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엘랑코동물약품㈜ 전략축종사업부
본부장 허재승
지난호에서 항생제에 대한 기본적인 특성을 말씀드렸다. 이론적인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본문을 시작하기 전에 주요 내용을 상기하면 다음과 같다.
항생제는 선택적 독성을 지니는 세균감염 치료를 위한 약물이다. 항생제는 ▲세균내 작용부위 ▲약력학적 특성인 MIC(Minimal inhibitory concentration)와 MBC(Minimal bactericidal concentration)를 기초로 하는 살균제와 정균제의 구분 ▲마지막으로 시간의존성과 농도의존성이라는 특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를 종합하면 아래 표1과 같이 정리된다.
이번호에서는 표1과 연관된 기본적인 항생제 분류기준에 이어 약동학(약리역학, Pharmacokinetics)과 그 외 분류기준에 대해서 추가로 정리한다.
항생제 약동학 – 기초개념
약력학의 지표인 MIC와 MBC가 세균에 대한 항생제의 직접적인 약리작용을 설명해준다면, 약동학은 항생제의 투여, 분포, 대사, 배설에 대한 얘기다.
항생제에서 주로 인용되는 약동학의 기본 지표는 투여 후 혈중농도 그래프다. 이는 항생제를 어느 농도로 어느 정도의 간격으로 투여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이와 같은 항생제의 약동학 그래프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약물처럼 소실률(clearance)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여기서 자세히 다루지 않겠지만 일정한 양이 소실되는 영차역학(1차방정식)이냐, 일정한 비율로 감소하는 일차역학(지수함수)이냐에 따라서 투여 방법의 차이뿐만 아니라 ‘휴약기간’도 달라진다.
요컨대 소실률 곡선의 꼬리가 길면 휴약기간도 상대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항생제 약동학을 직접적으로 확인하는 방법은 그림2에서 보는 것처럼 실험동물의 대정맥에 카테터를 연결해서 수시로 혈액을 채취할 수 있도록 하고, 항생제를 피하 또는 근육으로 투여한 다음 일정한 시간마다 혈액을 채취하여 혈중 항생제 농도를 체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기초실험을 통해서 그래프3과 같은 약물의 투여 후 시간별 혈중 농도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항생제 약동학 그래프에서 중요한 것은 혈중최고농도(Cmax), 투여 후 최고농도까지 도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Tmax), 약동학 그래프 아래쪽 적분 면적(AUC)이다.
예를 들어, 농도의존성 항생제의 경우에는 얼마나 높은 농도로 올라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반면 시간의존성 항생제는 얼마나 오랫동안 최소억제농도(MIC) 이상을 유지하는지가 중요하다.
그림4는 약동학 그래프를 약력학과 연계하여 이해하기 쉽게 나타낸 것이다. 항생제의 종합적인 약리효과를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되는 그림이라 아마 많은 분들께서 한 번쯤 보셨을 것이다.
지난호에 다뤘던 내용을 반추하여 그림4의 항생제를 평가해보자. MBC가 MIC의 2배정도이며 약동학 그래프의 Cmax가 MBC이상으로 그려지므로, 살균제/정균제 분류에서 본 항생제는 살균제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최대농도까지 도달하는 시간과 배출되는 소실곡선을 보면 이 약물의 흡수가 빠른지 또는 느린지 이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언제 재투약을 해야 할 지도 결정할 수 있다.
이 항생제가 시간의존성 항생제이며 MIC이하로 항생제 농도가 떨어질 때까지 24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면 항균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 24시간째에 항생제를 다시 투여해야 한다.
추가로, 농장동물의 투여방법은 주로 근육(피하) 아니면 경구인데 최고농도 도달시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급성 세균감염증인 경우 Cmax에 도달하는 시간이 가장 짧은 투여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세균치료에 효과적이다.
지금까지 약동학에 대해서 혈중 농도를 기준으로 항생제의 약력학을 연계해서 설명했는데, 이와 같은 항생제의 기초 정보로는 향생제의 효과를 아직 완전하게 평가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항생제 중에는 혈중농도보다도 조직에서 더 높은 분포농도를 보이거나 그 반대인 항생제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생제의 약리효과를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서는 항생제가 조직에서 어떻게 분포하는지에 대한 약동학적 데이터가 추가로 필요하다.
항생제 약동학 – 체내/조직내 분포
다음 사례를 보면서 항생제의 체내 분포가 왜 중요한지 한번 생각해 보자.
돼지 흉막폐렴은 Actinobacillus pleuropneumoniae라는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호흡기 감염증이다. 식욕불량, 호흡곤란, 고열, 코와 입의 출혈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세균이 만들어내는 독소에 의해서 발병 후 24시간내 폐사가 일어날 수 있는 돼지의 주요 세균성 질병으로, 주요 감염부위는 폐와 흉막이다.
실험실에서 흉막폐렴균을 분리해서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했는데 항생제A와 항생제B가 감수성을 보였다고 하자.
A와 B 모두 Cmax(혈중 최고 농도)가 1ug/ml다. 세균에 대한 MBC(최소 살균 농도)가 0.2ug/ml면, Cmax가 MBC보다 5배 높기 때문에 살균제로서 비슷한 약리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또한 두 항생제 모두 근육주사로 투여 시 혈중최고농도까지 이르는 시간이 3시간이 걸린다고 한다면 이 두 항생제의 혈중농도에 대한 약동학 모델은 모두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A를 투여했을 때는 흉막폐렴에 대한 치료가 잘 되어 폐사가 급속히 줄었는데 B를 투여했을 때는 A보다 치료속도가 느려서 피해가 컸다. 왜 그랬을까?
