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다른 농장동물에서의 항생제 사용

농장동물에서 사용하는 항생제의 이해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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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엘랑코동물약품㈜ 전략축종사업부

본부장 허재승

모든 항생제 성분에 대한 수의사처방제 시행

2022년 11월부터 모든 항생제 성분에 대해 수의사처방제가 실시된다. 먹거나 바르는 항생제 제품에 대해서는 여전히 약국에서 처방전없이 판매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항생제가 적어도 수의사를 거친 다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법적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이는 2013년 8월 수의사처방제가 시행된 이후 많은 분들께서 제도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이루어 낼 수 있었던 큰 성이다.

앞으로의 수의사는 단순히 항생제를 판매·투약하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 보건측면에서 동물에게 사용되는 항생제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법적 지위와 책임을 동시에 가지게 된 것이다. 이는 농장동물을 다루는 수의사에게 상당한 의미가 있다.

 

반려동물과 농장동물에서의 항생제 차이

반려동물을 진료하는 동물병원과 농장동물에 출장진료와 약품판매를 병행하는 동물병원은 항생제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반려동물 쪽은 높은 비중으로 인체용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다. 개체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사용하므로 그 사용량이 많지 않다.

하지만 농장동물에서는 치료(Treatment)뿐만 아니라 동일 그룹내 질병 확대를 막기위한 방제(Metaphylaxis) 목적으로 집단 투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용량이 상당히 많다. 휴약기간도 설정되어 있고, 동물용의약품으로 허가된 항생제를 사용해야 한다.

가령 반려동물병원에서는 바이트릴 25주 50ml (주성분: 엔로플로사신 2.5%) 1병을 가지고 2~3개월을 쓴다고 한다면, 평균적인 규모의 돼지농장에서 대장균증 설사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하루에도 20병 넘게 사용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무엇보다 국내 농장동물의 총체중(kg)은 반려동물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동물마다 세균성 질병의 형태도 다르고 그에 따른 항생제 투여량과 투여기간에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항생제 사용량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바로 체중이다.

동일한 세균성 질병에서 1kg 강아지와 10kg 성견의 항생제 투여량이 다르듯이 축종별 사육 총체중을 계산하면 해당 축종이 다른 축종 대비 항생제 사용 잠재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항생제 사용량은 산업이나 규제 측면에서 ‘kg체중당(또는 1kg의 축산물 생산당) 사용되는 항생제의 투여량(mg)’으로 나타난다. 때문에 축종별로 항생제 사용 잠재력(총체중)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예제를 통해 이를 간단하게 확인해 보자.

국내 반려동물 숫자를 개 7백만두, 고양이 3백만두로 가정하고 연간 최대 15%가 갱신된다고 하면 새롭게 항생제 투약대상이 되는 체중은 약 6백만kg으로 추산할 수 있다.

반면에 국내 농장동물은 도축되는 수량만큼 신규 입식하는 것으로 단순 가정하면 항생제 투약대상으로 연간 갱신되는 농장동물의 총체중은 약 4,328백만kg에 달한다. 반려동물 대비 약 700배정도 총체중이 많은 것이다.

따라서, 잠재력 사용량 측면에서 농장동물의 항생제 시장은 반려동물보다 700배정도 규모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반려동물과 농장동물은 항생제 비용 구조에서도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반려동물에서의 항생제 비용(가격)에는 항생제 원가는 물론 항생제를 투여하기 위한 진료과정과 투약비용도 포함된다.

반면, 농장동물에서는 항생제 판매 가격이 제품판매라는 소매로 취급되며 상대적으로 항생제의 원가비중이 매우 크다.

이는, 항생제 사용을 줄이기 위한 일련의 정책과 방법에 있어서도 상당히 다른 접근방법을 요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항생제 내성 파트에서 보다 깊게 말씀드릴 것이다. 

반려동물과 농장동물의 항생제 비용 구성 차이

요컨대 반려동물과 농장동물 간에는 그 제반환경이 달라 항생제에 대한 접근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항생제에 대한 국가 정책이나 산업적인 측면을 이야기할 때에도 최소한 반려동물과 농장동물을 구분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항생제 ⊆ 항균제 ⊂ 항미생물제제

항생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개념과 카테고리를 정리하고자 한다.

과거 항균제(Antibacterials)는 세균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죽이는 약물로서 인체에 침입한 세균의 감염을 치료하는데 사용하며, 항균제 중에서 페니실린처럼 미생물이 생성한 물질에서 유래한 것을 항생제(Antibiotics)라고 일컫는다고 했다. 즉, 개념상으로는 항균제가 항생제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여기에 곰팡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다른 미생물을 억제하거나 사멸하는 다른 약물을 포함하여 항미생물제(Antimicrobials)로 정의한다. 이를 주요 항생제 계열과 묶어서 나타내면 다음 도표와 같다.

항미생물제 계열 도표

이 같은 구분은 과거 약리학 전공자 분들이나 항생제 개발 및 허가 과정에서는 의미가 있었다.

