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염소산업이 성장하면서 염소 진료에 대한 수의사들의 관심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동물내과학을 전공하고 현재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수의과대학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염소의 호흡기 및 기타질병 백신과 첨가제의 면역기전을 연구하고 있는 채정병 박사의 ‘염소 AtoZ’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 편집자주>
아이오와주립대 수의과대학
채정병 박사
국내 염소 산업의 중요성
한국의 주요 가축은 소·돼지·닭이 대표적이지만, 최근 가장 두드러진 성장을 보이는 가축 산업은 바로 염소다.
2010년 약 24만 3천520마리였던 국내 염소의 수는 2022년에 이르러 약 43만 2천765마리로 증가했다. 불과 12년 만에 거의 두 배 가까운 성장을 기록했다.
염소 산업의 경제적 생산액 역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에는 758억 원이었던 산업 생산액은 2021년 1,775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성장은 단순히 전통적인 약재로서의 소비에만 기인한 것이 아니라, 최근 염소고기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산업 확장이 촉진된 결과다.
특히 염소고기의 수입량도 이에 비례하여 증가했다. 2021년 2,027톤이었던 염소고기 수입량은 2022년에는 3,430톤으로 급증하며, 국내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염소는 가축질병 전파의 측면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염소는 제1종 가축전염병인 구제역과 같은 질병뿐만 아니라, 가성우역(Peste des Petits Ruminants)과 같은 해외 유입 전염병을 전파할 위험성이 높은 가축이다.
더 나아가 염소는 인수공통전염병의 주요 매개체 중 하나다. 큐열(Coxiella burnetii)을 통해 사람에게도 유산, 사산, 불임 등의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2021년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염소 농가 종사자들 중 급성 큐열에 감염된 비율은 15.3%였으며, 만성 큐열 감염 비율은 37.3%에 이르렀다. 이는 소 등 다른 축종을 다루는 농가의 감염율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수치로, 염소 사육과 관련된 공중보건 문제의 심각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처럼 염소는 산업의 빠른 성장과 함께 질병관리 및 공중보건 측면에서도 중요한 가축으로 부각되고 있다.
염소 사육방식의 변화와 문제점
염소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사육 방식 역시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주로 자연 방목 형태로 염소를 사육했다면, 최근에는 집약적 사육 방식으로 전환됐다.
농가들은 상업적으로 생산된 사료를 사용해 영양소를 공급하고, 번식 관리를 위해 다수의 암컷과 1~2마리의 수컷을 배치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사육방식은 생산성 향상에는 기여했지만 새로운 문제들도 야기하고 있다.
무계획적인 외래 육용종과 유용종의 교배는 근친교배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됐다. 한정된 공간에서 특정 수컷과의 자연 교배가 지속되면서 유전적 다양이 감소하고, 이는 염소의 질병 저항성을 저하시킨다.
기존에 질병에 강하다고 여겨졌던 염소들이 근친교배와 밀집 사육으로 인해 점점 더 질병에 취약해지고 있다.
특히 염소들을 밀집사육하다 보니 호흡기·소화기 질환 발생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하지만 그에 비해 국내에서 염소에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는 매우 제한적이다. 흔들이병 치료제와 콕시듐 치료제는 염소에 공식적으로 허가된 몇 안 되는 약제들이다. 염소 사육 농가들이 사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거의 없다(그림1).
때문에 많은 농가들은 다른 축종, 특히 소나 돼지에 허가받은 의약품을 염소에 사용하고 있다. 수의사들도 다양한 축종용 의약품을 조합해 염소질병에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염소 전용 약물 개발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은 염소 질병관리에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해외 사례 및 국내 대응
미국에서도 염소 사육두수는 지난 10년 동안 약 60% 이상 증가했다. 염소 산업의 빠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에서도 염소 전용 약물 개발은 소, 돼지, 닭 등 주요 축종에 비해 소극적인 상태다.
그림2는 2007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에서 사육되는 다양한 가축들의 사육두수 변화를 보여주는데, 염소 사육두수가 다른 축종에 비해 가장 크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염소 전용 약물 개발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미국에서는 기존에 다른 축종을 위해 개발된 항생제, 백신, 사료 보조제 등을 염소 사육과 질병관리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의 상황도 미국과 비슷하다. 염소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염소 전용 약제 개발은 여전히 지연되고 있다.
염소 산업은 아직 주요 축종인 소·돼지·닭에 비해 작은 규모라 제약사들이 염소 약물 개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염소 산업의 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사육 가이드라인 개발, 품종 개량, 축산 시설 개선, 그리고 성장 단계별 영양학적 관리 등 염소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수의학 분야에서도 염소 전용 약물 및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현재 사용되고 있는 타축종용 의약품을 염소에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통합적인 접근은 염소 사육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고, 나아가 관련 산업의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참고문헌
1) 기타가축통계, 농림축산식품부.
2) 질병관리청. (2021). 염소 농가 종사자 대상 큐열 혈청유병률 조사.
3) 임현술. (2008). 인수공통전염병 위험군의 감염실태 조사: A Survey on the Status of Zoonoses at Risk Population. 동국대학교 산학협력단
4) 고려bnp 제품소개(http://www.kbnp.co.kr).
5) the Census of Agriculture Sheep and Goats NASS reports comparing livestock populations percent growth and change (USDA,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