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엘랑코동물약품㈜ 전략축종사업부
본부장 허재승
지난호에서는 농장동물에서 사용하는 항생제 적용하는 휴약기간이 무엇인지, 휴약기간은 어떤 절차를 거쳐 설정되는지를 소개했다.
이번호는 지금까지 말씀드린 항생제에 대한 갈무리다. 설명이 다소 부족했거나 누락됐던 내용을 보충하고, 시리즈 중간에 독자분들이 보내주신 여러 질문을 중심으로 답변하면서 기고를 마무리한다.
1) 항생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처방하고 복약지도하기
항생제를 효과적으로 처방하기 위해 검토해야 하는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1. 감염 세균 및 항생제 감수성 확인
2. 항생제 선택을 위한 제품정보와 농장상황 확인
(1) 감수성 항생제의 용법, 용량, 투여기간, 투여경로, 병용가능 여부
(2) 농장상황 (제반시설 및 환경, 사양관리능력 등)
(3) 항생제 치료 옵션 및 제반비용 확인
3. 항생제 처방 및 복약지도
농장동물에서는 전문가인 수의사가 단독으로 항생제를 선택·처방하기보다 농장의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고 상의해야 한다.
실제 투약의 대부분은 수의사가 아닌 농장 직원에 의해 실행되며, 항생제와 같은 동물용의약품은 축산물 생산을 위한 비용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항생제 투여나 조치사항을 농장에서 적극적으로 실행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수의사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은 기본적으로 타고났든 개발했든 개인의 말솜씨(?)에 크게 좌우되긴 하지만, 접근 방법을 바꿈으로써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배가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일반적으로 마케팅 측면에서는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음 4가지 성향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① 치료에 관심: 항생제의 치료율이나 적용 방법 및 효과에 가장 먼저 관심을 기울임
② 농장운영 개선효과에 관심: 항생제를 사용했을 때 노동시간 및 업무 프로세스를 얼마나 개선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기울임
③ 재무성과에 관심: 항생제를 사용할 때 들어가는 비용이 어떤 지, 또는 해당 비용을 지불했을 때 얼마나 효과가 나올 것인지(ROI)에 관심을 기울임
④ 감성과 관계에 관심: 해당 항생제를 주변 다른 농장에서도 사용하고 있는지, 또는 해당 항생제를 투약하면서 수의사처럼 전문가와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지와 같은 정서적인 측면에 관심을 기울임
해당 농장주나 직원이 어느 성향에 속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눈치와 경험이 필요하겠지만 이를 파악하게 되면 항생제를 처방하고 효과적으로 적용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농장동물에 대한 투약의 주체는 바로 해당 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농장주와 농장 직원의 성향을 잘 파악해야만 효과적인 처방과 복약지도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과거 필자는 효과는 매우 뛰어나지만 투약하기가 매우 번거로운 항생제를 처방했다가 크게 실패한 적이 있다.
당시 농장주는 앞서 ①번과 동일한 성향이었다. 그 항생제가 비싸면서도 투약하기가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설명한 치료효과에 반해서 적극적으로 사용하겠다고 결정했다.
반면 그 농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앞서 ②번 성향이었다. 농장주가 시간을 내서 투약하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항생제를 투약한 척만 하고 농장 주변에 몰래 버렸던 것이었다.
당연히 목적으로 했던 어떤 세균성질병의 치료가 제대로 됐을 리가 없다. ‘왜 효과없는 항생제를 처방했냐’며 농장주로부터 강한 컴플레인을 들었다.
만약 당시 필자가 농장주의 성향과 실제 투약을 하는 직원들의 성향이 이렇게까지 다른 것을 알았다면 농장주에게 투약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도록 해서 위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경험은 사실 농장동물 수의사 대부분이 한 번쯤 경험해봤을 흔한 얘기다. 항생제를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의 성향을 제대로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었다.
