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프랑스 고병원성 AI 백신 정책으로 보는 재조합 벡터 백신 도입 검토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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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수의사

한국가금수의사회

국내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에 대한 관심은 20-21년 108건이 발생하여 약 3천만수의 가금류를 살처분했던 시기보다 상당히 낮아져 있다. 발생건수 역시 23년 9월부터 현재까지 28건에 그치고 있으며 대규모 유행보다 산발적 발생 형태를 띄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최근 HPAI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HPAI가 텍사스와 캔자스의 젖소, 미네소타의 산양 농장으로 확산됐다. 발열, 식욕 감소 등의 증상을 유발하는 첫 Bovine Influenza A virus 발생 사례로 보고 있다.

21년부터 23년까지 HPAI 발생에 대한 방역 정책으로 약 3천만 수의 가금류를 살처분한 프랑스는 23년 10월 2일 EU 국가 중 처음으로 약 2,700개 농장의 오리 6,400만수를 대상으로 HPAI 백신의 접종을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 오리 집중 사육 지역에 baculovirus expression system으로 제조된 H5 항원을 포함한 subunit 백신(Volvac B.E.S.T. AI+ND, Boehringer Ingelheim)이 도입됐다. 예상되었던 대로 미국과 일본 등은 백신 접종 개체에서 초기 HPAI 바이러스의 감염 여부 확인이 불가능 하다는 사유로 프랑스산 가금육의 수입을 중단하였다.

통상적으로 예상되는 바이러스 변이와 같은 HPAI 백신 정책이 불러올 부작용의 위험성 우려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HPAI 백신정책은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2024년 4월 워싱턴에서 프랑스의 CVO(chief veterinary officer)인 에마뉘엘 수베항이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프랑스의 HPAI 발생건수는 총 10건이다. 전년 동기 402건에 비해 98%나 감소했다. 프랑스 오리 농가의 대부분이 위치해 있는 남서부와 북서부 지역은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의 HPAI 청정 지역 지위를 회복했다.

프랑스는 이번 백신 정책에 약 9천만유로(한화 약 1,300억원)의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했다. 하지만 이는 프랑스 정부가 지난해 HPAI 발생으로 살처분 등에 투입한 비용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 수베항의 지적이다.

(에마뉘엘 수베항은 지난 5월 세계동물보건기구의 신임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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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프랑스의 단기적인 성공사례로 인하여 HPAI 방역 정책을 백신으로 선회하고자 하는 선진국들이 다수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네덜란드는 현재 닭에게 Herpesvirus of turkey vector를 이용한 재조합(recombinant HVT, rHVT) 백신(Vaxxitek H5, Boehringer Ingelheim)을 1차 접종한 후 3개월 후 프랑스에서 이용한 subunit 백신으로 2차 접종을 하는 백신 프로그램의 야외 실험을 진행 중이다.

유럽의약품기구(EMA)의 동물용의약품위원회(Committee for Veterinary Medicinal Products, CVMP)는 ND와 AI, 두개의 항원이 포함된 rHVT 3가 백신(INNOVAX-ND-H5, MSD animal health)의 제한적 사용 승인을 앞두고 있다.

5월 2일 미국의 USDA는 최근 북미에서 유행하는 clade 2.3.4.4b HPAI 바이러스 분리주 A/turkey/Indiana/22-003707-003/2022 H5N1에 대한 두 rHVT HPAI 백신의 효능시험 결과를 공개하였다.

두 rHVT 백신은 각각 clade 2.2 유래 바이러스의 HA 유전자 (Vectormune HVT AIV, Ceva Animal Health LLC, Lenexa, KS)와 computationally optimized broadly reactive antigen(COBRA) 방식으로 디자인된 HA 유전자(Vaxxitek HVT+IBD+H5, Boehringer-Ingelheim Animal Health USA, Ridgefield, CT)를 삽입하여 제조됐다. 공격접종 바이러스 항원과의 아미노산 서열 유의성은 2.2-HVT가 91.2%, COBRA-HVT가 91.7%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SPF 화이트레그혼(WL)과 실용육계(CB)에 1일령 피하접종 한 후 4주령에 A/turkey/Indiana/22-003707-003/2022 H5N1 분리 주를 intrachoanal 경로를 통해 6.7log10 EID50 공격접종했다.

공격접종 후 2, 4, 7일째에 인후두 및 항문 스왑을, 공격접종 후 7, 10, 14일째에 채혈을 통해 바이러스 배설 및 항체 형성 여부를 테스트하였다.

실험 결과 COBRA-HVT 접종군은 100% 생존하였으며, 2.2-HVT 접종군은 화이트 레그혼 94.8%, 실용육계 90%의 생존율로 공격접종으로부터 높은 방어능력을 보였다.

바이러스 배설 여부 확인 실험 결과 역시 두 백신이 유사한 효과를 보였다. 공격접종 후 7일에 분변으로 배설되는 바이러스의 양은 0.5 log10 EID50/ml 이하로 Germeraad 등이 진행한 meta-analysis를 통해 밝혀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닭이 배설하는 바이러스 수준보다 현저하게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Vectomune HVT AIV, Vaxxitek HVT+IBD+H5 접종 실험의 바이러스 배출량 실험 결과, 출처 USDA
축종별 HPAI 감염 시 바이러스 배출량
출처: Germeraad et al, viruses, Jul 2019

이와 같이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HPAI 백신 도입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 대부분의 HPAI 백신 연구와 필드 적용을 위한 테스트는 rHVT 백신을 사용하는 것으로 진행되는 추세다.

