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내 반려동물에서의 수의법의검사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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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수의연구관

농림축산검역본부 질병진단과

일반현황

최근 동물보호법 개정에 따라,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이 현저히 강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과학적 입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의법의검사(veterinary forensic examination)를 의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질병진단과에서는 가축의 질병진단과 더불어 수의법의검사 업무를 점진적으로 확대해왔다.

동물보호법 개정과 함께 학대검사기관으로서의 농림축산검역본부 부설 동물병원을 개설하고 업무담당 인력을 확충하여 동물학대가 의심되는 폐사 동물의 사인을 밝히기 위한 수의법의검사 업무를 보다 본격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송치된 2,751명 중 구속된 사례는 5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농림축산검역본부 질병진단과의 통지서가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되어 구속 기소되고 있는 비율이 증가함을 언론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23년 5월에 보도된 양평 ‘대량학살사건’의 경우, 검역본부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1,256마리 수를 특정하고 학대를 과학적으로 증명하여 동물보호법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형의 실형이 선고된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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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법의검사 현황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동물학대로 인해 폐사한 것으로 의심되어 농림축산검역본부 질병진단과로 의뢰된 개 또는 고양이 총 772마리에 대해 수의법의부검을 실시하고 각각의 사인명을 토대로 분석을 실시하였다.

수의법의검사 판단은 ▲법의부검 과정에서 확보된 육안병리소견 ▲병원체·약독물 검사에서 확인된 내역 ▲전신 실질장기에서 채취한 조직으로 제작한 병리조직슬라이드의 조직병리학적 판독 소견을 종합하여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모든 수의법의검사는 부검으로부터 시작된다. 현재까지 시험소와 검역본부에서 수행되는 부검은 질병의 확인을 위해 시행되었던 병리부검에 속한다. 이와 달리 법의부검은 법적·행정적 필요에 따라 사인과 사망의 종류를 확인하기 위해 실시한다.

사인은 크게 내인사(바이러스, 세균, 기생충 등의 감염 또는 그 밖의 기저 질환에 의함)와 외인사(손상, 중독 등에 의함)로 분류된다.

그 밖에 심한 사후변화, 시식성 곤충 및 동물에 의한 조직 부재, 전신장기가 없는 일부 신체 조직의 제출 등에 의한 사인불명 건은 기타로 분류하였다.

 

1) 의뢰 건수 및 유형

2019년부터 수의법의검사 의뢰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21년을 기점으로 폭발적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총 4년동안 772건이 의뢰되었다.

2023년 1월부터 4월까지 161건이 의뢰되었다는 점을 기준으로 추산해 볼 때 금년에는 약 500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 경찰서(74%)에서 동물보호법위반으로 신고된 후 의뢰되고 있다. 동물병원 및 개인이 16%, 지자체가 7% 정도의 비율을 차지한다.

그림1. 연간 수의법의검사 의뢰건수 (2019~2022)

수의법의검사가 의뢰되는 검체로는 고양이가 개보다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는 의뢰되는 고양이의 대부분이 길고양이로서 개체 수가 많고, 외부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2. 축종에 따른 연간 의뢰 비율

2) 의뢰동물의 생활환경 및 사인별 분석

동물학대를 받은 것으로 의심된 개체 중 82%가 소유주 없이 길 위에서 생활하는 동물이다.

이들은 학대에도 무방비하지만 수의학적 케어를 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질병(감염병) 등에 노출될 확률 또한 높다. 때문에 내인사에 대한 감별이 중요하다.

그림3. 의뢰 동물 생활 환경에 따른 사인 비교

개는 연간 의뢰되는 건수가 100건 이하로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외인사의 비율은 4년 합산 43.2%로 고양이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이는 지난 2년 동안 특히 동물학대로 의심되어 부검이 의뢰되는 건수 자체는 폭증했으나, 외인사로 판명되는 비율은 4년간 36~45%로 일정한 비율을 유지함을 알 수 있었다.

그림4. 개(위), 고양이(아래) 연간 의뢰건수 대비 외인사 판명건수

축종별로 외인사 중 상위 진단명은 차이를 보였다.

개에서는 농약류에 의한 중독이 전체 외인사 중 40% 이상으로 첫 번째 사인인 반면, 고양이에서는 살서제 또는 농약류에 의한 중독사는 11.1%로 3번째에 그쳤다.

고양이에서 첫 번째 외인사 원인은 다발성 손상이었고, 두 번째 사인은 두부 손상이었다.

표1. 축종별 외인사 상위 진단명 (2019~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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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음말

최근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 증가하면서 동물의 사인을 진단하는 수의법의학에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검역본부에서는 2019년부터 772건의 동물학대 의심 건을 의뢰받고 그 검사 결과에 대하여 분석하였다.

최근 사건에서 검역본부의 판단 통지서가 재판에 증거로 적용되고 실제로 양형에 영향을 주고 있는 점을 볼 때, 검역본부는 수의법의학을 통한 과학적인 증거자료가 동물의 생명권을 보호하고 더 나아가 반사회적 대상 범죄를 예방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도록 더욱 전문적인 조직으로 발전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수의법의학은 동물의 사인을 대신하여 말해주는 학문이고, 전세계적으로 이제 신생되고 있는 학문으로 예산과 새로운 기술 등 일하는 사람의 노력이 많이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만 세상에 꼭 필요한 학문으로 누군가는 해야되는 일이며, 기존에 알고 있던 것을 적용하면서 새로운 기법도 끊임없이 연구되어야 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분야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또한, 혼자서는 할 수 없고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 또는 협력이 필요한 일이다.

실제 한 예를 들자면, 사람부검의도 병리전문의 취득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또는 해외에서 연수로 1~2년 정도는 거친 후 실제 업무에 투입되고 있으며, 국과수 내에서도 여러 분야(법화학, 법공학, 법독성학 등)의 전문가들이 한 사건을 해결하고 있다.

앞으로 사명감이 투철한 많은 수의사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도전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검역본부는 폭증하는 동물보호법 위반 의뢰 건수에 대응하기 위해 동물학대 수의법의검사 관련 인력 보강, 예산 확보, 기자재 확보 등에 끊임없이 노력할 계획이다.

<대한수의사회 및 저자와의 협의에 따라 KVMA 대한수의사회지 ‘동물의료’ 2023년 7월호에 실린 원고를 전재합니다-편집자주>

[칼럼] 국내 반려동물에서의 수의법의검사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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