농장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어려움이 있는 분들께서는 앞서 정리한 4가지 성향에 내가 방문하는 농장주와 직원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고, 그 성향에 맞추어서 복약지도를 달리해보는 경험을 한번 가져 보시길 권장한다.
수의학은 분명 과학이며 수의사는 그 과학적인 지식을 함양한 전문가이지만, 농장이라는 현장에서는 인문학적인 요소가 다소 필요하다는 것을 한번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2) 페니실린과 스트렙토마이신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이론적 근거
항생제 병용의 목적은 ①혼합감염 시 중복감염을 줄이기 위해 ②원인을 모르는 중증 감염시 ③항생제 내성발현을 억제 및 지연시키기 위해 ④약물 독성을 줄이기 위해 ⑤병용에 따른 시너지(synergy)로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다.
이때 시너지 효과가 확인되는 항생제 병용은 베타락탐계열(페니실린)과 아미노글리코사이드(스트렙토마이신)의 병용과 설파제와 트리메소프림의 병용이라고 말씀드렸다.
시너지 효과는 항생제를 병용했을 때 항생제를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보다 효과가 뛰어난 것을 의미한다. A항생제 단독투여나 B항생제 단독투여에 비해서 A+B항생제를 병용했을 때 세균감염증을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경우에 시너지 효과라고 지칭할 수 있다.
이러한 시너지효과에서 그 기전이 비교적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페니실린과 스트렙토마이신의 병용이다.
페니실린은 베타락탐계에 속하는 항생제로서 세균의 세포벽 합성을 저해하는데, 세포벽이 와해된 세균은 세포벽이라는 외골격(구조)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어 사멸하게 된다.
다만, 페니실린을 통해서 세균의 세포벽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무너지기 까지는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는데, 페니실린이 세포벽에 작용하는 초기에는 세균의 세포벽은 단지 느슨해지는 정도이다.
한편, 스트렙토마이신은 세균내 단백질합성에 관여하여 세균을 사멸하는데 세포벽이 완벽하게 유지되는 세균에는 흡수가 느린 단점이 있다.
이 두 특징을 조합하면 시너지가 발생한다. 페니실린으로 인해 세균의 세포벽이 느슨해지면 스트렙토마이신이 보다 빠르게 세균내로 침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스트렙토마이신이 보다 신속하게 작용하게 되고, 느슨해진 세포벽과 단백질합성 방해가 시너지를 일으켜서 세균을 보다 효과적으로 사멸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페니실린과 스트렙토마이신은 그 시너지 기전이 밝혀진 병용 방법이지만, 페니실린과 스트렙토마이신을 같이 두면 불활화되어 항생제로서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사람에게 이러한 시너지를 적용할 때는 페니실린을 먼저 주사하고 6~12시간 후에 스트렙토마이신을 주사하는 시간차를 둔다.
하지만, 농장동물에서 이처럼 페니실린과 스트렙토마이신 투여 간격을 띄우면 투약횟수가 늘어나는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좋은 방법이라도 점점 사용하지 않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제약사에서는 한 번에 투약할 수 있도록 페니실린과 스트렙토마이신을 약병에 같이 담아서 한 번에 투약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였다. 이렇게 합제로 만들어진 제품 중 국내에 최초로 출시된 제품은 지금은 단종된 B사의 ‘타도마이오셀’이며 가장 많이 판매되었다고 일컬어지는 제품은 D사의 ‘PPS’이다.
이렇게 제품으로 만들어졌다면 앞서 언급한 페니실린과 스트렙토마이신이 만나서 불활화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회피할 수 있는 어떤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출시되었던 B사의 ‘타도마이오셀’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불활화를 회피하였다. 바로, 하나의 약병내에서 두 항생제가 서로 만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유는 현탁액이다. 일반적으로 물과 기름은 섞일 수 없지만, 우유에서는 유지방이 현탁액상태로 퍼져 있기 때문에 섞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현탁액을 만들면 서로 섞일 수 없는 성분이 마치 섞여 있는듯 보이지만 섞이지 않는 형태이다.