예를 들어, 페니실린은 푸른곰팡이가 만들어내는 물질을 모으고 정제하는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지만 설파제는 설파닐아마이드를 추가적으로 합성하는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페니실린처럼 어떠한 다른 생물이 만드는 세균억제 및 사멸물질을 ‘항생제’로, 설파제처럼 화학적으로 합성하는 것을 ‘항균제’로 구분했다.

항생제 개발 초기에는 생물이 만들어내는 항균물질을 찾는 것과 화학적 합성을 통해서 항균물질을 만들어내는 방식 간에 경쟁 및 상호보완이 있었다. 이를 약품으로 승인해주는 과정에서도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항생제와 항균제의 구분이 중요했다.

하지만 세균성 질병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해서 사용한다는 목적과 방법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때문에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서 옥신각신 하다가 결국에는 세균에 대해서 작용하는 약물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항생제’로 통칭하자는 것이 현재 약리학계의 중론이다.

그러므로, 세균을 억제 또는 사멸작용을 하는 약물을 앞으로 ‘항생제’라고 통칭해도 큰 오류가 없다는 것을 밝히며 본고에서도 항생제라고 통칭한다.

 

항생제 개발의 역사

항생제 개발 초기에는 발견된 시점과 상용화된 시점 사이에 꽤 차이가 있다. 어떤 물질이 처음 발견되어 의약품으로서 당국에 허가를 받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항생제 개발 초기에는 새로운 항생제의 발견뿐만 아니라 대량 생산방법을 개발해고 공급하는 상용화 과정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항생제 역사에서 최초로 발견되어 사용되기 시작한 항생제는 설파닐아마이드, 소위 설파제다. 설파닐아마이드는 과거 분류에서 화학합성을 통해 만들어진 항균제라고 말할 수 있다.

의약품 생산에서는 원료를 순수한 화학물질로 만드는 정제과정과 일반적인 환경에서 안정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설파닐아마이드는 생리적 활성물질이어서 그대로는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를 ‘프론토실’로 합성함으로써 대량생산 및 상용화의 기틀이 마련됐다.

프론토실의 합성 화학식

독일의 세균학자 게르하르트 도마크는 프론토실이 세균감염증에 효과가 있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했는데, 손에 염증이 있어서 팔을 절단할 수밖에 없었던 딸에게 프론토실을 투약하여 치료한 사례가 유명하다.

이처럼 설파닐아마이드가 발견되고 프론토실로 상용화됨으로써 그간 속수무책이었던 세균감염증으로 인한 사망자를 상당수 줄일 수 있었다.

이 공로로 게르하르트 도마크는 1939년에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항생제 개발 역사에서 최초의 노벨상이다(도마크는 나치 정부의 방해로 1939년 노벨상을 수상하지는 못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7년이 되어서야 노벨상 매달을 받을 수 있었다-편집자주).

이처럼 프론토실이라는 최초의 항생제 상용화에 이어서 세계 제2차대전이 발발함에 따라 부상병을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항생제에 대한 수요가 전세계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개발된 항생제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대표적 항생제인 페니실린이다.

페니실린은 알렉산더 플레밍에 의해서 1928년에 최초로 발견됐다. 대부분 알고 있을 일화처럼 샬레에 포도상구균을 배양했는데 실수로 뚜껑을 덮지 않았고, 마침 같은 샬레에 푸른곰팡이가 배양됐고, 단순히 푸른곰팡이가 샬레에서 자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푸른곰팡이 주변에 포도상구균이 자라지 못하게 만드는 현상을 관찰한 것이다.

흔히 항생제기 세균을 얼마나 억제하는지 확인하는 최초의 항생제 감수성 테스트가 이러한 우연을 통해서 시연된 셈이다.

푸른곰팡이-페니실리움

알렉산더 플레밍은 푸른곰팡이가 만들어내는 어떤 물질이 포도상구균을 사멸하면서 증식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유추했다.

이 물질은 후속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서 규명됐고, 페니실린(푸른곰팡이 종류인 Penicillium이 만드는 물질)으로 명명됐다.

다만, 페니실린이 상품화된 것은 1942년으로 한참 뒤의 일이다. 푸른곰팡이를 대량으로 배양해서 페니실린을 추출 및 정제하는 과정이 매우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세계 2차대전이 한창이던 당시 부상병의 세균감염증을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항생제를 찾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에 다양한 공학자, 화학자들이 모여서 생산(배양)-추출-정제와 같은 복잡한 과정을 통해서도 대량생산할 수 있는 공정을 개발해냈다. 알렉산더 플레밍은 페니실린을 발견한 공로로 1945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설파닐아마이드와 페니실린의 상용화 성공에 힘입어 수많은 과학자들이 새로운 항생제를 발견하기 위해 매진했다.

