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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고민하는 수의 윤리(23) : 반려동물 건강정보와 수의사-고객-환자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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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설아 수의사·수의학박사

서울대 수의대 수의인문사회학실

[사례]

#1 반복되는 고열과 떨림(shivering), 간헐적 혈뇨를 주증상으로 보이는 푸들과 보호자 A씨가 내원했다. ‘신우신염’일 것이라 확신하고 동물병원을 찾은 A씨는, 본인이 예전에 키웠던 개가 신우신염을 앓았던 적이 있어 혹시나 싶던 차에, 유튜브에서 비슷한 사례를 보고 바로 병원으로 달려왔다고 한다.

당신은 푸들의 상태와 기타 병력청취 내용을 종합해봤을 때, 당초 A씨가 생각했던 질병과 증상은 비슷하지만 원인과 치료법이 전혀 다른 면역매개질환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설명하며 추가 검사를 제안했으나, 보호자는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2. 보호자 B씨가 어느 날 병원에서 사용하는 마취제가 어떤 종류인지 물어본다. 이유를 물었더니 본인 반려견의 품종 때문에 특정 마취제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반드시 조심해줄 것을 당부한다.

당신은 그러한 금기 사항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었고, 이 내용에 대한 과학적 정보와 사례를 찾아보던 중 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 속설이 퍼지고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갑작스러운 통증을 느끼거나 이상 증상을 경험할 때, 병원에 가기보다 먼저 인터넷을 검색해본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혹은 특별한 이상이 없더라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건강이나 의료 정보를 습득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은 반려동물의 건강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유익한 정보는 동물들을 돌보는데 적절한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잘못된 지식과 맹신은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하기도 하며, 이는 환자와 고객, 그리고 수의사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본 칼럼에서는 반려동물 건강정보와 관련된 윤리적 측면을 논하고자 한다.

*   *   *   *

건강정보 탐색 행동(이하 건강정보행동; health information seeking behavior)은 개인의 건강 상태나 건강 증진 활동, 질병에 대한 위험 등의 정보를 얻는 방식을 말한다.

반려동물 건강정보행동은 반려동물의 건강 문제에 대응하여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위한 보호자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이는 동물의 건강이나 의료와 관련된 의사 결정의 한 요소로 적용될 수 있다.1)

반려동물 보호자가 반려동물 건강 관리에 효과적으로 참여하려면 관련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과 함께 해당 정보를 이해하고, 소통하고,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즉, 반려동물 건강정보행동은 보호자의 ‘건강 문해력’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헬스 리터러시(health literacy)라고도 하는 건강 문해력은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이다. 수많은 건강 정보 중 적합하고 신뢰성 있는 정보를 선별하여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 기구와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건강 문해력 향상을 국가 보건 정책의 주요 의제로 채택하고 있다. 건강 문해력에는 연령, 교육 수준, 언어 능력, 질병 경험, 국가 의료 제도나 시스템, 인터넷 사용 환경 등 개인 및 사회적 요인이 모두 영향을 미친다.2)

일례로 인터넷 접근성이 세계적으로 높은 한국의 경우, 2023년 기준 99.7%의 가정 내 인터넷 보급률과 94%의 인터넷 이용률(조사일 기준 지난 한달간 인터넷 이용 여부)을 보이고 있다.3)

이는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해 한 주의 날씨나 근처 식당의 별점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학술적인 전문 지식을 얻는 것까지 어렵지 않게 이루어지는 일상을 반영한다.

하지만 온라인 상의 모든 정보에 대한 정확성이나 신뢰도를 평가하고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환경은 개인이 접하는 건강이나 의료 정보의 양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수는 있지만, 올바르지 못한 정보나 지식에 대한 접근은 오히려 건강 문해력을 저하시키고 건강정보행동의 질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반려동물 건강정보행동은 보호자-동물 관계와 보호자-수의사 관계 모두와 연결된다.

