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로펌] 민사소송절차에서의 감정(鑑定)에 관하여

기존 의료감정상의 문제점 검토를 통한 수의료감정원 설립에 참고할 사항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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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소송절차에서의 감정(鑑定)에 관하여> 변호사·수의사 김성철

최근 동물병원에서 수의료사고와 관련한 분쟁이 급증하는 추세에 발맞추어 올해 초 서울특별시수의사회는 소속 수의사들의 수의료분쟁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수의감정 업무 담당 위원회를 구성하고 나아가 정식 기구인 ‘수의료감정원(가칭)’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필자도 수의료소송에서 주로 동물병원이나 수의사를 변호하는 대리인의 입장에 서게 됩니다만, 수의료소송은 일반적인 의료소송과 달리 법원에서 감정제도를 운영하고 있지 않아 소송을 수행하는 데에 있어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수의료소송에서의 감정을 담당하는 기관 설립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던 상황에서 이번 발표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즈음하여 이번 칼럼에서는 민사소송절차에서의 감정(鑑定)에 관하여 간단히 살펴보고 수의료감정원 설립에 참고할 사항을 제언하고자 합니다. 수의료소송과 유사하다고 판단되는 의료소송에서의 감정을 위주로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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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서는 형사소송, 민사소송, 행정소송, 가사소송 등 다양한 형태의 소송이 벌어집니다.

가장 주류를 이루는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의 절차를 비교하여 볼 때, 형사소송의 과정에서 법원은 당사자의 주장이나 입증과 관계없이 실체진실이 무엇인지를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민사소송에 있어서 법원은 실체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주장한 사실과 제출한 증거에 기초해서 판단하게 됩니다.

구체적으로 증거에 기반하여 사건의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그와 같이 확정된 사실관계에 법률 내지 법리를 적용하여 판결을 내리게 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민사소송에서 법원은 필연적으로 당사자가 제출한 증거를 조사하게 됩니다. 증인신문, 감정, 서증, 검증, 당사자신문 등이 대표적인 증거조사 방법입니다.

특히 의료사고와 관련된 분쟁에 있어 피해자인 환자 측에서는 의료진의 과실을 입증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데, 그와 같은 입증에 있어서 ‘감정’은 매우 중요하며, 가장 많이 사용되는 증거조사 방법입니다.

감정(鑑定)이란 법관이 재판에 있어서 판단에 도움을 받기 위하여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하는 증거조사 방법입니다.

소송에 있어 최종적인 판단은 법관의 몫이기 때문에 법관은 모든 사실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하지만, 법관의 경험과 지식으로 모든 사실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에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므로 재판 과정에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게 특정 사안에 관한 그의 의견이나 지식을 보고하도록 하여 판결을 내리는 데에 참고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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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법원으로부터 감정을 명령받은 사람을 ‘감정인’이라 합니다. 법원은 감정인에게 지정된 신문기일에 출석하도록 하고, 허위 감정 시에 법률에 의해 처벌을 받겠다는 내용의 감정인 선서를 하게 한 후, 감정사항을 정하여 감정을 명하고, 그 결과를 구두 혹은 서면으로 진술시키게 됩니다.

하지만 의료감정의 경우 의사들이 감정을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감정료도 낮고 업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보니 실무에서는 의료감정인을 따로 선임하기 어려워 통상 대학병원, 대한의사협회,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에 감정촉탁을 하고 있습니다. 법원에서도 당사자가 감정신청을 하더라도 감정촉탁신청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감정촉탁(囑託)’이란 법원이 감정인 개인에게 감정을 의뢰하는 것이 아닌 대학병원과 같은 단체에 대하여 감정을 위촉하는 것을 말합니다.

감정촉탁에서는 감정인 선서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감정을 진행하는 대학병원 등 기관에 소속된 의사의 입장에서는 감정인 선서에 따른 잠재적인 처벌의 위험성 없이 감정을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실무상 대부분의 의료감정은 감정촉탁의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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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적으로 의료소송에서의 감정은 크게 환자에 대한 ‘신체감정’과 의료진이 환자의 치료과정에서 작성한 진료기록부를 대상으로 한 ‘진료기록감정’으로 나누어집니다.

우선 감정인은 환자가 사망한 경우가 아닌 한 ‘신체감정’을 진행하게 됩니다. 현재의 신체장애의 부위 및 정도, 기왕증, 노동능력 상실률, 개호인의 필요 여부 및 정도, 향후치료비, 여명 등을 확정하기 위해서죠.

또한 ‘진료기록감정’도 진행합니다. 진료기록부 등을 근거로 환자의 상태가 어떠하였는지, 의료진이 어떠한 조치를 하였는지 등을 감정인에게 질문하여, 구체적인 상황에서 환자를 진료한 의사의 진료행위가 적절하였는지의 여부에 대한 판단을 구하는 절차입니다.

이와 같은 진료기록감정에 있어서 감정의 대상이 되는 진료기록부가 부실하게 작성되었다면 그 불이익은 오롯이 의사에게 가게 됩니다. 그러므로 의사는 환자에 대한 진료 및 수술 등에 있어서 가능한 한 자세히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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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소송의 진행에 있어서 신체감정 및 진료기록감정이 완료되면, 그 감정결과가 법원에 회신되는데, 감정결과의 채택여부는 법관의 자유로운 심증에 달려있어 법관은 원칙적으로 감정결과에 구속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의료분야는 다른 분야와 비교하여 특별히 더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인 까닭에 의료사건에 있어 전문가인 의사의 감정 없이는 의사의 과실 유무에 대하여 판정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의료소송에서는 감정결과가 법관의 심증을 굳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감정결과에 따라 판결이 내려지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면 감정결과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할 필요성이 더욱 큽니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감정을 진행하는 감정의들의 소송에서 피고의 지위에 있는 의사에게 유리한 감정 의견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합니다.

필자도 다수의 의료소송을 수행한 경험이 있는데요, 주로 의사 측에 유리한 감정 의견이 내려지는 현실에서 일반 환자가 의료기관이나 의사를 상대로 의료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점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의료감정을 담당하는 의료기관이나 감정의가 편향적인 감정을 내리는 관행은 단순한 ‘제 식구 감싸기’를 넘어 ‘카르텔’로 지적받을 여지마저 있습니다.

상기와 같은 의료계의 문제점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는다면, 수의료분쟁 대응을 지원하기 위하여 설립될 가칭 수의료감정원에게는 수의료감정의 절차에 있어서 감정결과의 객관성 및 공정성을 확보할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의료감정원 내부적으로 법원에서 특정 사건에 대한 감정이 의뢰되었을 시에 1인의 소속 수의사 내지 전문가가 감정을 진행하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는 의료인 2인, 법조인 2인, 소비자 권익에 관한 학식과 경험을 가진 자 1인 등 총 5인으로 의료사고감정단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다수가 감정에 참여함으로써 특정인의 편향된 견해가 감정의 결과로 채택되는 문제점을 구조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장치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처럼 다수의 감정의원으로 감정단을 구성하는 방식은 인력 구성에 따른 비용이 상승될 소지가 있어 실현 가능성이 낮을 수 있다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긴 합니다.

그러나 이는 운영상의 문제인만큼 수의사회나 관계 정부기관, 이해관계인으로부터 의견을 모아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헤리티지로펌] 민사소송절차에서의 감정(鑑定)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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