프랑스가 2023년 백신정책을 통해 공급한 백신은 baculovirus expressed subunit 백신이지만 이는 프랑스 정부가 백신 접종 사업을 오리 농가를 대상으로 진행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일부 rHVT HPAI 백신이 오리를 대상으로 한 접종실험결과를 보유하고는 있지만, 2023년까지 오리를 대상으로 한 rHVT 백신의 사용허가는 내려지지 않았다.

선진국에서 rHVT 백신을 HPAI 백신 후보 중 가장 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이유는 rHVT 백신의 다양한 장점에 기인한다.

HVT는 1960년대 후반에 칠면조에서 처음 분리된 병원성이 없는 바이러스다. 마렉병바이러스(Marek’s disease virus, MDV) 혈청형 3(MDV-3)으로 분류되며, 병원성 마렉병바이러스(MDV-1)와 혈청학적 및 유전적으로 유사하여(Gibbs et al., 1984; Kawamura et al., 1969) 1세대 마렉병 백신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야외 유행하는 마렉병바이러스의 병원성이 증가하여 Rispens CVI988이 백신주로 사용되는 오늘날에는 마렉병의 방어목적보다 다양한 백신의 vector로서 갖는 장점들이 더 부각되고 있다.

HVT 유전체는 약 160kbp 크기의 선형 이중 가닥 DNA로 구성되어 있는데(Afonso et al., 2001) 외부 유전자를 삽입할 수 있는 20개 이상의 비필수 영역을 가지고 있어 multivalent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vector로서 잠재력이 매우 높다. 다국적 동물용의약품 기업들은 HVT-ND-IBD, HVT-IBD-ILT 등의 3가백신들을 이미 개발 완료한 상황이다(Liu et al., 2016).

HVT vector의 다양한 insert site, 출처 : Zai et al, Frontiers in microbiology, May 2022

백신의 효능적인 측면에서 볼 때 rHVT 백신은 더 큰 장점을 갖고 있다.

rHVT 백신은cell-binding virus인 HVT를 vector로 사용함으로 인하여 백신 접종 후 평생 동안 바이러스를 보유할 수 있고, 세포 면역과 체액성 면역을 모두 유도할 수 있으며, 단독 접종을 통해 높은 titer의 항체 역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Witter and Burmester, 1979).

이는 기존의 생독백신과 사독백신의 장점은 모두 취하면서 단점은 극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rHVT-AI 백신은 AI virus의 HA 항원만을 접종하기 때문에, 일부 subunit vaccine들의 장점인 백신주와 야외주의 구분 역시 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USDA의 실험에서는 ELLA-NI(Enzyme-linked lectin assay -Neuraminidase inhibition) 방법을 권장하고 있다.

ELLA-NI 실험방법, 출처: Animal influenza virus methods and protocol

기존 백신들이 가진 또 하나의 큰 단점은 모체이행항체의 간섭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종계의 면역이 잘 관리되어 높은 수준의 모체이행항체가 후대 병아리로 이행된다는 것은 후대 계군의 질병 방어에 있어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높은 모체이행항체의 수준은 어린 일령에 접종하는 1차 백신 바이러스 주를 불활화시킬 가능성이 높아 이를 고려한 백신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하며, 질병에 취약한 시기(immunity cap)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IBD 백신 프로그램을 통해 쉽게 알 수 있으며, IBD를 방어하는데 있어 모체이행항체를 극복하는 점은 매우 큰 장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다국적 기업에서는 rHVT 백신의 개발 당시 insert로 IBD를 높은 우선 순위에 두었으며 많은 제품이 이미 상용화되어 있다.

IBD 백신 프로그램에서 rHVT 백신의 모체이행항체 극복 도식화 자료, 출처 Boehringer Ingelheim
사용 가능한 H5 live vector 백신 리스트, 출처: Nielson et al, Scientific Opinion, Sep, 2023
HPAI 백신 종류별 특징, 출처: Boehringer Ingelhe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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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많은 장점이 있으며 차세대 백신으로 주목받고 있는 rHVT 백신이지만, 국내에서는 현재 HVT-IBD 1종만이 허가되어 있으며, 실제 사용량도 저조한 상황이다.

이는 뉴캣슬병의 근절, GMO 관련 사항, 제품 등록의 난해함, IBD 백신 정부지원 사업, in-ovo 백신 방법의 도입이 선행되어야 하는 등의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HPAI 백신이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잡을 경우 국내에서도 HPAI 백신 도입을 고려해야 할 상황이 도래할 것이며 이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백신은 rHVT-AI 백신일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도 USDA의 연구와 같은 필드 적용 실험을 선제적으로 진행해 두어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본 칼럼은 저자 및 대한수의사회 학술홍보위원회 협의를 거쳐 대한수의사회지 월간 동물의료 2024년 7월호에 게재된 기고문을 전재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편집자주>

[칼럼] 프랑스 고병원성 AI 백신 정책으로 보는 재조합 벡터 백신 도입 검토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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