿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다음 이미지에서 관찰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1) 혈소판 응집
2) 활성화된 혈소판
3) 혈소판 감소증
4) 크기가 커진 혈소판

우리가 흔히 접하는 혈소판 응집을 보여주는 이미지입니다. 혈전 형성이라는 혈소판의 기본 역할에 충실하고자 하는 현상이니 혈소판 탓을 할 수 없습니다만, 채혈과 저장 과정에서 혈소판의 활성화(응집)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이런 검체 오류는 CBC 분석 전반에 영향을 주므로 신선한 혈액의 도말을 준비해서 검토하는 게 필요합니다. 고양이에서 매우 흔하다지만, 다른 동물종에서도 늘 발생합니다.

위 사진은 보통의 혈소판 형태입니다. 보통 직경 2-3 μm 크기로, 불규칙적이지만 둥근 편으로, 파란-보라색 염색성을 띄고 있습니다.

100X 대물렌즈 배율에서 8-35개 정도가 보인다면 PLT가 정상일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혈소판 수치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CBC 결과를 받아보니 PLT가 낮습니다. 혈소판감소증일까요?

혈액도말을 보니 혈소판 응집이 확인됩니다. 채혈이 진행되는 중에 활성화된 혈소판이 세포질의 돌기를 길게 늘이고 있는 모양이 관찰되기도 합니다.

이런 응집은 10X 또는 20X 대물렌즈 배율에서 도말 끝 부분에서 확인되거나 monolayer 부분에서도 앞서 보여드린 이미지처럼 쉽게 관찰될 수 있습니다.

혈소판 응집으로 인한 분석 오류는 ‘관련 항목의 분석 오류’로 나타납니다. MPV, PDW, PCT의 분석 오류 메시지가 나올 겁니다. 백혈구와 적혈구의 분석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수치를 해석하는데 주의가 필요합니다.

가급적이면 다시 채혈을 해서 CBC를 재검사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심한 혈소판 감소증이 있습니다. 무조건 IMT일까요? 면역억제제 투여하고 반응을 볼까요?

면역매개로 인한 혈소판 파괴가 원인인 경우 PLT 감소가 심한 편입니다(50,000/μl 이하). PLT, PCT의 감소는 기능적 관점에서 출혈의 위험성을 실질적으로 보여줍니다.

대개의 면역매개 혈소판감소증이라면, 혈소판의 골수재생이 활발해지면서 MPV, PDW는 증가합니다. 다만 혈소판수가 낮아서 도말 검사에서 크기가 큰 혈소판을 관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면역매개성 혈소판 감소증은 특발성 원인보다는 감염, 종양, 약물, 다른 전신면역질환(SLE 등)에 의해 2차적으로 유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염에 의한 경우에는 감염원을 찾아서 치료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약물이나 백신의 병력도 고려합니다.

이런 원인들에 의한 염증 여부는 RETIC-HGB 감소 및 백혈구 염증 패턴이 있는지 함께 살펴보면서 판단할 수 있습니다.

혈소판 감소증의 감염성 원인, 혈소판을 직접적으로 파괴하는 감염원.
Anaplasma 항체 검사(SNAP 4Dx plus 등)로 스크리닝하고, PCR로 진단한다.

 

혈소판이 경미-중등도로 감소했다면?

혈소판의 소모(쓰임새)가 증가하는 여러 상태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급성의 출혈, 국소적인 혈관내 응고(폐혈전, 대동맥 혈전, 혈관 육종, DIC)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DIC인 경우 응고장애와 관련된 다른 진단 항목인 fibrinogen의 감소, PT/APTT 지연 및 d-dimer/FDPs 증가를 확인합니다. 혈관염이나 뱀중독의 가능성이 있는지도 고찰합니다.

활성 염증인 경우, 혈소판의 수요에 부응하여 골수에서 생산이 활발해지면서 큰 혈소판이 출현합니다. MPV, PDW가 증가하고, 수요에 부응하는 경우에는 PCT가 정상 범주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골수에서의 혈소판 생산의 감소가 원인일 경우가 있습니다.