만약 투여량이나 투여방법, 감염증의 정도 등등 다른 변수에서 차이가 없다면 다음 두가지 변수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항생제 분류과정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해당 항생제가 동일한 살균제라고 하더라도 농도의존성이냐 시간의존성이냐 하는 차이에 따라서 살균 속도에 차이가 있었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흡수된 항생제가 세균의 주요 감염부위인 폐로 얼마나 잘 분포하는가에 대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참고로, 그래프5는 모회사에서 새로운 항생제를 출시하면서 제시했던 데이터인데 A항생제의 치료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B항생제보다 호흡기증상을 보이는 돼지두수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돼지에서는 흔히 목에 주사를 놓는다. 목에 세균이 많아서가 아니라 주사하기가 쉽고 다른 부위보다 약물이 비교적 빨리 흡수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목적으로 하는 세균감염부위(목적장기)에 빨리 전달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만약 어떤 항생제가 흡수가 느려서 주사부위인 목에 오래 머물러 있다면 Cmax(최고농도 도달시간)이 느릴 것이다.
만약 목에서 잘 흡수되더라도 폐가 아니라 장 쪽으로 많이 분포한다면 폐렴이 아니라 소화기의 세균감염증 치료에 효과적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항생제의 조직 분포 농도를 확인하는 실험은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모든 항생제들이 관련된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개발된 지 오래된 항생제여서 항생제 분포에 대한 자료는 없지만 사용자 경험이 많아 제조사가 굳이 이를 홍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림6은 항생제 조직분포에 대한 예제인데 엔로플록사신이 돼지의 체내에서 어떻게 분포되는지를 나타낸 모식도이다.
혈중 농도를 0.5ug/ml로 가정했을 때 각 조직에서의 상대적인 분포 농도는 그림6에서 나타난 것과 같다.
이를 보면, 엔로플록사신이라는 항생제는 돼지에서 장보다 호흡기에 보다 높은 농도로 분포하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신장대사를 주로하기 때문에 신장과 오줌에서 매우 높은 농도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조직내 분포를 포함한 항생제의 약동학자료는 항생제의 효과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에 항생제 선택에 대한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
항생제 항균범위(스펙트럼)
항생제의 항균범위라고 하는 것은 어떤 항생제가 세균의 여러 계열에 대해서 좁게 또는 넓게 영향을 미치는 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세균은 그람염색 유무와 형태에 따라서 G+(그람양성)구균, G+간균, G-구균, G-간균, G-나선균, 마이코플라즈마, 기타로 구분한다.
특정 항생제가 세균의 소그룹 하나에만 영향을 미치면 좁은범위(narrow spectrum)의 항생제라고 한다. 둘 혹은 여러 세균그룹에 항균력을 가지면 광범위(extended or broad spectrum)항생제라고 한다.
그래프7은 어느 특정 항생제가 어느 그룹의 세균에 감수성(항균력, 약력학)을 나타내는지 보여주는 모식도이다.
C항생제는 대부분의 세균에 대한 다양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광범위(Broad spectrum)항생제다. A항생제도 그람양성균과 일부 세균에 대한 감수성을 지니므로 광범위(Extended spectrum) 항생제다. B는 그람양성균중 간균에 대해서만 높은 감수성을 가지므로 좁은범위(Narrow spectrum)항생제로 분류한다.
농장동물에 대한 임상에서, 세균을 특정할 수 없거나 여러 세균의 복합감염일 경우 이를 하나의 항생제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광범위 항생제를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반면 광범위 항생제는 치료가 필요한 세균감염 그룹 외 다른 세균에도 영향을 미친다. 항생제 선택작용에 따른 내성균 증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때문에 세균을 특정할 수 있으면 가급적 좁은 범위의 항생제를 사용하도록 권장된다.
마무리하며
지금까지 항생제의 특성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인 약동학과 항생제의 항균범위에 대해서 말씀드렸다.
이 두 개념은 실험실에서 확인한 항생제 감수성(약력학) 결과를 가지고 실제 동물에 투약했을 때 효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임상 상황에 따라 어떤 항생제를 선택해야 할 지 추가적인 정보를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다.
아직 다루지 않은 항생제의 주요 특성에는 항생제-면역의 상호작용, 항생제 병용 시 나타날 수 있는 시너지∙길항∙독립작용 등이 있다.
다음호에서 이와 관련해 소개하고, 농장동물 임상에서 항생제를 선택하는 방법을 본격적으로 다루겠다.
항생제에 있어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임상 실전편이라고 하는데 본격적인 진행을 위해 아직 조금 남은 항생제 기초이해에 조금 더 함께해 주길 부탁드린다.
Reference
1) Distribution of Enrofloxacin, and it’s Active Metabolite, After the Injection of Enrofloxacin to Calves, Jennifer L. Davis, DVM, PhD at all.
2) Pharmacokinetic and pharmacodynamic comparison of Baytril 10% in cattle, WBC 24th
3) All about Baytril, Bayer Animal Health
4) 항생제 처방가이드라인, 농림축산검역본부
<대한수의사회 및 저자와의 협의에 따라 KVMA 대한수의사회지 2021년 8월호부터 2022년 5월호까지 게재된 원고를 전재합니다 –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