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산업 발전을 위한 주요재원 ‘특별적립금’은 경마사업의 결과물로 수의분야에 큰 기여
– 경마를 둘러싼 ‘과도한 규제’, 사회에 만연한 ‘부정적 인식’은 말산업 발전 저해요인
– 경마는 말산업이라는 거대한 빙하 중 일부…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2011년 「말산업육성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대한민국의 말산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한국마사회는 말산업육성의 전담기관으로 지정되었고, 그간 산발적으로 이뤄지던 국내 말산업이 정부 주도의 육성사업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정부는 한해 200억 내외에 머물던 말산업 관련 투자를 지난 2013년 277억, 올해 373억원 등 매년 투자계획을 크게 늘렸다. 이는 경마사업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특별적립금 등에서 조달하는 재원으로 2016년까지는 총 2,832억원(마사회 사업금 포함)이 말산업 투자재원으로 투입된다.
이로써 그간 구호에 그쳐왔던 말산업의 발전은 보다 체계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하고, 국가 기간산업으로의 발전을 향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말산업의 발전이 국가 경제적으로 차지하는 지위는 상당하다.
세계적으로 말산업이 가장 발달한 미국의 경우 말 사육두수는 무려 920만두, 관련 일자리는 미국이 140만명에 달해 말산업의 경제기여효과는 2005년 기준 무려 1,000억 달러에 이른다. 한화로는 약 100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
반면 우리나라의 말산업은 미국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말 사육두수는 3만두, 관련 일자리는 2.6만명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말산업이 지속적인 발전을 한다면, 지금은 한국마사회를 제외하고는 거의 볼모지에 가까운 말수의사 및 말 관련 전문 동물약품, 진료물품에 대한 수요를 발생시켜 수의사들의 신규 일자리 창출에도 많은 기여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은 초보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국민의 소득수준 향상 및 레저수요 증가에 비례, 무한성장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유일의 말산업 연구기관인 말산업연구소의 정준용 소장은 “미국도 국민소득 2만불 달성시점인 1988년 이후 승마를 비롯한 골프, 스키 등 참여적 취미활동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승마를 중심으로 한 말산업의 성장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2006년 국민소득 2만불을 달성한 이후 골프. 스키 등의 취미활동이 늘고 있어 조만간 승마로의 레저욕구 이동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말산업 전담기관으로 지정된 한국마사회는 말산업의 주요사업별 육성계획을 발 빠르게 수립해 시행 중이다.
우선 승마장을 2011년 300개소에서 2016년까지 500개소로 확대하고, 농어촌 관광과 연계한 호스랜드(horse land) 조성을 추진 중이다. 승마체험 기회를 2011년 7천명 수준에서 2016년 1만 명으로 확대하며, 유소년 일반사회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승마대회 개최 등 승마대중화의 복안도 있다. 이와 함께 말고기 소비를 확대해 연간 1천두였던 말고기 소비를 2016년까지 5천두로 늘리는 한편 승용마 전문 생산농장 육성을 통해 수요확충에 대비 한다.
또한 마사회는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이미 2014년 1월부터 국가기간 전략산업 훈련직종 및 훈련기관으로 선정(고용노동부)되어 말산업 관련 국가자격시험(말조련사, 장제사, 재활승마지도사)을 실시 중에 있다.
국내에서 말에 대한 임상교육이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여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말산업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 지정되어 수의과대학 본과 3, 4학년에 대한 말임상실습과정과 수의사면허 소지자를 대상으로 1년간 말임상교육과정을 운영하여 말전문수의사 양성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말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있는 위험요소 역시 분명하다. 대표적인 것은 과도한 규제이다.
농식품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마사회는 주무부처에 더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까지 옥상옥의 규제에 놓여있어 말산업 투자재원의 안정적 공급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호소한다.
과도한 규제가 이용자들의 불법시장으로의 이탈을 초래, 2012년 기준 불법시장 규모는 75조원을 기록해 합법사행산업 규모 18조원을 크게 초과하고 있음은 불법사설경마가 횡행하는 한 말산업 발전을 위한 동력이 힘을 잃을 수 있음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다음으로, 경마를 바라보는 인식의 문제이다.
말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경마의 안정적 시행이 뒷받침 되어야 함은 자명하지만 지금과 같이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구조에서 말산업 발전을 위한 대책들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레저산업 연구소의 서천범 소장은 “우리나라 말산업의 발전적 가치는 무한하지만 독자적 자생능력이 갖춰지기까지 안정적 투자는 필수”라면서 “말산업의 투자재원은 어쩔 수 없이 경마시행을 통해 조달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규제일변의 정책 하에서는 경마사업이 말산업을 이끄는 동력원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한국마사회 용산장외발매소를 둘러싼 논란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반대단체에서는 예단적인 우려사항들을 내세워 무조건적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일부 언론들은 사태의 본질은 외면한 채 현상보도에 급급, 오히려 논란을 키우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마의 산업적 가치는 언제나 논외가 되고 만다.
경마가 지니고 있는 사행성을 무조건 덮어 두자거나 그 폐해를 방치하자는 말은 아니다. 다만 경마의 산업적 가치에 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조망이 결여된 작금의 현실에서는 국가 기간산업으로의 발전가능성이 큰 말산업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경마=도박”이라는 인식개선 없이는 대한민국에서 말산업의 발전은 영원히 요원한 일이다. ‘나무’에 집착하지 말고 ‘숲’을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마로 벌어들인 이익금의 30%는 경마 등 말산업 투자 재원, 70%는 축산발전기금 및 농어촌복지사업비 등 특별적립금 재원으로써 수의·축산 산업에 환류되고 있는 바, 이는 2012년 기준 2,234억원이다.
우리 수의분야도 말산업발전의 기초가 되는 경마에 대하여 넓은 관점에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김진갑 수의사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학과 졸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졸(MBA)
現 한국마사회 말보건원 진료담당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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