골수를 억압하는 항암제, 외인성 또는 내인성 estrogen, 항생제 등의 병력을 확인하고 비재생성 빈혈 또는 백혈구 감소증의 동반 이상이 있는지도 확인합니다. FIV, FeLV, Parvovirus 등의 감염을 배제합니다.

혈소판의 크기가 크면서 세포질의 과립이 과도하게 뚜렷하여 ‘혹시 백혈구가 아닐까’라는 의심을 살짝 하게 됩니다.

혈소판이 빠르게 파괴되면서 (수명 단축) 급하게 생산되는 과정에서 이런 이형성 혈소판이 출현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의 FeLV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를 권장합니다.

 

아무래도 원인이 보이지 않는다?

특발성/다인성 혈소판 감소증인 경우 감염, 종양, 내독혈증 등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외에 품종 소인의 예로 Cavalier King Charles Spaniels (CKCS) macrothrombocytopenia라는 유전질환이 있습니다.

혈액 도말에서 거대(Giant) 혈소판이 관찰되고, MPV가 증가합니다. 혈소판 수는 중등도로 낮은 편이나 PCT가 정상입니다. 대형 적혈구가 낮은 혈소판 수를 보상해 주고 출혈 소견은 없습니다.

 

혈소판 증가증은 감소증처럼 흔하지는 않으나, 여러 이유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혈소판의 생산이 활발한 모든 경우에 해당하며, 이때 PLT와 함께 MPV, PDW, PCT도 같이 증가합니다.

O 염증 (감염, 면역매개, 수술, 창상)- 만성염증으로 인한 비재생성 빈혈과 RETIC-HGB 감소, 백혈구 염증 패턴도 같이 확인됨

O 혈액암 또는 비혈액암

O 철결핍 (장출혈, 비뇨기 출혈, 응고장애 등)

O Rebound: 재생성 빈혈과 함께 거대 혈소판 확인

O 내인성 또는 외인성 Corticosteroid, 일부 항암제

O 비장적출 후 몇 주 이내

혈소판의 재분포’는 체내 혈소판의 많은 양이 비장에 저장되어 있다가 (일부 동물에서는 1/3정도로 비중이 큼), 격렬한 운동이나 Epinephrine 영향으로 비장이 수축했을 때 혈소판 증가증(PLT, PCT가 증가)이 나타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때 MPV, PDW는 정상인 것으로 비장 수축에 의한 일시적인 영향임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비장 울혈 및 종대(마취, 감염/종양/염증, 비장꼬임 등)가 있는 경우, 혈소판은 비장에 격리되어 혈소판감소증이 발생합니다.

*   *   *   *

이 연재글의 서론편에서 ‘현재의 혈액학 분석기는 혈액세포의 특징을 규명하는 정교한 기술의 적용으로 단순한 cell count 이상의 여러 정보를 제공한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혈소판 영역도 마찬가지로 PLT 수 이외의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혈소판 응집에 의한 혈구분석의 오류를 구분하기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런 분석기의 정보를 잘 활용하여 좀 더 확신을 가지고 진료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참고자료

IDEXX Learning Center

Ettinger SJ, Feldman EC, eds. Textbook of Veterinary Internal Medicine, 6th ed. St. Louis, MO: Elsevier Saunders; 2005.

Stockham SL, Scott MA. Fundamentals of Veterinary Clinical Pathology, 2nd ed. Ames, IA: Blackwell; 2008.

Thrall MA, Baker DC, Campbell TW, DeNicola DB. Veterinary Hematology and Clinical Chemistry: Text and Clinical Case Presentation. Ames, IA: Blackwell; 2006.

<대한수의사회, 아이덱스 래버러토리스와의 협의에 따라 KVMA 대한수의사회지 2022년 9월호에 게재된 원고를 전재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 편집자주>

[다시 보는 혈액학④] 혈소판 수치,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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