특히 온라인 건강 정보를 통해 환자 치료에 대한 보호자의 지식과 이해도가 향상되어 수의사와의 상담 시 도움이 되거나, 동물을 적절한 시점에 병원에 데려올 수 있게 하고, 진단 및 치료법에 대한 수용도를 높일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정보의 잘못된 해석과 같은 잠재적으로 부정적인 측면도 강조된다. 꼭 필요한 치료임에도 병원 방문을 미루거나 수의사의 진단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수의사의 의사결정 과정뿐만 아니라 고객과 수의사 간의 관계, 그리고 동물 환자의 복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4)

Solhjoo 외 연구진들은 선행연구들에 대한 메타분석과 이론 적용을 통해 반려동물 보호자의 건강정보행동에 대한 (수의사) 개입 모델을 제시했다[그림1].5) 

이 모식도는 보호자의 배경, 즉 인구통계적 특성, 건강 문해력, 건강관리 경험, 온라인 건강정보행동이나 보호자-반려동물 관계를 기반으로 탐색되는 정보와 지식들이 보호자와 수의사 간에 어떤 교류와 소통(혹은 개입)이 이루어지는지에 따라 다르게 평가 및 적용되고, 이에 따라 동물의 건강 상태에 대한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나타낸다. 또한 이러한 결과가 추후 보호자의 건강정보행동에 다시금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보호자와 수의사가 갖고 있는 건강정보행동에 대한 태도와 인식의 차이가 너무 크거나, 보호자의 건강정보행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수의사들의 효과적인 개입이나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림 1. 반려동물 보호자 건강정보행동 (수의사) 개입 모델(Solhjoo et al. 2018)

수의사들은 보호자들의 건강정보행동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있을까?

덴마크와 영국, 오스트리아 3개국의 수의사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전문적 의견이나 조언에 대해 온라인에서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보호자들이 의문을 제기하는 경험을 종종 한다는 응답은 모든 국가의 응답자들 사이에서 70-80%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온라인 정보의 이용이 보호자들의 의료적 기대를 높이고 최신 진단이나 치료에 대한 수용도를 높이는 것과 동시에, 수의사들이 진단이나 치료 단계를 정당화하기 위해 더 노력하게 만든다고 보았다.6)

흥미롭게도 세 나라 모두에서 젊은 수의사들일수록 보호자들의 온라인 건강정보행동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될 수 있다. 우선 고객은 나이가 많고 경험이 많은 수의사보다 젊은 수의사에게 더 자주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젊고 경험이 적은 수의사는 강한 의견을 가진 보호자에게 맞서 자신의 의견을 정당화해야 한다는 생각에 더 불안감을 느끼는 반면, 경험이 많은 수의사의 경우 스트레스와 불안을 덜 느끼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한편, 호주의 수의사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는 보호자들이 인터넷 상에서 얻은 건강 정보의 일부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그럼에도 온라인 정보에 대한 신뢰도는 높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즉, 잘못된 정보를 믿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보호자의 반려동물 건강정보행동의 영향에 대해서는 부정적, 긍정적 인식이 혼합된 양상을 보이기는 하지만, 수의사와 고객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여기는 응답자들이 과반수 이상(56.5% cf.긍정적 영향 33%)이었다.

동물의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이 거의 절반(47% cf.긍정적 영향 37.7%)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더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7)

반면,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경우 평균 약 65%의 응답자들이 온라인 정보들이 유익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답변했는데, 이는 수의사와의 면담 내용을 더 잘 이해하고 본인의 결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들 덴마크와 영국, 오스트리아 응답자들의 정보 검색 빈도는 병원 방문 후보다 방문 전이 훨씬 높았는데, 이는 동물의 상태나 증상이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인지 아닌지를 찾아보기 위한 것이 온라인 정보 검색의 중요한 이유라는 것을 나타낸다.

또한 젊은 보호자일수록, 그리고 애착도가 높은 보호자일수록 온라인으로 건강정보를 찾아보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이는 세대가 지나면서 점점 더 인터넷 사용에 익숙해지고, 반려동물 대한 애정이나 책임 의식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더 많은 보호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건강정보행동을 수행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영국의 개, 고양이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에서, 보호자들의 주요 동물 건강정보 출처는 ‘인터넷’이었으며, ‘수의사’라는 응답은 두번째로 높았다.

한편, 가장 신뢰하는 정보 출처는 ‘수의사’였고 그 다음은 ‘비슷한 문제를 경험한 다른 반려동물 보호자나 가족, 친구’였다.