설파닐아마이드처럼 이미 알려진 또는 새롭게 합성한 화합물이 세균감염증에 효과가 있는지 확인했다. 아니면 페니실린처럼 어떤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물질이 세균의 생성을 억제 또는 사멸하는지 확인했다.

이 같은 방법론을 기반으로 현재 알려진 대부분의 항생제가 1950~60년대에 대부분 발견됐다. 의약품 분야에서 화학의 발전과 화학적 합성의 성공은 대량생산을 통한 빠른 상용화에 힘을 실었다.

 

참고로, 클로람페니콜은 1947년에 스트렙소미세스라는 세균으로부터 발견 및 분리된 항생제다. 화학적 구조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어서 발견된 지 2년만에 화학적으로 합성할 수 있었고 바로 상용화됐다.

암피실린 역시 1958년 최초 발견이후 신속하게 합성방법을 개발함으로써 3년만에 상용화가 이루어진 약품이다.

항생제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생물이 만들어낸 것이나 화학적으로 합성한 것이냐 보다는 ‘얼마나 빠르게 상용화를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서 항생제 성공에 대한 향방이 달라진 경우가 많았다.

그러므로, 의약품의 개발과 공급은 최초 해당 의약품을 발견한 학자의 노고뿐만 아니라 이를 의약품 시장에 공급하기 위한 화학과 공학의 발전, 그리고 이를 위한 약품회사(또는 국가)의 투자가 중요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화이자나 바이엘 같은 제약사는 당시 항생제 상용화의 선봉에 섰다. 그로 인해 막대한 이익을 누렸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개발사가 누리는 막대한 이익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동물용으로 사용되는 항생제는 이러한 항생제 개발 역사에서 비교적 초기에 개발된 항생제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인체에서는 부작용 등의 이유로 허가되지 못했지만 동물 대상으로는 문제가 없어서 동물전용으로 전환되어 개발되거나, 인체용 항생제에 새로운 화학적 구조를 추가해서 서로 교차내성을 줄일 수 있도록 새롭게 개발한 항생제 등이 있다.

다만 1990년대 이후에 동물용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허가된 새로운 항생제는 손꼽을 수 있을 만큼 드물다.

새로운 인체용 항생제 개발에 대한 투자와 새롭게 허가되는 항생제가 숫자가 동시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항생제 교차내성을 줄이기 위해 인체용으로 허가된 항생제를 동물용으로는 사용허가를 내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 FDA에서 승인한 새로운 항생제 수 변화
(5년 단위, 1983~present)

이와 관련해서는 차후 항생제 내성과 효과적인 사용에서 보다 자세하게 다룰 예정이다.

간단하게 얘기하면 농장동물에 있어 항생제 내성문제는 국민 보건측면 뿐만 아니라 결국 항생제를 대체하기 위한 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경제적인 문제다.

 

첫번째 항생제 이해를 마무리하며

서두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2022년 11월 모든 항생제 성분에 대해 수의사처방제가 실시되면서 적어도 농장동물을 다루는 수의사들은 항생제에 대해서 더욱 깊게 이해하고 처방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항생제에 대한 수의사의 권한이 대폭 강화된 만큼 축산물내 항생제 잔류이슈나 내성문제와 같은 국민보건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 정부와 소비자단체는 농장동물을 다루는 수의사에게 보다 높은 직업 윤리와 책임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항생제는 수의사가 사용하는 약품이며 질병 전파를 막고 감염증을 치료하기 위한 도구다. 흔히 ‘장인(匠人)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기본적인 도구의 사용법을 알고 이에 대해 충분히 활용할 줄 아는 경지에 이르러야만 이야기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닐까 한다.

그러므로, 항생제라는 도구를 잘 사용하기 위해서 약리학 책을 보다 가까이두고 배우셨던 내용을 자주 훑어보시기를 당부드린다.

본 원고는 항생제 공부를 다시 시작하시려는 수의사분들께 도움을 드리고자 가장 기초적인 개념에서부터 축산내 항생제 내성 문제, 그리고 처방 가이드라인까지 전반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연재로 구성된다.

이번호에는 항생제와 관련한 주변 이야기를 가볍게 다루었는데 다음호에는 항생제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과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다.

MIC와 MBC같은 항생제 효력평가의 기준에서부터 시간의존성 항생제와 농도의존성 항생제에 대한 개념을 살펴보고, 이를 활용해서 항생제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살펴볼 예정이다.

아무쪼록, 필자와 함께하는 항생제 여행에 가볍게 동참해주시면 감사하겠다.

 

Reference

1. The Evolving Role of Chemical Synthesis in Antibacterial Drug Discovery, Angew Chem Int Ed Engl. August 2014

2. FAP Veterinary Services 2009-319, 2010- 320, 2010- 321, by Raúl Vázquez, Bayer AH

<대한수의사회 및 저자와의 협의에 따라 KVMA 대한수의사회지 2021년 8월호부터 2022년 5월호까지 게재된 원고를 전재합니다 – 편집자주>

반려동물과 다른 농장동물에서의 항생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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