마찬가지로, 현탁액으로 만들기 위해서 스트렙토마이신을 물에 녹이고 페니실린을 레시틴에 각각 녹인다. 레시틴은 대표적인 유화제로서 물에 잘 녹지 못하는 것도 녹아들게 한다. 바로 현탁액으로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별도의 용매에 녹은 두 항생제 성분은 한 약병에 같이 들어있지만 현탁액(제) 상태이기 때문에 바로 접촉하지 못하게 되고, 이로 인해서 두 항생제가 불활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농장동물에 사용하는 페니실린과 스트렙토마이신의 병용은 그 기전뿐만 아니라 투약을 간편히 하기위해 하나의 약제로 만드는 상업화 과정에서도 많은 고민과 노력이 녹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3) 같은 성분의 항생제인데 효과에 차이가 있는 첫번째 이유는 약동학
지금은 다소 완화됐지만 비교적 최근까지 일본에서는 하나의 항생제 성분에 대해서는 하나의 브랜드만 존재했다. 예를 들어, ‘엔로플록사신’이라는 항생제를 주성분으로 하는 항생제는 ‘바이트릴’이라는 브랜드만 있는 것이다.
한편, 미국도 일본과 비슷하지만, 항생제뿐만 아니라 소염제나 호르몬제와 같은 동물용의약품도 하나의 성분에 대해서는 하나의 브랜드가 있는 경향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과 매우 다른데, 예를 들어 ‘툴라스로마이신’이라는 항생제를 주성분으로 하는 Z사 제품의 특허가 만료된 이후 10개 이상의 국내회사에서 거의 동시에 ‘툴라스로마이신’을 주성분으로 하는 항생제가 허가되어 경쟁적인 판매가 이루어졌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일본과 미국과는 어떤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 것일까?
국내에서 동물용의약품에 대한 제조 또는 수입을 허가 받기 위해서는 이를 주관하는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다음에 해당하는 서류를 근거로 제출해야 한다.
(가) 해당 품목의 제품명, 원료약품의 분량, 성상·제조방법, 효능·효과, 용법·용량, 포장단위, 저장방법, 유효기간, 주의사항, 시험기준 및 시험방법에 관한 서류
(나) 해당 품목의 안전성 및 유효성의 심사에 필요한 서류
(다) 해당 품목의 제조공정에 관한 서류
(라) 이미 허가를 받은 품목과 제형이 다르거나 제조시설·실험시설 또는 시험기구가 다른 경우에는 그 시설내역 및 시험 기구에 관한 서류
이와 같은 서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많은 실험을 진행해야 한다. 특히 약품의 효과(유효성)와 안전성(독성)에 대한 실험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때문에 소위 오리지널로 불리는 신약은 그 최초의 등록 과정이 매우 더디며 비용도 많이 들이게 된다.
하지만 신약(새로운 성분 및 제형)과는 달리 기존에 등록된 제품이거나 등록된 다른 제품과 원료 약품 및 분량, 성상 및 제형, 효능과 효과, 용법 및 용량, 주의사항과 같은 주요 내용이 동일한 제품에 대해 허가를 신청할 경우는 안전성·유효성 심사가 인정되어 이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요컨대 주성분을 동일하게 하고 주요 사항을 기존 오리지널의 허가사항과 동일하게 맞추면 제네릭(복제약)으로 인정되어 오리지널 제품에 비해서 허가시간이 단축되고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눈치 빠른 독자분들께서는 이미 감을 잡으셨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제네릭에 안정성 및 유효성에 대한 면제를 해주기 때문에 일본이나 미국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물론 산업적인 측면이나 효율적인 측면에서 이렇게 제네릭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으면, 오리지널에 대한 특허가 만료된 후에 같은 성분의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어 소위 약값이 저렴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제네릭에 대한 약효(유효성)가 오리지널과 ‘같은 성분’을 사용했기 때문에 똑같을 수 있다는 데에는 상황적 증거 외에는 없다는 점을 절차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플로르페니콜’이라는 항생제가 있다. 이를 주성분으로 해서 국내에 출시된 제품은 정말 수십개가 있다. 국내 동물용의약품 제조사는 ‘플로르페니콜’이라는 항생제 주성분(원료)을 대부분 중국 또는 인도에서 수입하여 완제품을 제조한다.