보호자들이 온라인 정보를 찾아보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히 궁금해서’(55.7%), 그 다음으로 ‘동물병원에 가야 할지 말지를 정하기 위해서’(46.8%), ‘수의사가 제공하는 정보를 좀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42%)였다. 반면 ‘수의사가 제공한 정보에 동의하지 못해서’(4%)나, ‘신뢰할 수 없어서’(2.3%)라는 이유는 가장 낮게 나타났다.8) 

한국의 경우에도, 반려동물 양육이나 건강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보호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정보수집 채널은 ‘인터넷·모바일 포털 검색’ (50.9%)이었고, ‘커뮤니티나 카페, 블로그 자료’ (36.9%), ‘유튜브’ (34.6%), ‘가족, 친구, 지인’ (24.2%)이 뒤를 이었다. 상위에 위치한 정보수집방식은 모두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동물병원에서 직접 확인’은 21.4%에 불과했으나, 국내 응답자들 역시 동물병원을 가장 신뢰하는 정보 채널로 꼽았다.9)

    

온라인을 통한 반려동물 정보검색의 빈도와 그 영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수의사가 제공하는 정보에 보호자들이 가장 높은 신뢰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수의사의 전문성과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동물의 건강과 의료 정보에 있어서의 수의사 역할은 건강정보 감시자와 교육자를 넘어 생산자까지 확대될 수 있다.

그 역할을 수행하기에 앞서, 반려동물 건강정보행동에 대해 수의사와 보호자 간에 존재하는 인식 차이를 인정하고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반인이 건강정보를 탐색하는 과정에서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 발동하기 쉽다. 이는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고 불신하는 성향이다.

실제로 본문에 제시된 사례들과 같이 동물의 건강에 위해가 되는 잘못된 정보와 신념을 고수하는 보호자들을 마주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많은 수의사들이 보호자들의 반려동물 건강정보행동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온라인으로 정보를 탐색하는 방식은 비합리적이며 전혀 믿을 게 못되는 것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보호자들의 어긋난 건강정보행동은 대부분 동물에게 해를 주고자 하는 마음이 아닌 더 좋은, 더 나은 돌봄을 위한 노력의 일환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보호자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불안을 덜어주되, 잘못된 정보가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을 설명하고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함으로써, 근거기반 의학의 의미와 중요성을 보여줄 수 있는 전문가로서의 태도와 기술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정보 전달 및 설명의 방식은 그저 질환이 낫느냐 안 낫느냐의 결과중심의 이분법적 방식보다는, 동물환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영향들과 그 이유, 그리고 이후의 경과나 예후의 가능성들을 보호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제시하는 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얼마나 ‘정확’한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와 더불어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는가가 좋은 건강정보의 핵심이기 때문이다.10)

또한 수의사는 고객을 교육할 뿐만 아니라 출처가 검증되지 않은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야 할 위치에 있다. 온라인 정보가 항상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그 내용이 부실하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핵심적인 정보가 담긴 처방전이나 안내문을 제공하거나, 보호자에게 적절한 온라인 출처를 안내하는 등의 수의사의 “정보 개입”(information intervention)이 제안된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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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물의료의 발전으로 보호자들이 다양한 진단 및 치료 옵션에 대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보호자는 반려동물의 건강 관리 결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를 원하며, 이는 높은 수준의 건강정보행동과 건강 문해력을 통해 가능하다.

따라서 수의사가 의료적 개입이나 교육을 제공하기 전에 고객의 건강정보행동의 동기나 영향 요인(건강 문해력 등)을 이해하고 함께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Shaw와 Hunter(2017)가 제안한 ‘동물병원 고객을 위한 건강 문해력 모델’은 수의사 팀원과 고객 간의 긍정적인 파트너십 형성을 촉진하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구성 요소를 보여준다.

1단계로 수의사가 고객의 이해 수준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고[기능적 문해력], 고객이 토론하고[의사소통적 문해력], 정보를 사용하여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비판적 문해력] 이끈다.

이후 2단계에서는 높은 건강 문해력을 통해 고객이 반려동물을 돌보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권한 부여]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반려동물 돌봄에 자신감과 유능감을 느낄 수 있다[자기 효능감 형성].

마지막 3단계는 고객이 치료에 대한 권장 사항을 승인하고, 치료 계획을 선택하고,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케어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단계이다. 그 최종 결과는 반려동물의 더 나은 예후, 고객 만족도, 팀 만족도 및 진료 성과가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12)

가장 바람직한 수의사-고객(환자) 의사결정 모델은 공유되는 돌봄의 의미와 방식, 그리고 지식이 기반이 되는 파트너쉽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본 글을 마무리한다.

    

Dr.네이버는 수의사들의 적일까, 지원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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