최근 중국 쪽에서 ‘플로르페니콜’의 원료가격이 급등해 최저가와 최고가 원료의 가격차가 많이 줄어든 측면이 있지만 불과 21년 상반기만 하더라도 최저가와 최고가 원료가격에 거의 10배나 차이가 있었다.
분명히 동일하게 ‘플로르페니콜 99%’라고 표기되는 원료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은 kg당 22달러인 원료가 있는가 하면 다른 어떤 것은 kg당 210달러인 원료도 있다. 이렇게 동일한 성분으로 표기되는 원료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아래 그래프는 Journal of Veterinary Pharmacological Therapeutics에 게재된 약동학 그래프다. 모두 동일하게 OOO을 주성분으로 하는 항생제이다. 약병내 주성분의 함량은 모두 동일하게 10%이며, 동일한 양을 투여하였다.
이 그래프가 보여주는 부분은 매우 명확하다. 모두 동일한 성분으로 표기된 항생제임에도 불구하고 약동학에서 이렇게 심각할 정도의 차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동물용의약품을 허가하는 FDA는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약동학적 평가항목이 통계학적으로 동등하다고 평가되는 경우에만 제네릭을 허가한다. 이를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라고 한다.
앞서 약동학 그래프에서 보듯이 아무리 동일한 성분이라고 표기한 항생제라고 하더라도 원료에서부터 또는 그 제조과정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오리지널과 제네릭이 최소한 거의 유사한 약동학적 결과를 가지는 경우에만 서로 유사한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FDA는 제네릭 허가에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요구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항생제는 약동학과 약력학의 조합으로 효과를 나타낸다. 그러므로 같은 성분이라고 하더라도 흡수 및 체내분포와 같은 약동학에서 차이를 보인다면 동일한 작용을 한다고 가정하기 어렵다. 이처럼 약동학적인 차이는 동일한 성분의 항생제라도 효과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하는 기초자료가 된다.
[농장동물에서 사용하는 항생제의 이해]를 정리하며
지금까지 총 10편의 원고를 통해 농장동물에 사용하는 항생제의 일반적인 특성에 대해서 말씀드렸다.
다시 첫번째 원고에서 말씀드린 내용으로 돌아가면, 모든 항생제 성분에 대해 수의사처방제가 실시되면서 수의사는 항생제를 단순히 판매·투약하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보건 측면에서 농장동물에서 사용되는 항생제를 관리감독하는 법적 지위와 책임을 동시에 지니게 됐다.
지금까지 항생제 공부를 다시 시작하시려는 수의사분들께 도움을 드리고자 가장 기초적인 개념에서부터 축산 내 항생제 내성 문제, 그리고 처방 가이드라인 등등 관련내용을 총 6회+α로 연재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하였으며, 본편을 포함하여 총 10편의 원고를 통해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
아무쪼록 필자와 함께하는 항생제 여행이 즐거우셨기를 바라며 진행간 다소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언젠가 다른 수의사 분께서 등판해 보다 쉽고 명확하게 정리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까지 많은 관심을 보여주신 모든 수의사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기회가 된다면 다른 내용으로 찾아 뵙고 다시 인사를 올리도록 하겠다.
<대한수의사회 및 저자와의 협의에 따라 KVMA 대한수의사회지 2021년 8월호부터 2022년 5월호까지 게재된 원고를 전재합니다 –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